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지난 28일(한국 시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이 RB 라이프치히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을 차기 감독으로 공식 발표했다. 무리뉴 감독 경질 이후 새 감독을 모색하던 토트넘 부임설도 있었지만 결국 나겔스만의 행선지는 전통 강호 뮌헨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나겔스만의 뮌헨 부임을 뢰브 감독의 독일대표팀 사임으로 인한 ‘감독 연쇄 이동’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 뢰브 감독이 쏘아 올린 작은 공

2006년부터 약 15년간 ‘전차군단’ 독일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요하임 뢰브가 지난 3월 다가오는 유로 2020 이후 대표 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자, 차기 감독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한지 플릭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한지 플릭 역시 이를 수용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하며 플릭의 독일대표팀 행은 기정사실로 됐다.

자연스럽게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직 역시 공석 위기에 놓였고, ‘분데스리가 최연소 천재 사령탑’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던 나겔스만이 뮌헨으로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겔스만의 뮌헨 행이 확정되자 라이프치히의 감독직 역시 공석으로 남게 됐고, 지난 29일 라이프치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 감독으로 잘츠부르크 감독 제시 마쉬 선임을 발표했다. 감독들의 연쇄 이동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 간 감독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두 팀의 엠블럼에서도 예측할 수 있듯, 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는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레드불’의 후원을 받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두 팀은 이번 감독 교류 이외에도 수많은 선수와 감독, 스텝들의 왕래 전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수비수 다요 우파메카노를 비롯해 리버풀의 나비 케이타, 우리나라의 황희찬 선수 모두 잘츠부르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라이프치히 이적을 성사한 케이스다.

심지어 제시 마쉬 감독은 잘츠부르크 감독 부임 전 라이프치히에서 수석코치 생활을 했으며, 같은 레드불이 후원하는 미국의 뉴욕 레드불스에서 감독 생활을 한 바도 있다.

#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든 Red Bull

레드불은 1987년 창립된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드링크 회사다. 창립자 디트리히 마테쉬츠는 여타 다른 음료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기획하고 싶었고, 그가 핵심적으로 뛰어든 분야가 스포츠 분야였다.

전체 매출 30%를 스포츠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는 레드불은 에어 레이스, 절벽 다이빙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뛰어들며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레드불이 기획한 우주 낙하 프로젝트 ‘레드불 스타라토스’에서 오스트리아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39km라는 인류 역사상 최고 고도에서의 자유낙하에 성공하며 엄청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불의 시야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넘어 가장 대중화된 스포츠인 축구, 야구의 문 역시 두드렸고 현재 축구계에서 레드불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Red Bull 후원 축구 구단들

* FC 레드불 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지난 2005년 심각한 재정난으로 파산 위기에 놓여 있던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SV 뷔스텐로트 잘츠부르크를 인수한 레드불은 팀명을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로 바꾸며 새로운 구단의 출범을 알렸다.

레드불의 구원과 후원으로 잘츠부르크는 점차 예전의 명성을 찾아갔고 레드불이 인수한 지 불과 2년 만에 10년 만의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06-07 시즌을 시작으로 19-20시즌까지 치러진 14시즌 동안 11회의 우승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의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 역시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고, 현재 챔피언십 그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리그 8연패 대기록 작성을 앞두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선수 육성 방식은 독특하다. 지난 2012년 레드불이 오스트리아 2부 리그의 또 다른 클럽 FC 리퍼링을 잘츠부르크의 위성 구단으로서 인수하자, 잘츠부르크는 소속팀 선수 중 경험이 필요하거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선수를 리퍼링에 임대 보내며 육성하고 있다. 리퍼링은 우리나라의 김정민 선수가 몸담았던 구단이기도 하다.

잘츠부르크는 이러한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통해 어리고 유망한 선수를 높은 이적료로 판매해 수익을 끌어올리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리버풀의 핵심 날개를 담당하고 있는 사디오 마네, 세계 최고의 유망주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 엘링 홀란드 등이 잘츠부르크에 몸담은바 있던 대표 선수들이다.

* RB 라이프치히 (독일)

레드불이 후원하는 구단 가운데 가장 최상위에 있는 팀은 단연 라이프치히다. 지난 2009년 독일 5부 리그 소속 SSV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한 레드불은 RB 라이프치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구단 출범을 알렸다.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해 창단 6년 만에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는가 하면, 지금은 전통 강호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를 위협하는 강력한 리그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19-20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무려 4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을 만큼 독일 무대뿐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도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의 챔피언스리그 무대 진출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UEFA(유럽축구연맹) 규정상 승부 조작에 대한 의혹 때문에 같은 회사나 스폰서가 운영하는 클럽은 두 팀 이상 같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기존에 잘츠부르크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던 터라 규정상 라이프치히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라이프치히를 의도치 않게 살린 제도가 바로 분데스리가의 50+1 룰이다. 분데스리가는 외부 자본이 구단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팬 중심의 구단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49%가 넘는 구단 지분을 가질 수 없도록 한다.

50+1 룰로 인해 레드불 역시 49%가 넘는 지분을 가질 수 없었고 자연스레 레드불은 라이프치히의 구단주가 아닌 최대 후원사로 남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라이프치히가 레드불 소유 구단이 아니라 팬들의 구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라이프치히는 UEFA의 규정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잘츠부르크와 동시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분데스리가는 바이엘 04 레버쿠젠과 같이 독특한 경우가 아닌 이상, 스폰서 이름을 팀 명칭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여기서 레드불은 이 규정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RB 라이프치히라고 팀명을 정하며 ‘RB’가 독일어로 축구를 뜻하는 ‘Rasen Balsport’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는 레드불의 약어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으며, 실제 유럽 대항전 조 추첨 시에도 많은 전문가가 RB 라이프치히를 레드불 라이프치히라고 발음하는 것을 보면 레드불의 교묘한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막대한 자본으로 순식간에 하부 리그에서 분데스리가 최상위 팀으로 도약한 라이프치히와 레드불을 두고 팬과 연고지 중심의 리그를 강조하는 분데스리가 현지 팬들은 레드불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뉴욕 레드불스 (미국)

지난 2006년에는 레드불이 미국 MLS 메트로스타스를 인수해 뉴욕 레드불스로 팀명을 바꿨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팀명에 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레드불은 ‘전통에 대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 방향을 제시했다. 2010년에는 슈퍼스타 티에리 앙리를 영입하며 레드불과 구단 홍보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 RB 브라간치누 (브라질)

레드불은 지난 2019년 브라질 리그에서도 CA 브라간치누를 인수해 RB 브라간치누로 팀명을 바꿨다. 인수 첫 해 브라간치누는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이 B 우승을 거머쥐며 세리이 A로 곧바로 승격한 바 있다.

# 레드불 후원 구단 간 잦은 왕래의 이유와 장점

레드불 후원 구단 사이 많은 선수와 감독, 코치의 이적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선수로서는 적응에 큰 장점이 있다. 레드불 후원의 대표 구단인 라이프치히와 잘츠부르크의 경우 같은 축구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 2019년까지 라이프치히 단장직을 맡았던 랄프 랑닉은 잘츠부르크에서의 단장직 경험도 있다. 두 구단 모두 4222을 기본으로 하는 압박과 속공 전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가 팀을 옮기더라도 전술 이해와 적응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모두 게르만 문화권에 속해 독일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팀을 옮기더라도 언어와 같은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더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뛰고자 하는 선수가 이런 기회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

구단들의 입장도 유사하다. 기존 전술에 느낌표를 찍어줄 선수를 레드불 후원 타 구단에서 영입한다면 오랜 적응 기간 없이 선수가 팀에 가시적인 기여를 해줄 수 있다. 심지어는 형제 구단인 만큼 이적료에서도 다른 구단과의 거래액보다 값싼 가격에 거래를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앞선 잘츠부르크와 리퍼링의 예시에서도 봤듯, 선수 육성에서도 레드불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해 효과적인 육성 환경과 경험을 선수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 축구계에서 자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독일의 예시에서도 봤듯, 축구계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팬들도 많다. 그렇다면 우린 축구계에서 자본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라이프치히와 잘츠부르크 단장직을 수행한 바 있는 랑닉은 축구 구단 운영에 있어 자본, 컨셉, 능숙도의 적절한 혼합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렇듯 바라보는 시각과 별개로 자본과 축구는 더는 뗄 수 없는 관계에 봉착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구단에 대한 자본의 투입이 결코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레드불이 매출의 30%를 스포츠 마케팅에 사용하는 만큼 자본의 투입은 매출로 이어지고, 매출은 또다시 스포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스포츠 마케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스포츠에 투자를 하는 거대한 자본의 순환 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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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쉬 감독의 라이프치히 행으로 우리나라 축구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마쉬가 황희찬 선수가 라이프치히로 이적하기 전 잘츠부르크에서 맹활약할 때 팀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황희찬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마쉬의 존재는 현재 팀 내 입지가 좁아진 황희찬에게 분명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희찬이 하루빨리 분데스리가에 적응하기를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5.01. 사진=잘츠부르크, 라이프치히, 뮌헨, 독일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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