[SIRI=이수영 기자] 지난 24일 이란과의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흥미로운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붉은악마는 충북청주프로축구 창단을 지지한다!”
중계화면으로 경기를 시청한 축구 팬들은 문구를 통해 충북 청주 소재 축구팀이 프로축구단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충북이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고 현재 프로축구단이 없는 유일한 광역자치단체라는 점에서 해당 소식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충분히 끌 법 했다.
청주FC는 지난 2002년 창단된 현 K3리그(세미 프로리그) 소속 클럽이다. 지난 시즌에는 인도네시아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무함마드 이크발을 영입하는 등 축구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으나, 최종 순위 11위로 기대에 미치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한편 청주FC가 프로축구단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벌써 5번째였다. 청주FC는 지난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프로축구단화를 추진했지만 청주시의회 심사에서 연속으로 부결되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기업 간 컨소시엄, 네이밍 스폰서 유치 등으로 연간 50억 원에 달하는 연간 운영 재정을 확보하며 프로축구단 창단을 자신했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승인하지 않으며 반복된 쓴맛을 봤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속적인 구단 운영과 프로리그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청주FC의 프로축구단화 승인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리그 개막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코칭스태프, 사무국 등 구단 인력을 구성할 시간 역시 촉박하다는 것 역시 그들의 주장이었다.
청주FC는 지난 2018년 장기적인 프로축구단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6년 창단된 청주 시티FC와 통합 선언을 하고 2019시즌부터 통합된 청주FC로 K3리그에 참가했다. 이처럼 이번 청주FC의 프로축구단화 가시화는 구단이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단행해온 팀 규모 확대 움직임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청주FC의 프로축구단화는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의 공통된 뜻이 이끈 결과다. 지난달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청주FC 프로축구단의 창단지원금으로 10억 원을 의결했다.
충북도가 예산지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인 데다가, 창단지원금은 지자체의 프로팀 창단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으므로 청주FC가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역시 지난 3월 25일 열린 69회 임시회 1회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충북도로부터의 지원금 10억 원을 포함한 창단지원금 20억 원 원안을 의결했다.
이날 상임위원회에서는 찬반양론이 맞서면서 표결까지 이어지는 등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개 투표 끝에 찬성 측이 과반수를 넘었고, 오는 29일 예산결산위원회와 31일 3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면 청주FC는 2023년 리그 참가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가오는 6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연고지 협약서, 지자체 재정지원(보증) 확인서 등 프로축구단 창단승인을 위해 필요한 관련 서류를 제출하게 된다. 윤지현 청주FC 사무국장은 “연맹의 승인이 나면 스폰서 계약, 유소년팀 구축, 사무국 및 코칭스태프 구성 등 프로팀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차례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팀이 창단돼 내년 2월부터 K리그 2 참가가 가능해 보인다. 내년부터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각각 20억 원, 모기업 SMC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스폰서 20억 원, 입장료 및 중계권 수익 7원 총 약 67억 원에 해당하는 액수로 구단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청주FC의 프로구단화로 인해 충북 내 많은 유소년 유망주들이 도 내에서 성장할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여태껏 프로구단의 부재로 매년 유망주들이 프로구단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등 인적 자원의 유출이 심했는데,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할 기회가 됐다.
청주시와 청주FC가 오랜 기간 꿈꿔왔던 프로축구단화가 눈앞에 다가온 만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이해관계자 모두가 단결해 구체적인 구단 운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주FC처럼 지자체 지원금이 생명인 구단은 장기적으로 자생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과 안정적인 스폰서 계약 유지가 필수적이다.
한국축구 역사상 기업과 시도의 컨소시엄 형태의 구단 창단이 없었던 만큼, 청주FC 사례로 한국축구가 다시금 부흥을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sdpsehfvls@naver.com)
[2022.03.27. 사진=청주FC 공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