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안서희 기자] 대표팀 평가전 1시간 전 기습으로 사면을 발표하며 ‘날치기 처리’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사흘 만에 사면 전면 철회를 결정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자축’을 이유로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였다. 여기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48명도 포함되어 있으며, 2차 가해라는 이유로 100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A매치를 약 1시간 앞두고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날치기 처리’로 축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의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에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규정이 없기에 사면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사면과 상관없이 징계 이력을 삭제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팬들과 스포츠계의 역풍을 맞은 협회는 결국 사흘 만인 오늘(31일 오후 4시)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회하여 ‘사면 전면 철회’를 결정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축구 팬과 국민께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와 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입장문 전문
승부조작이 스포츠의 근본 정신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2011년 발생한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위법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제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승부조작이 우리 그라운드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지른 행동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것 또한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우리 축구계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동안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고, 죄값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의 건의를 계속 받았습니다.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선수들만 평생 징계 상태에 묶여 있도록 하기보다는 이제는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중징계를 통해 축구 종사자 모두에게 울린 경종의 효과도 상당히 거두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승부조작 가담자를 비롯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날 저질렀던 과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하였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습니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이번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축구팬, 국민 여러분에게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Information)
안서희 기자(tjgml5793@naver.com)
[23.03.31, 사진 =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