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스티븐 제라드가 이끄는 레인저스가 리그 최종 라운드 애버딘 전에서 4대0 대승을 거두며 2020-21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우승을 거머쥐었다. 통산 리그 55번째 우승이자, 10년 만의 리그 우승이었다. 팀 역사상 처음으로 승점 100점 고지를 넘은 기록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단순 우승이 아닌 ‘무패우승’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리그에서 무패우승이 나온 적은 이번을 포함해 총 네 번 있었다. 1897-98시즌 셀틱(15승 3무), 1898-99시즌 레인저스(18승), 2016-17시즌 셀틱(34승 4무), 그리고 이번 2020-21시즌 레인저스(32승 6무)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앞선 두 경우는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의 전신인 ‘디비전 1’ 시절로 한 시즌에 고작 18경기만을 치렀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무패우승 기록은 스코티시 프리미어십이 정식 출범된 2013년 이후의 두 기록이다.

# 셀틱 독주 시대의 종말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리그는 언제나 셀틱과 레인저스의 이파전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역대 우승 횟수에서도 레인저스가 55회로 1위, 셀틱이 51회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3위 애버딘은 고작 4회 우승을 기록했다.

글래스고를 연고로 하는 두 팀 간 경기를 칭하는 ‘올드 펌 더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셀틱은 지난 2011-12시즌부터 9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 사이에 레인저스가 재정 악화로 인해 하부리그로 강등을 당한 여력이 있었긴 하다만, 9년 연속으로 셀틱에게 우승을 내준 사실은 라이벌 레인저스 입장에서 자존심상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셀틱이 이전과 다르게 리그 내내 삐끗하는 모습을 보였고, 레인저스가 리그에서 셀틱과 맞붙은 네 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덤으로 레인저스는 스코티시 컵에서도 셀틱에 2대0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레인저스는 리그 3라운드 이후 단 한 번도 순위표에서 1위를 빼앗기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리그 38라운드까지 32승 6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스코티시 챔피언십 출범 이후 첫 우승이자 무패우승을 달성했다. 10년의 한을 푸는 순간이었다.

# 리그 우승과의 지독한 악연을 깬 스티븐 제라드

레인저스의 리그 우승은 제라드 감독에게도 뜻깊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축구선수 생활 전부를 리버풀에 바친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는 리버풀에서 빅 이어를 비롯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유독 리그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제라드는 레인저스 감독 부임 이후 세 시즌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프로 축구 생활에 있어 첫 정규 리그 우승을 성취한 순간이었다.

제라드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구내식당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그라운드 내 서로 별명 부르기 등 새로운 훈련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훈련에서는 뒤처지는 선수에게 과감한 비판을 건네는 한편 경기 시에는 패배 시 원인을 본인으로 돌리며 팀을 하나로 뭉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장기간의 주장 경험으로 터득한 리더십이 감독 생활에서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제라드는 이러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스코티시 프로페셔널 풋볼 리그(SPFL)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스코틀랜드 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개인 수상이었다.

# 우승의 필수 역량, 득점력

레인저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가장 큰 역량이라 한다면 엄청난 득점력이었다. 스카이스포츠가 5월 7일 집계한 데이터에 의하면 집계 시점 올 시즌 TOP 20개 리그 팀 중 모든 대회를 포함해 최다 득점을 기록한 팀은 레인저스였다. 무려 54경기 131골. 2위 바이에른 뮌헨과 5골 차이가 나는 수치였다.

물론 집계 당시 모든 시즌 경기가 치러진 것이 아니었으며 레인저스의 경우 뮌헨 등 타 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렀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지만 이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기록이었다.

실제 레인저스는 집계 이후 치러진 두 경기에서도 각각 3득점, 4득점을 기록하며 멈추지 않는 득점 행진을 보여줬다. 최종 리그 득점 순위에서도 상위 다섯 명 중 세 명(루프, 모렐로스, 태버니어)이 레인저스 소속이었다.

# 색다른 우승 세리머니 VS 광분한 팬들

레인저스는 10년 만의 리그 우승을 팬들과 함께 기념하기 위해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서 색다른 이벤트를 진행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삼성 건설에서 지은 건물로도 우리나라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다.

55번째 리그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오후 5시 55분 레이저 쇼를 통해 ‘통산 55회 리그 챔피언이 된 건 구단을 지지해준 전 세계 팬들 덕분’이라는 메시지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한편 모든 우승 세리머니들이 순전히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조지 스퀘어에서는 우승에 심취한 팬들이 고삐가 풀린 듯 흥분을 지체하지 못하며 술병을 던지고 싸우는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실려 나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5.19. 사진=레인저스 공식 인스타그램, 나무위키, 트랜스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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