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승리 수당 상한제는 K리그를 제외하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난 2월 14일 수원FC 간판스타 이승우(26)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이사회에서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 아직 K리그에 남아 있는 승리 수당 상한 관련 안건이 나오자,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은 지난 2020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구단 재정 부담 완화의 취지로 승리 수당 상한선을 설정했다. 당시 정해진 금액은 경기당 K리그1 100만 원, K리그2 50만 원. 구단이 기본금과 출전 수당 외 승리 수당을 적게는 200만 원부터 많게는 500만 원까지 지급하던 이전과는 분명히 차이 나는 액수였다.

 

 

이승우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연봉이 적은 저 연차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에게 승리 수당은 중요한 보상이다. 승리 수당에 상한을 둘 것이 아니라, 각 구단과 선수들이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자유롭게 논의해서 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라며 현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이어 “승리 수당을 강제적으로 정해버리는 곳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선수들의 권리를 위해 공론화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수협 이사이자 울산HD 소속 조수혁 역시 개인 블로그를 통해 승리 수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회사마다, 팀마다 예산이 다르고 수입이 다른데, 승리 수당 상한제는 이 모든 걸 강제로 똑같이 맞추는 것과 같다. 각 회사의 사정에 맞게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왜 이 자율성을 연맹에서 막는지 모르겠다”라며 연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안건에 대해 이승우 선수가 인터뷰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몇 없을 것이다. 누구든 안 하면 안 변한다”라며 선수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일 필요성 역시 강조했다.

  • K리그 이사회 의결: 승리 수당 제한-베팅 금지

지난 2020년 12월 15일 K리그는 이사회에서 K리그 구단의 경영 합리화와 안정적인 장기 발전 차원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의결했다. 코로나19로 구단 재정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구단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이날 도입된 여러 제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승리 수당 상한제였다. 경기당 K리그1 100만 원, K리그2 50만 원. 여기에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베팅은 전면 금지됐다.

이전까지 K리그 대다수 구단은 소속 선수들에게 기본급과 출전 수당 이외 승리 수당을 따로 지급하고 있었다. 또 경기 중요도에 따라 ‘베팅’이라고 하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승리 조건 보너스’ 역시 지급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승리 수당과 베팅은 구단 간 경쟁을 야기했다. 구단이 발전하는 데 쓰여야 할 돈이 승리만을 위한 지출로 흘렀고, 이에 프로야구는 2016년 승리 수당 금지와 해당 사항 위반 시 중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 가운데 코로나19로 구단 재정이 큰 타격을 입자, K리그도 과도한 인건비 지출로 인한 재정 불균형을 막고자 승리 수당 상한이라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 문제는 대화방식에 있었다.

그렇다면 선수협을 비롯한 K리그 선수들은 무엇 때문에 당혹감을 표출했던 걸까? 문제는 대화 방식에 있었다. 연맹은 해당 사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실제 다수의 K리그 선수가 언론 보도를 통해 승리 수단 상한제를 처음 접하며 일명 ‘통보식 희생’을 강요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수협은 의결 다음 달이었던 2021년 1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해당 제도로 인해 선수들이 받게 될 피해에 대해 의논했다.

당시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구단의 재정적 피해로, 전체적인 지출 비용 감소에 대한 시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과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았다 싶다”라며 선수들과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연맹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사회를 마무리하면서도 “해외 리그 관계자들은 리그 운영 및 각국 축구계에 관한 중요 사안 논의 시 선수들도 함께 참여해 서로 의견을 교류한 후 결정을 한다. 이건 비단 축구계뿐 아니라 중요 사안 결정 시, 이해관계자들끼리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되어야 하는 당연한 절차 중 하나이다”라며 연맹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근호 선수협 회장은 “이런 일이 있을 때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연맹과 협회에 전달하는 것이 선수협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승우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이야기 역시 K리그 선수단 전체를 대변하는 말이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보상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제안’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 승리 수당 상한제는 구단에도 달갑지 않다.

한편 연맹의 이러한 결정은 구단에도 썩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전에는 기본금을 줄이고 수당을 많이 가져가도록 해 총액을 전체적으로 메꿀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더불어 승리 수당은 경기에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데도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승리 수당으로 급여를 메꿀 수 없다 보니 구단 차원에서도 계약 기간을 늘리는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고참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선수단 정리가 힘들어지게 된다.

더불어 상위 팀과 하위 팀의 승리 수당이 같다 보니 동기부여도 이전처럼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이럴 경우 웬만하면 상위 팀이 경기에서 이기게 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 조직 경영 관점에서 바라본 연맹의 행동

현재 K리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건 중 하나가 바로 ‘재정 건전화’다. 연맹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각론을 짰다. 실제 연맹은 승리 수당 상한제 이외에도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 등 재정 건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직무 만족도]

그러나 문제는 연맹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직의 지속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태껏 많은 조직 경영 이론이 조직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는 직무 만족도와 성과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예전에는 직무 만족도가 높으면 성과가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로 성과가 높아지면 직무 만족도가 높아지거나, 더 나아가 성과가 높아지면 그에 따른 보상으로 인해 직무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등의 새로운 설명이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직무 만족도가 낮을 경우 성과도 낮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면 결국 구단을 포함한 모든 조직은 구성원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한편 직무 만족도보다도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조직 몰입도다. 사람들은 한 조직에 소속되면서 감정적 몰입, 지속적 몰입, 규범적 몰입이라는 총 세 가지 종류의 몰입감을 느낀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몰입이 바로 감정적 몰입이다. 감정적 몰입은 조직과 내가 하나 된 듯한 느낌을 말한다. 지속적 몰입과 규범적 몰입은 궁극적으로 감정적 몰입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지속적 몰입은 다른 조직에 가는 것보다 이 조직에 남아 있는 것이 낫거나 다른 대안이 없을 때 느끼는 몰입도를 말한다.

이를 축구에 대입해 보면 승리 수당은 ‘보상’이자 ‘지속적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승리 수당을 통해 선수는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거나, 성과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얻음으로써 구단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승리 수당은 선수들로 하여금 지속적 몰입을 가능하도록 해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직무 만족도가 높은 선수는 조직에서 조직시민행동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결국 선수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조직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해관계자 참여]

기업 환경에서 이해관계자 참여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조직 운영 과정에 포함하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영향만 고려해 이해관계자를 공급자, 생산자, 구매자로 국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지역사회, 정부, 언론 등 더 넓은 의미에서 이해관계자를 이해하게 됐다.

이해관계자 참여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단계로 올라갔다. 연맹의 이번 행동으로 비추어 볼 때 연맹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해관계자 참여의 관점에서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연맹은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선수들과 함께 위험을 관리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건전한 대화를 했어야 한다. 만약 연맹이 선수들과 진심 어린 대화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을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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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은 결코 연맹이 발표한 제도의 취지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제도를 만드는 데 있어 부족했던 대화 과정, 이에 따른 선수들의 권리 침해. 연맹은 이를 진심으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연맹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각 구단들로 하여금 재정 건전화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수영 기자(sdpsehfvls@naver.com)

[2024.03.27. = 수원FC, 울산HD, KPFA, K리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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