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박진형 기자] 지난 14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KBO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두산의 전설이자 KT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이 있었다. 니퍼트는 지난 2018년 KT로 이적한 후 한 시즌을 소화하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했으나 은퇴식을 갖지 못해 이례적으로 6년이 지난 2024년, 팬들과의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KBO에서 외국인 선수가 은퇴식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덧 43년, 긴 역사를 가진 KBO에서 ‘최초’라는 단어를 쓰이게 한 더스틴 니퍼트의 한국에서의 기록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니퍼트와 두산, 전설의 시작
2011년 1월 두산은 월드시리즈 경험이 있으며 아메리칸 디비전시리즈에 출전한 바 있는 니퍼트를 영입했다. 니퍼트는 당시 30살로 203cm의 큰 키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직구를 주무기로 사용했다. 지금은 MLB 출신들이 KBO에서 활약하는 것이 놀랍지 않지만 당시에는 니퍼트와 같이 데뷔 이후 줄곧 MLB에서만 활약하던 선수가 바로 한국프로야구로 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이렇게 2011년 당시 엄청난 이목을 끌었던 니퍼트는 개막전부터 LG 트윈스를 만나 5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해당 시즌 방어율과 삼진 부문에서 팀 내 최저 방어율(2.55), 최다 삼진(150개)을 만들어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2015년, 최악의 정규 시즌과 최고의 플레이오프
KBO 무대에 데뷔한 이후 매년 10승 이상을 기록해오던 니퍼트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니퍼트는 한국 생활 5년차였던 2015년 정규 시즌에서 고작 6승을 올리는 데에 그치며 아쉽게 리그를 마무리했다.
한국 타자들도 니퍼트의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빠른 공과 변화구에 많이 익숙해졌기에 플레이오프에서도 니퍼트에 대한 기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의 감독이었던 김태형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니퍼트를 출전시키며 니퍼트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었고 니퍼트는 7이닝 2실점 호투를 보여주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더 놀라운 것은 넥센과의 경기에서 내어준 2점의 자책점이 니퍼트의 이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자책이었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이어진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 경기에서 NC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내며 완봉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나흘 뒤 탈락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또 한 번 등판하여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니퍼트는 2차전 선발 투수로 출전하여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견인했으며 5차전에는 구원투수로 등판하여 2.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니퍼트의 해당 플레이오프에서의 기록은 32.1이닝, 3승 그리고 평균자책점 0.56이었으며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26.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KT로의 이적과 은퇴..그리고 최고의 짝궁 양의지
니퍼트는 2015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2016년에는 무려 22승을 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MVP 자리에 올랐다. 이러한 니퍼트도 항상 팀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양의지는 니퍼트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니퍼트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때, 부진할 때 등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의지는 묵묵히 니퍼트의 공을 받았다. 니퍼트는 한 방송에서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할 때 가장 행복했다며 양의지와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2018년을 끝으로 니퍼트가 KT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은퇴를 하게 되었을 때 양의지는 골든 글러브를 받으며 니퍼트와 앞으로 야구장에서 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니퍼트도 양의지의 수상을 축하하며 그가 최고의 동료였음을 영상으로 남겼다.
이제 더이상 니퍼트가 KBO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에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강야구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팬들은 당분간은 니퍼트의 역투를 더 볼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박진형 기자(donpark0714@gmail.com)
[2024.09.19, 사진 = 더스틴 니퍼트 인스타그램, 두산 베어스 공식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