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노은담 기자] 팬듀얼과 드래프트킹스가 예측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사이, 한국은 공영 모델을 고수한다. 두 제도는 어디서 갈라졌고, 한국은 지금의 틀을 계속 유지할지, 새로운 정의와 감독을 검토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예측시장은 사람들이 미래 사건의 결과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사건(예: 특정 팀의 승리)을 기초로 한 이벤트 토큰/계약을 사고팔며, 시장 가격이 곧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에 대한 집단적 판단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팀 A·팀 B 각각의 토큰이 있을 때, A 토큰 가격이 B보다 높다면 시장은 팀 A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미국 스포츠베팅 대형 사업자 팬듀얼(FanDuel)이 다음 달 예측시장 전용 앱 ‘FanDuel Predicts’를 출시한다. 원유·가스·금·가상자산 등 자산 가격뿐 아니라 야구·농구·미식축구·하키 등 스포츠 이벤트 계약도 제공한다. 다만 스포츠 계약은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아직 합법화되지 않은 주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해당 주가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하면 제공을 중단한다. 팬듀얼은 파생상품 거래소 CME 그룹과의 제휴를 내세우며, 예측시장 상품은 연방 CFTC 감독, 전통 스포츠베팅은 주 규제라는 이원적 감독 체계를 구분한다.
경쟁사 드래프트킹스(DraftKings)도 예측시장 플랫폼을 공식화했다. CFTC 인가 거래소 인수를 발표하며, 온라인 스포츠베팅이 불법인 주부터 스포츠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대형 사업자들이 연방 규제 틀(CFTC)을 활용해 주 단위 도박 규제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쟁도 이어진다.
미국의 제도 환경은 복합적이다. 현재 38개 주(+워싱턴DC·푸에르토리코)가 어떤 형태로든 스포츠베팅을 허용하고, 이 중 약 30개 주가 온라인·모바일 베팅을 허용한다. 하지만 예측시장·스포츠 이벤트 계약을 둘러싼 관할권 분쟁과 소송은 진행형이다. 일부 주는 “스포츠 이벤트 계약은 사실상 도박”이라며 제동을 걸고, 사업자들은 상품선물거래법(C
EA)의 우선 적용을 주장한다. 연방 규제기관의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다. CFTC는 스포츠 관련 이벤트 계약 상당수가 거래소의 자체 인증(Self-certification)으로 상장돼 있으며, 위원회 차원의 공식 승인은 아직 없다고 밝혀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은 도입 초기부터 공영 모델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2001년 스포츠토토 출범 이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총괄하고 수탁사가 발매를 담당한다. 상품은 토토(상대식)와 프로토(고정배당률)로 나뉘며, 합법 온라인 채널은 ‘베트맨’으로 한정된다. 미성년자·체육관계자 금지, 구매 한도·영업시간 제한 등 행위 규제가 병행되고, 공영 체계 밖 사설·유사 발매는 불법으로 단속된다. 최근에도 발매 시간·구매 한도 등 운영 기준이 조정되고 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갈래다. 하나는 기존 공영 체계를 정교화해 불법 유통을 더 촘촘히 차단하고, 합법 채널의 안전장치와 정보 공개를 강화해 이용자를 양지로 유도하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소액·한정·폐쇄형·즉시 중단 기준 등 강한 보호장치를 전제로 예측시장형 상품을 제한적으로 실증해 효과를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다. 어느 쪽이든 불법 전이 차단율, 피해 건수 감소, 합법 전환율, 기금 순효과 등 핵심 지표를 공개적으로 관리하며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의 스포츠토토는 공영 체제를 계속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 사례처럼 ‘관리형 예측시장’으로 폭을 넓힐 것인가.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노은담 기자(ddaltwo9@naver.com)
[25.11.13 사진 = 팬듀얼, 스포츠토토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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