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현계원 기자] 추석 황금 시간대에서 엄청난 수모를 겪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대표팀은 일본에게 77:83으로 패했다. 지상파 3사가 추석 연휴 시간대에 한일전을 중계했는데 벌어진 일이었다.
농구 종목에서 한일전이 흔하지 않은 일이었고 아시안게임 농구에서 일본 상대로 강세를 보였기에 팬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본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풀전력으로 출전하지 않았고 당연히 대한민국의 조 1위로 8강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일본에게 압도당하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1쿼터 5분 20초까지 13:0으로 시작하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특히 지체없이 3점을 시도하는 일본 대표팀의 모습은 일본 농구대표팀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2쿼터와 3쿼터를 거치면서 야투 감각을 회복함과 동시에 일본 역시 야투 난조에 빠지며 원 포제션 게임의 양상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경기에 집중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4쿼터가 되자 일본의 3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4쿼터 3분 34초경 터진 사토 사이토의 롱 3는 경기에 쐐기를 박는 점수가 되었다. 많은 농구 팬들은 일본의 경기력에 마치 NBA와 농구 월드컵에서 서양 팀들을 보는 것 같았다는 충격에 빠졌으며 일부 농구 팬들은 농구마저 일본을 따라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낙심하게 되었다.
패배 원인 분석
일본 전 패배의 원인으로는 일본은 현대 농구의 대세로 떠오른 업템포 3점 농구를 실현한 반면 우리는 센터를 활용한 하이로우 게임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스테판 커리를 중심으로 스티브 커 감독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3점 중심 농구가 2015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면서 NBA에서도 3점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가드, 포워드만 3점을 시도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포지션에 관계없이 3점을 시도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센터 포지션의 선수를 빼는 스몰라인업이 대세가 될 정도로 현대 농구에서 3점의 중요성은 매우 커졌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포지션은 센터와 파워포워드로 구성된 빅맨 선수들인데 이 선수들이 단순히 골밑에서 득점이나 리바운드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슈터를 위해 스크린을 세우거나 속공 상황에서 달릴 수 있는 빅맨의 가치가 매우 커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곽에서 3점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들이 고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선수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2017 농구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에서 빠른 업템포와 적극적인 3점을 시도하는 팀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당시 FIBA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KOR든스테이트(Korea와 골듵스테이트의 합성어)라고 말할 정도로 아시아권에서 3점 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만드는 팀이었다.
반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이 우리가 원하던 농구의 모습을 100% 구현해냈으며 리그에서 후보, 백업 선수들이 이러한 플레이를 주저없이 선보였다는 것에서 충격적이었다.
이는 일본이 우리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준비한 이승현, 라건아 투빅 조합은 기동력에 약점을 보인 조합이었고 3점 지역에서 빠른 시간에 공격을 시도하는 일본에게 카운터를 맞는 전술이었다. 실제로 경기를 중계하던 신기성 해설위원도 원빅 라인업 전환을 이야기했을 정도로 우리의 수비 전술은 아쉬웠다.
문제는 공격이었는데 허훈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공격을 도와주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로스터 운영 역시 아쉬웠는데 국제무대에서 투맨 게임을 잘 수행하며 검증된 자원인 김종규는 5초만 기용하고 허훈과 전성현을 동시에 기용하면서 생기는 수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왜 이런 변화가?
패배의 원인으로 감독의 준비 부족과 선수들의 부진에서 생긴 사소한 일로 넘어가기는 어렵다. 애당초 일본 대표팀은 NBA리거는 고사하고 일본 B리그 주전도 빠진 라인업이었고 이는 일본과 한국의 농구 격차가 역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대표팀의 경우 이번 7월 한국과의 평가전 이후 일본 농구협회 내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연습상대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농구가 현대 농구의 흐름과는 다른 오래된 농구를 하는 팀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평가전부터 한국 농구대표팀은 어려움을 겪었다. 손대범 해설위원이 개인적으로 평가전 직전 일본 농구대표팀 전력분석을 해줬을 정도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는 전력분석팀이 없었다. 이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어졌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의 3점 농구에 시종일관 대처하지 못하며 쉽사리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미 일본은 루이 하치무라와 와타나베 유타를 NBA리거로 배출하고 농구 월드컵에서 19위를 기록하는 등 향상을 이룬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무대에서 체격조건이 불리한 일본은 승리를 위해 빠른 기동력과 3점을 활용한 넓은 코트 활용이 당연한 상황이었고 실제로 FIBA 농구 월드컵 참가 팀 중에서 2번째로 많은 3점을 시도한 팀이었다. 이러한 전술적 철학은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41개의 3점을 시도하여 17개를 성공시키며 외곽 싸움에서 우리를 압도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한농구협회는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 주체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행정력을 선보였다.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리아에서 열리는 예선을 불참했는데 외교부의 협조가 필요함에도 외교부와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협회가 단독으로 불참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발탁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을 자아냈는데 수비에서 궂은 일을 맡아주던 문성곤의 부상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상근 복무 중인 안영준 발탁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부 농구 팬들 사이에서 공분이 있었다.
그리고 대한농구협회는 일본과 두차례 평가전 이후 아무런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는 등 오랜 만에 열린 국제 경기를 사소하게 넘기는 일을 벌였다. 일본은 우리와 평가전 이후 자체 보고서 작성을 통해 농구 월드컵 준비를 고민하고 이후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등과 평가전을 진행하는 등 담금질을 진행했지만 우리는 어떠한 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만약 일본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 이후 국가대표팀을 비롯한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한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면 이번 일본 전 패배 이후 나타난 대한민국 농구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10년은 있어야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이번 대한농구협회가 아시안게임 이후 어떤 대책을 갖고 나오는지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현계원 기자(hyungw0422@siri.or.kr)
[23.10.01, 사진 = 항저우 아시안게임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