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정재근 기자] 류은규, 강현석과 같은 선수들이 라크로스 경기뿐만 아니라 JTBC 축구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도 활약을 하며 국내 라크로스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추세에 추세에 추세에 따라 스포츠미디어시리(Sport Industry
Review &Information)에서는 빛나게 활약하고 있는 한국 라크로스 선수들을 알리는 기사를 작성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인터뷰 대상 선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출신 남자부 김수경 심판이다.
김수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자 라크로스팀 MADDOGS 매니저로 라크로스인으로서 처음 이름을 알렸으며, 같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여자 라크로스팀 HUFS OWLS의 선수 이어 현재에는 LUMBERJAX 매니저이자 남자부 최초 여자 심판 타이틀까지 얻었다.
(아래 인터뷰는 2024년 7월 5일에 진행됐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Q. 신입생 때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자 라크로스팀 MADDOGS의 매니저로 처음 입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생소한 종목이기에 입단 전에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라 예상되는데 라크로스의 어떤 매력이 본인을 MADDOGS로 이끄셨나요?
저도 라크로스라는 종목을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경험을 해보지 못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라크로스는 다양한 스포츠의 성격을 가진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움직임에서는 농구 같고, 형태를 보면 하키 같고, 그 안에서는 독자적인 룰과 전술이 있는 것을 보며 재미 요소가 정말 많은 스포츠라 생각하여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매드독스에서의 경험도 정말 새로웠어요. 같이 훈련을 하고 밥도 먹고 해외도 나가면서 동료가 아닌 가족’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꾸준히 훈련하고, 더 나아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며 라크로스를 하는 선수 들의 모습을 보며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매니저 생활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Q. 일명 MADDOGS의 레전드 매니저라고 다들 부르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 훈련할 때 혼자 사진, 훈련 전체 영상, 숏폼용 영상 그리고 훈련 진행까지 모두 맡으셔서 하셨던 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인 일정을 소화하시는 가운데에 이 모든 일을 해내시는 게 힘들었을 거 같은데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실 그때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 그만큼 매드독스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18년도 2학기가 시작하면서 매니저분들이 나갔을 때가 잠깐 있었어요. 그 와중에 19년도 홍콩 오픈 참가까지 확정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혼자 소화해야 했었습니다. 월, 금 훈련을 모두 나가면서 훈련진행도 하고, 사진/영상도 같이 찍고 콘텐츠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팀의 열정에 뒤쳐지기 싫었고, 홍콩 오픈을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서포트가 필요했었기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매드독스에 쏟아 부었던 것 같아요. 동시에 학부 학생회도 하고 공부도 해야 했지만, 덕분에 웬만큼 바쁘고 힘들어도 이때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고 정말 후회 없는 학교 생 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Q. 매니저에 이어 HUFS OWLS의 선수로도 활약하셨어요. 같은 종목이지만 매니저에서 선수까지 도전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계기가 선수로서 도전을 이끌게 되셨나요?
제가 원래 팀 스포츠를 정말 좋아해요. 사람들이랑 같이 운동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라크로스에 빠져 있었다 보니 사실 그 당시에 다른 스포츠는 엄청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봐요(웃음). 그래 서 스포츠 팀에 들어가더라도 라크로스 이외에 다른 종목은 생각을 못했어요. 정말 운이 좋게도 한국외대에는 여자, 남자팀이 둘다 있으니 충분이 도전을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 라크로스와 여자 라크로스는 장비와 룰이 다르지만, 큰 틀에 있어서는 많은 공통점이 있어 시작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매니저로 팀을 서포트 하는 것이 실제 경기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팀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내조하는 것인데, 저도 팀의 승리를 위해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그 방법은 제가 선수로 뛰는 것이고 그것이 제가 아울스에서 선수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빠르게 라크로스를 배우셨어요. 현재 스틱 스킬도 뛰어나시고 특히 엑스(골대 뒤의 공간) 닷지가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는데 엑스 닷지를 활용하여 골을 넣은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어느 대회이고 골이 들어가는 순간에 어떤 기분 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엑스 닷지로 넣은 모든 골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골을 넣어서가 아니라, 팀원들이 저를 믿는 것이 가장 잘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엑스 닷지를 해도 될지 고민이 될 때 팀원들은 눈빛 으로 ‘너가 해. 할 수 있잖아!’ 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어요. 제가 엑스 닷지를 하기 편하게 오프 더 볼(Off the Ball) 움직임을 해주거나 닷지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바로 패스를 받으러 와줬어요. 이렇게 팀원들 의 신뢰 속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정말 고맙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4학년 2학기까지 마치고 나서도 KNSL(Korea National Sixes League)과 대학리그 등에서 HUFS OWLS 소속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셨어요. 팀과 라크로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기 힘든 일이라 예상되는데 본인에게 HUFS OWLS는 어 떤 존재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스포츠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소중한 나의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대학생활 중에 동료들과 같이 땀 흘리고 울고 웃고 할 수 있는 때가 많이 없어요. 하지만 아울스에서 훈련을 하면서, 훈련이 아니어도 카페에서 라크로스 수다를 떨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고 ‘내가 이 팀에 더욱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만 잘해서 되는 스포츠도 아닐 뿐더러, 팀 플레이로 승리했을 때 기쁨이 배가 된다고 느껴요. 제가 어느 집단에 있어도 중요시하는 ‘이해와 협동’을 아울스에서 굉장히 많이 느끼고 배운 것 같아요.
Q. 김수경 선수의 10 on 10 경기 영상을 보면 많은 골을 넣어도 큰 세레머니를 볼 수 없는 거 같아요. 추후에 하고 싶으신 세레머니나 계획하신 세레머니가 따로 있나요?
제가 세레머니가 없었군요? 나름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웃음). 사실 세레머니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골을 넣어도 잘 안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다음 플레이에 대해 더 생각하는 편이라 골 넣은 기쁨은 정말 잠깐 느끼는 것 같아요. 라크로스는 한 두 번의 흐름을 잡으면 충분히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항상 잡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만약 정말 극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거나 중요한 득점을 만들어 낸다면 카메라를 향해 아울스 제스쳐를 날려보고 싶네요(웃음).
Q. 매니저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그리고 심판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하나씩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매니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18년도 써머리그 우승했을 때 인 것 같아요. 제가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이뤄낸 첫 우승이기도 하고, 이후에 매드독스 팀원들이 열심히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매 경기, 매 경기가 재미있고 새로워서 오랫동안 매니저를 해올 수 있었습니다.
선수로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22년 써머리그 마지막 날에 연세 대학교와의 경기인 것 같아요. 그때 저희 선수 중 고소연, 고은서 선수가 부딪히면서 발목 부상을 입었는데 그 때 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고 점수 차가 중요했기 때문에 한 골이라도 더 넣고, 막아야 해서 선수를 하며 가장 집중했던 경기였습니다. 결국 경기는 이겼지만 1점 차로 너무 아쉽게 4위를 하게 되어서 제 스스로가 조금 미웠어요. ‘조금 더 뛰고, 조금 더 과감히 닷지를 했더라면 한 골을 더 넣을 수 있었지 않나… ‘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심판으로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첫 인터내셔널 대회인 가시마 오픈에서의 경기들입니다. 아무래도 처음 국제 대회 파견이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그 때의 실수 와 피드백들이 정말 좋은 양분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려워하던 부분을 국내 대회에서 연습하며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가시마 오픈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한 클럽팀의 매니저로 시작하여 국가대표 매니저까지 도전하시고 선발돼서 큰 국제대회도 다녀오셨습니다. 국가대표 매니저를 지원하시게 된 계기와 선발이 되셨을 때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제가 매드독스에서 5년 정도 매니저를 하면서 여러 국제 교류전과 해외 대회에 참여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환경이나 여건에서 경 험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국제 이벤트 에 참여할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더 큰 필드에서 활동해보고 싶다 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그러다 22년도 11월에 2023 WLMWC APQ(World Lacrosse Men’s World Championships Asia Pacific Qualifier) 스태프로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 선수들 이 진심을 다해 경기를 뛰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하고 싶다 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퀄리파잉이 끝나고 바로 국가대표 팀 매니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국내 지원 매니저로 선발이 되었어요. 파견에 필요한 자 원이 한정되기 때문에 많은 스태프가 현지에 가기는 힘든 상황이었죠.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스태프진, 협회의 도움을 받아 현지 에서도 대표팀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어 함께 미국에 가게 됐고, 제가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제 인 생에서 손에 꼽는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가대표 매니저로 활약하셨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궁금해요.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으신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저희가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기대만큼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지 는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회 하나하나가 소중했습니다. 그 기회 중 하나가 덴마크 전이었는데, 첫 승을 가져온 경기였어요. 다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부상도 있었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정말 열심히 뛰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남은 기간 동안 더 열심히 서포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1 점 차로 이긴 경기여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웃음). 아마 그 경기를 생중계로 보던 시청자 분들도 긴장하면서 보셨을 텐데,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많은 축하와 인스타그램 태그가 달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Q. 매니저와 선수 그리고 심판까지. 본인에게 라크로스는 어떤 존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쉴 때는 있어도 완전히 떠날 수 없는 고향’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직장 생활 때문에 이전만큼 자주 참여하기 힘들겠지만, 힐링하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제가 더 성장 해서 한국 라크로스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이번 시즌 꼭 세우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저는 앞으로 심판으로서의 목표를 조금 더 크게 가져보고 싶어요.
선수, 매니저로는 많은 경기에 참여해보았는데 아직 심판으로서 는 많은 배움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이번 시즌은 최대한 많은 국내 경기에 투입되어서 게임 매니지먼트 스킬을 더욱 기르고 싶고, 이 배움을 갖고 내년에 있을 오키나와 오픈에 심판으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 스킬, 영어 실력 등 다방면에서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가야 할 것 같아요.
Q.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라크로스 관련 인물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롤모델이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속해 있는 집단들에 서 몇 명씩 롤모델이 생기는 편입니다. 저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받아요.
남자 심판부, 라크로스 팀, 직장, 학교에도 여러 명 있어요. 제 인터뷰어 정재근 학우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배울 점이 많은 롤 모델입니다(웃음).
Q. 라크로스 가족들에게 한 마디를 하자면?
저의 라크로스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로 어떻게 성장했을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되네요. 제가 받았던 사랑과 응원, 힘을 다른 라크로스인들에게도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고 나아가고 싶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라크로스를 오래 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모두 감사합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정재근 기자(jjk8869@naver.com)
[24.08.26. 사진 = 김수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