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노은담 기자] 유튜브 TV가 디즈니와의 재송신(카리지) 계약을 갱신하지 못해 10월 31일(현지) 자정부터 ESPN·ABC를 포함한 디즈니 채널 다수가 송출 중단됐다.

미국 4위 유료 방송 스트리밍(vMVPD) 사업자인 유튜브 TV는 같은 날 오전, 폭스와 NBC유니버설과는 막판 합의를 이뤘지만 디즈니와는 결렬되면서 대규모 블랙아웃 사태를 맞았다고 밝혔다. 시점 또한 악재다. NFL과 NBA 정규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ESPN 네트워크에서 상위 25개 대학풋볼 팀 중 13개 팀이 뛰는 주말 빅매치가 예정돼 있어 스포츠 시청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핵심 쟁점은 가격이다. 유튜브 TV는 성명을 통해 “디즈니가 블랙아웃을 지렛대로 구독자 요금을 올릴 조건을 강요했다”며 “이는 고객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결정이며, 디즈니의 자체 라이브TV 상품(Hulu + Live TV, Fubo)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ESPN은 “시가총액 3조 달러에 달하는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우리가 다른 모든 배급사와 체결한 ‘업계 표준’ 조건을 흔들고 있다”며 “유튜브 TV 가입자들의 불편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최대한 신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맞섰다. 협상 시한 직전 ESPN은 스티븐 A. 스미스, 마이크 그린버그, 스콧 반 펠트 등 간판 진행자를 동원해 잠재적 블랙아웃을 적극 고지하기도 했다.

가격 외 구조적 이슈도 테이블에 올랐다. 양측은 스포츠와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 장르를 쪼개는 유연한 패키지 신설을 놓고 논의를 이어왔지만 구체적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유튜브 TV는 만약 암전이 장기화할 경우 가입자에게 월 20달러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와 별개로 스페인어권 채널그룹인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은 9월 30일 이후로 이미 유튜브 TV에서 송출이 중단된 상태다.

규제 당국은 한발 물러서 있다. 최근 유사 분쟁에 공개 코멘트를 내놓았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저가·단순 번들’을 표방해온 vMVPD 모델이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권료 급등과 콘텐츠 소유주의 직접판매(DTC) 강화 속에서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스포츠 전용 팩 신설이나 추가요금(서차지) 부과 등 ‘세분화된 번들’로의 이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이번 사태와 맞물려 디즈니의 굵직한 거래도 마무리됐다. 회사는 Fubo에 대한 과반 지분 인수를 종결하고, Hulu + Live TV와 Fubo를 통합할 계획을 밝혔다. 유튜브와는 경영진 저스틴 코널리 관련 사안에 대해 별도 합의를 맺었고, 코널리는 유튜브 TV–디즈니 카리지 협상에서는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블랙아웃은 단순한 가격 다툼을 넘어 스트리밍 시대 번들 설계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청 공백과 크레딧 보전, 플랫폼 간 가입자 이동이 불가피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스포츠 채널의 유연한 묶음 구성과 가격 재편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역 수신 환경에 따라 안테나(OTA)로 ABC를 시청하거나, Hulu + Live TV·Fubo 등 대체 vMVPD, 리그 직영 스트리밍을 조합하는 임시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권리·지역 제한과 추가 비용, 품질 변수 등을 감안하면 ‘원클릭 대체’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노은담 기자(ddaltwo9@naver.com)

[25.11.02 사진 = NCAA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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