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3시간 야구를 봅니까?”
[SIRI=김민재 기자] 지난 3월, 허구연 KBO 총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KBO리그 인기 회복을 위해 ‘MZ세대 위원회’를 만들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쇼츠’와 ‘움짤’을 더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허구연 총재는 왜 이런 말을 한 걸까? 답은 시대 흐름의 변화와 KBO리그의 현 중계권 계약에 있다.
20대 KBO리그 관심도 18%
올 시즌을 개막을 앞두고, 놀라운 조사 결과가 있었다. 한국갤럽은 매년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하는데, 올해 조사에서 20대의 KBO리그 관심도가 18%로 나온 것이다.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낮았다. 2014년 44%로 최고점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하면 충격적인 수치이다.
왜 이렇게 젊은 세대에서 프로야구의 인기가 떨어진 걸까? 여러 이유가 있고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시대 흐름의 변화를 무시할 순 없어 보인다.
짧게, 더 짧게…
최근 콘텐츠의 트렌드는 ‘짧음’이다.
우선, 영상 콘텐츠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작년에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을 조사했는데, 유튜브가 압도적인 1등이었다. 온라인 OTT 서비스 역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젊은 세대는 ‘짧은’ 콘텐츠를 선호한다. 드라마를 예로 들자면, 젊은 세대는 드라마 한 편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전체 회차 수가 너무 많은 작품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 한 편에 10~20분짜리인 웹드라마가 부상한 이유이다. 작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오징어게임과 DP 역시 각각 9부작과 6부작으로 제작되었다.
길이가 길고 정보가 많은 콘텐츠를 짧게 요약한 ‘요약’ 콘텐츠 역시 인기가 많다. 더 이상 젊은 세대는 길고 정보가 많은 콘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는다.
틱톡이 출시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10억 사용자를 모은 플랫폼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틱톡은 1분 이내의 짧은 영상, 이른바 ‘숏폼’ 콘텐츠가 중심인 플랫폼이다.
글로벌 콘텐츠전송망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틱톡은 구글을 제치고 2021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한 웹사이트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이은 3위의 숏폼 플랫폼이다.
틱톡을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 열풍이 일어나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도 각각 ‘쇼츠’와 ‘릴스’를 따라 만들었을 정도이다.
길어도 너무 긴 당신
반면 야구는 어떠한가? 야구의 너무 긴 경기 시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처럼 플레이 타임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배구처럼 일정 점수를 내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경기 시간이 짧아질 수도 있고, 정말 길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평균이 3시간이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너무 긴 경기 시간은 고질적인 문제이다. 지난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0분이었다. 역대 가장 긴 기록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메이저리그 역시 인기 하락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7%가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젊은 세대의 관심도는 22%로 평균보다 낮다.
점점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스포츠 중 경기 시간이 가장 긴 야구. 둘은 마치 물과 기름인 것처럼 보인다.
왜 쓰지를 못하니
그렇다면 야구도 짧은 콘텐츠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KBO리그의 중계권 계약이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상 콘텐츠가 가장 많이 유통⋅소비되는 플랫폼은 유튜브이다. 또한 ‘숏폼’ 콘텐츠도 요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틱톡은 일부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전세계 최고 인기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프로축구 K리그는 뉴미디어팀까지 만들며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틱톡 팔로워는 27만명에 달한다. 해외의 많은 스포츠 팀과 리그 역시 유튜브는 물론이고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플랫폼을 활용한다.
하지만 KBO리그는 현 중계권 계약 때문에 이러한 뉴미디어 플랫폼 활용이 잘 안 되고 있다.
지난 2019년, KBO는 포털·통신 컨소시엄(네이버, 카카오, SK브로드밴드, KT, LG U+)과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5년 1,1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각종 뉴미디어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포털·통신 컨소시엄의 견제 상대가 되었고, 유튜브 등에서 KBO리그 관련 콘텐츠는 종적을 감췄다.
결국, 젊은 세대 공략을 목표로 맺은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이 역설적으로 젊은 세대를 공략하지 못하게 되었다.
전환점이 될 것인가
다행인 것은, 최근 KBO도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기 하이라이트는 없지만, 명장면이나 재미있는 장면들을 모아 업로드하고 있다. 덕분에 작년 10월 1만명 대였던 KBO 유튜브 구독자는 현재 3만 명까지 늘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허구연 총재도 강력한 의지를 직접 밝혔다. 얼마 전에는 허구연 총재가 직접 공언했던 MZ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KBO의 뉴미디어 플랫폼 활용에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올 시즌 초, KBO리그 관중 수가 저조하자 일부에서는 ‘위기설’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육성 응원과 취식이 전면 허용되자 야구장은 연일 팬들로 북적이고 있다.
누가 뭐라해도 현재 우리나라 제1의 프로 스포츠는 야구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즐기는 모두의 리그이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출범 40년을 맞은 KBO리그가 앞으로도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김민재 기자(minjae@siri.or.kr)
[2022.06.03. 사진=각 출처 참고]
Reference
https://www.theringer.com/2021/10/20/22735982/mlb-playoff-games-are-too-long-pitch-clock-nee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