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UFC 판 라이트급 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25일(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섬에서 열린 UFC 254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저스틴 게이치를 2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로 잠재우며 라이트급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했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하빕은 본인의 가장 오래된 훈련 파트너이자 아버지인 압둘 마납 누르마고메도프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뒤,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싸움은 의미가 없다며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UFC 전적 13승을 포함해 MMA 전적 29승 무패라는 대기록을 남긴 채 하빕이 떠난 뒤 초유의 관심사는 공석이 된 라이트급 타이틀 자리다. 각자 하빕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타이틀 자리를 노렸던 선수들이 이제는 하빕이 아닌, 더 많은 컨텐더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선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사실상 맞대결이 확정된 더스틴 포이리에와 코너 맥그리거의 경기다. 자선 활동 목적에서 시작된 매치업이었지만, 하빕의 은퇴로 경기의 무게감이 더욱 증가했다. 특히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많은 팬덤을 거느리는 포이리에와 흥행 보증 카드 맥그리거, 둘 사이의 2차전, 주인 없는 타이틀 등 여러 스토리 라인이 데이나 화이트에게 타이틀전으로서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다.

최근 게이치와의 경기에서 패배로 12연승 행진을 멈춘 토니 퍼거슨도 타이틀 대권에 도전할 유력 후보 중 하나다. 긴 리치를 활용한 변칙적인 타격과 엘보우, 하위 포지션에서의 움직임과 주짓수에 강점을 보이며 하빕의 대항마로 항상 이름이 오르내렸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빕마저 퍼거슨과의 경기를 앞두고 무리하게 감량을 시도하다 실패할 만큼 부담감을 느낀다.

하지만 최근 게이치와의 경기에서 드러난 타격가와의 싸움에서 보인 약점은 특히 수준급 스트라이커가 많은 라이트급 탑 컨텐더 사이에서 이전의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무릎 부상과 노화 등으로 신체 능력이 조금 떨어졌다는 평도 있다.

그리고 랭킹에는 없지만, 타이틀 후보자로 거론되는 선수도 있다. 바로 전 벨라토르 라이트급 챔피언인 마이클 챈들러다.

NCAA 올 아메리칸 레슬러 출신의 챈들러는 강한 레슬링을 활용한 저돌적인 스타일로 MMA 2위 단체인 벨라토르에서 10년 동안 타이틀 혹은 그 근처에서 활약했다. 비록 2위 단체이기는 하나, 10년의 기간 동안 정상권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최근 UFC 입성과 동시에 곧바로 하빕과 게이치의 타이틀전에서 백업 파이터로 들어가며 화이트 대표의 기대감을 받기도 한 챈들러는 하빕에게는 레슬링으로, 게이치에게는 타격으로 상대해 줄 것이라며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타이틀전에서 패배한 게이치도 여전히 타이틀권에 근접할 수 있는 선수다. 이외에도 포이리에와 타격 맞불로 호각을 보인 댄 후커, UFC 7연승 행진 중인 주짓수 블랙벨트 찰스 올리베이라 등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여러 선수가 타이틀을 노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빕이라는 역대급 ‘GOAT’가 사라지면서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도리어 문화가 꽃피웠던 시기이기도 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현재 중국의 근간이 된 사상, 문화 등이 형성되었으며, 스페인 역시 암울했던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예술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빕이 떠난 라이트급 자리에도 혼란과 함께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격투기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사진 = UFC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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