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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김귀혁 기자] ‘공격이 강한 팀은 경기에서 이기고, 수비가 강한 팀은 우승한다’라는 축구계 격언이 있다. 이 모습을 PSG를 상대한 맨시티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의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리야드 마레즈의 연속 두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며 지난 1차전 2-1 승리를 더 해 합산 스코어 4-1로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맨시티는 리그 우승이 사실상 확정적이었기 때문에 주말 크리스탈 펠리스 원정 경기에서 대거 로테이션을 강행했다. 따라서 이번 PSG와의 경기에서는 골키퍼 에데르송과 페르난지뉴, 그리고 페르난지뉴를 대신해 교체로 나왔던 진첸코를 제외한 8명의 선수가 일주일 가량의 휴식을 취한 채 경기에 나섰다. 이는 한창 리그 우승 경쟁 중인 PSG가 지난 주말 리그 경기에서 주전 대부분을 나서게 한 것 대비 유리한 요소였다. 여기에 지난 1차전에서 넣은 원정 두 골은 맨시티를 결승행을 더욱 가까이 만든 것 중 하나였다.



물론 불안 요소도 존재했다. 투자한 금액과 선수들의 전력 대비 매 토너먼트 결정적인 상황마다 무너진 경험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 한 수 아래였던 리옹을 상대로 8강에서 무너졌고, 토트넘과의 2018-2019시즌 경기에서도 아쉬운 전술적 판단으로 1차전 패배 속에 결국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만큼 이러한 경험을 매 시즌 겪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판단이 중요했다. 그리고 펩은 지난 주말 과감한 로테이션을 시작으로 결승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선발 명단에 에데르송 골키퍼와 함께 수비 라인에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인 후벵 디아스와 존 스톤스, 풀백에는 카일 워커와 함께 변칙적인 활용이 가능한 칸셀루 대신 진첸코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러한 수비진 구성은 PSG가 자랑하는 막강한 공격 라인을 무력화시켰다. 우선 화려한 드리블과 빠른 돌파로 측면을 허무는 디마리아와 네이마르를 대비해 측면 수비에 준족을 자랑하는 워커와 진첸코를 배치했다. 특히 칸셀루의 왼쪽 측면 수비 배치로 이번 시즌 재미를 봤던 과르디올라였지만, 지난 1차전 칸셀루의 부진과 동시에 PSG의 공격 스타일을 파악한 카드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수비진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영국 축구 매체인 ‘스쿼카 풋볼’에 따르면 수비 리더인 디아스는 문전 앞에서 파리의 슈팅을 막는 결정적인 블록만 3번을 기록했고, 3번의 클리어와 함께 3번의 볼 리커버리를 기록하는 등 PSG 공격수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존 스톤스도 디아스 옆에서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믿음에 부응했다. 특히 이번 시즌 디아스와 존 스톤스 조합이 선발로 나서서 90분을 뛰었던 20경기에서 1번의 무승부와 패배를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기록 중이다. 이 중 클린시트만 13번에 실점도 8골에 불과하다.

진첸코와 워커 역시 세계 최고 윙어인 네이마르와 디마리아 앞에서 인상적인 수비로 측면 중심의 공격인 PSG의 흐름 자체를 억제했다. 여기에 진첸코는 마레즈의 선제골 과정에서 에데르송의 롱패스을 받아 기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맨시티의 막강 수비진 앞에 선 PSG 입장에서는 킬리안 음바페의 부상 공백이 분명 뼈 아팠지만, 지난 1차전에서도 이러한 수비에 가로막혀 양 팀 선수 중 최소 터치인 29회와 함께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점을 상기해보면 결코 이러한 모습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 앞선에서는 페르난지뉴의 노련한 커버와 함께 베르나르두 실바의 넓은 활동량, 귄도안의 유려한 침투와 템포 조절 등이 어우러지며 지나치게 흥분한 PSG를 노련하게 조리했다. 공격진에서는 언제나 위협적인 킥력으로 PSG를 괴롭혔던 케빈 더 브라위너와 이번 4강전 3골을 터뜨리며 클러치 능력을 과시한 리야드 마레즈, 그리고 온더볼 상황에서 역동적인 전진성을 보여준 필 포든 등이 제 역할을 해줬다.

특히 지나친 왼발 의존도로 템포를 늦춘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붙었던 마레즈는 펩의 지휘 아래 한층 발전된 축구 지능으로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축구 통계 매체인 ‘후스코어드 닷컴’에 따르면 이날 마레즈는 4번의 슈팅 중 3개가 골문 쪽으로 향했고, 두 골을 만들어내는 순도 높은 결정력을 과시했다. 드리블도 5번을 성공함과 동시에 4번의 파울을 얻어내며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9.7점을 받았다.

필 포든 역시 메시와 호날두의 세대교체 시기 아래 이른바 ‘음란대전’으로 불리며 음바페와 홀란드에게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에 본인도 있음을 증명해냈다. 특히 포든은 두 번째 마레즈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2000년생 20살의 나이로 올 시즌 구단 첫 10-10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제 맨시티는 오일 머니의 지원 아래 리그 우승 이후 숙원 사업이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펩의 전술적 패착, 수비 불안 등으로 지난 5년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악재들을 모두 극복한 뒤 이뤄낸 결승행이라 더욱더 값지다. 과연 맨시티가 빅이어를 들어올리며 한 층 더 빅클럽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펩 역시 바르셀로나가 아닌 새로운 클럽에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본인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을까. 축구 팬들의 시선이 5월 30일 이스탄불로 향한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21.05.05. 사진 = 맨체스터 시티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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