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올드하다’의 다른 표현도 있지 않을까.

지난 17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빅버드’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울산 현대의 경기가 3대2 울산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시즌 득점 1,2위인 타가트와 주니오의의 맞대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염기훈과 이청용 등 전통의 명가 간의 대결 답게 수많은 화제 거리를 양산했다. 수원이 먼저 두 골을 넣으며 앞서갔지만, 과감한 교체카드로 울산이 끝내 역전시키며 2라운드 최고의 매치로 꼽히고 있다.

경기 내적인 화제성과 더불어 경기 외적인 관심 역시 높았다. 특히 이번 경기 중계를 맡은 송재익 캐스터와 관련하여 많은 커뮤니티에 논란이 있었다.

송재익 캐스터는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이청용에게 “약았네요”라며 말했고, 이외에도 출신 국가나 학교, 신장 등의 프로필 등 경기 상황에 뒤처진 멘트를 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캐스터의 역할이 해설 간의 호흡 조절을 통해 경기 상황에 대한 진행을 매끄럽게 이어간다는 점에서 송재익 캐스터의 논란에 대한 지적은 당연하다.

그러나 또 다른 시선으로 송재익 캐스터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송재익 캐스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 해설위원이다. 1942년 출생인 그는 1969년 동아방송 공채 아나운서로 데뷔하고, 1973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며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췄다. 초기에는 복싱 위주의 중계를 하다가, 1980년대부터 축구 캐스터를 도맡았다.

이 당시 캐스터들의 정형화된 진행과는 달리, 송재익 캐스터는 파격적인 어록들을 생산해내며 스타 캐스터 반열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됴쿄 대첩 당시의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2005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독일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발락이 넘어지자 “발락, 선수 이름처럼 발락! 넘어지네요.”등의 창의적인 발언들이 있다.

지나치게 파격적인 어록들로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한국 스포츠 캐스터계의 산 증인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트렌드에 뒤처지며 여전히 예전의 해설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레트로’나 ‘올드스쿨’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것은 옳지 않아!”라는 마음 보다는, “이런 방식의 해설도 있구나!”라는 개방적인 마음으로 대하는 것은 어떨까.

일부 K리그 올드 팬들은 최신식 구장보다 경기장 앞에 노점상들이 밀집해있는 종합운동장에 더욱 애착을 가진다고 한다. 그 시절 감성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송재익 캐스터의 해설도 그렇다. 숫자와 정보에 익숙한 요즘, 가끔은 동네 아저씨가 해설하듯 정겹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발생한 논란은 캐스터의 능력 여부를 떠나 삭막 해진 우리 사회의 팍팍 해진 기준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05.20 사진=K리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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