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김재환(37)이 결국 잠실을 떠났다. 18년을 보낸 두산과 결별한 뒤, 논란과 비난을 뒤로하고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원 소속팀보다 낮은 조건’이라는 이례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스스로의 길을 택했다.
계약 발표 직후 김재환은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많은 비판을 알고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량 하락과 부진이 이어지자 스스로도 “열심히만으로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한계”를 체감했고, 고민 끝에 리셋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SSG는 이번 영입을 두고 내부에서 상당한 논쟁을 거쳤다. 나이, 기량 하락, 여론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는 영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 조건이라면 시도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여기에 보상금·보상선수가 없는 완전 FA라는 점, 외부 수혈이 뜸했던 최근 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얇아진 타선에 즉시 전력의 장타형 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분명했다.
구단은 김재환의 타구 질에 주목했다. 올 시즌 강한 타구 비율과 배럴 비율이 팀 내 상위권이라는 점은 아직 반등의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SSG가 줄곧 겪어온 장타 부족 문제를 고려하면 ‘리스크 대비 보상’을 기대한 영입이다.
김재환이 인천행을 선택한 배경에는 분명 구장 환경이 있다. 잠실에서 장타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반면 인천은 리그 내 손꼽히는 홈런 친화 구장이다. 실제로 김재환의 커리어 전체에서도 인천에서의 장타 생산력이 잠실 대비 월등히 높았다.
SSG가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20홈런 이상’이라는 목표도 이 계산 위에 놓여 있다. 다만 구장 효과가 절대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올 시즌 김재환의 장타 지표가 전성기 대비 크게 떨어졌다는 점은 결국 그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재환의 합류는 외야 구성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거취가 흔들리고 있다. 타율·출루율·수비 모두 리그 최고급이었던 에레디아는 팀 내 가장 안정적인 타자였지만, 포지션 중복과 외국인 보강 방향성 문제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재환이 주로 좌익수·지명타자 자리에서 쓰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부 자원들의 포지션 경쟁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OPS 강화를 내세운 선택이지만 실제로는 팀 밸런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뒷말도, 논란도 많았던 이적이지만 이제 모든 무게는 김재환에게로 돌아간다. SSG는 확실한 반등을 바라며 모험을 감행했고, 김재환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운 홈구장으로 향했다.
이 선택이 ‘부활의 서막’이 될지, 혹은 ‘리스크의 현실화’가 될지는 오롯이 그가 내년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결과에 달려 있다.
37세 베테랑의 두 번째 전성기 도전, 이제 공은 김재환의 배트에 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5.12.08, 사진제공 = SSG 랜더스 공식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