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이 유력한 레스터시티가 승점이 삭감된 채 다음 시즌을 시작할 위기에 처했다.
레스터는 지난 2015/16 시즌 동화 같은 리그 우승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제이미 바디(37)의 활약에 힘입어 승격 2년 만에 팀이 들어 올린 충격적인 트로피였다.
하지만 레스터는 이후 핵심 선수들의 이탈 등으로 리그 12위-9위-9위-5위-5위-8위를 차례로 기록하며 부진을 거듭했다. 20/21 시즌 FA컵을 우승하며 또 한 번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는 했지만, 리그 우승 당시 퍼포먼스를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레스터는 지난해 리그 18위로 시즌을 마치며 2부리그 챔피언십으로의 강등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챔피언십은 레스터시티에는 작은 무대였을까? 팀은 빠르게 재정비를 마친 뒤 이번 시즌 리그 37경기 승점 82점을 획득 중이다. 1위 리즈 유나이티드와는 승점 동률이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잠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레스터는 시즌 중반까지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또한 리즈보다 한 경기 덜 치른 점을 감안하면 레스터가 실질적인 리그 선두다.
그런 레스터에게 큰 장애물 하나가 덮쳤다.
지난 19일(한국시간) 영국 언론 매체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레스터가 프리미어리그의 PSR(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달 공개될 재정보고서에 레스터가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지난 3시즌 동안 감사 된 재정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고, 1억 500만 파운드(한화 약 1,788억 원)의 손실을 초과했다는 기록이 보고될 예정이다. 현재 2부리그의 팀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충분히 징계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레스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국 언론 매체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레스터는 오늘(한국시간) EPL과 잉글랜드 풋볼 리그(EFL)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구단은 “EPL의 기소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지금 EPL 소속이 아니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 EPL과 건설적으로 소통하려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조치를 취하다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당 기간 동안 운영 모델을 통해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 우리는 EPL 및 챔피언십과 협력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관에 의해 잠재적 혐의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레스터는 유죄가 확정될 시 다음 시즌 승점 삭감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에버턴과 노팅엄 역시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은 적 있다. 물론 해당 규칙이 22/23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 적용돼, 이번 시즌을 2부리그에서 보낸 레스터에게 이 규칙이 바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간의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레스터가 승격에 실패하더라도 챔피언십에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1부와 2부리그의 격차를 생각한다면 승점이 삭감된 채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구단으로서 엄청난 불이익이다. 또한 1부든 2부든 상관없이 레스터가 시즌 시작과 동시에 승점 삭감을 당한다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승점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팀으로 기록에 남게 된다.
한편 에버턴은 PSR 위반으로 처음에 승점 10점을 삭감당했지만, 이후 항소심에서 6점으로 줄었다. 이번 혐의와 관련해 레스터의 법적 소송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위기에 처한 레스터가 이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수영 기자(sdpsehfvls@naver.com)
[2024.03.23. = 레스터시티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