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노은담 기자]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티켓 판매에 수요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도입하면서 가격 정책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조별리그 최저 티켓은 60달러, 결승전 카테고리1 티켓은 6730달러에서 시작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출발가일 뿐이다. 실제 가격은 팬들의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오르내린다. FIFA는 북미 시장이 이미 수요 기반 가격 책정에 익숙하다며 211개 회원국 전체의 수익 배분 구조를 강조했지만, 팬들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FIFA는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비자(Visa) 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사전 판매 추첨을 진행했다. 신청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공증인의 입회하에 무작위로 선정됐으며, 한 경기당 최대 4장, 대회 전체에서 최대 10경기분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단일 경기 티켓 외에도 특정 국가 대표팀 경기 전부나 특정 경기장의 전 경기를 묶은 패키지가 제공됐다. 초기 단계에서는 카테고리별 무작위 좌석 배정만 가능했으며, 최종 판매 단계에서만 선착순으로 좌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추첨에 당첨된 팬들은 오는 10월부터 배정된 시간에 맞춰 실제 티켓 구매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FIFA는 10월 2일(목)부터 보안이 강화된 공식 재판매 플랫폼을 론칭해 FIFA.com/tickets에서 티켓을 구입한 팬들에게 재판매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FIFA는 이를 통해 현지 연방 및 지역 정부 규정을 준수하는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마련하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재판매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멕시코 거주 팬들에게도 이 재판매 플랫폼 사용 권한이 주어진다. 이어 FIFA는 오는 10월 27일(월)부터 본격적인 티켓 구입 신청 기간을 열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상세 일정 및 제품 정보는 FIFA.com/ticket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개별 경기 또는 복수 경기 호스피탈리티 패키지 판매는 이미 FIFA.com/hospitality를 통해 시작됐으며, FIFA는 팬들에게 반드시 공식 경로를 통한 구매를 권장하고 있다. 비공식 판매처에서 구입한 호스피탈리티 패키지나 티켓은 정품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말 그대로 실시간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가격 책정 방식이다. 항공권이나 호텔 요금, 공연 티켓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수요가 높으면 가격이 급등하고, 수요가 낮으면 떨어지는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 극대화와 좌석 점유율 관리에 효과적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예측 불가능성과 불공정성 때문에 불만이 크다. 특히 스포츠 티켓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팬 경험’과 직결되는 만큼 논란의 여지는 더욱 크다.
이 제도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세계 최대 티켓팅 기업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공연에서는 ‘플래티넘 티켓’ 기능이 적용되며 가격이 수천 달러까지 치솟았고, 팬들의 거센 항의를 불러왔다. 미국 대학 스포츠에서도 단 4주간 327차례 가격이 바뀐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추가 매출을 창출했지만 팬들의 체감 불신도 크게 키웠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라이브네이션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본격 도입해 단기간 매출 증대 효과를 입증했지만, 동시에 티켓 가격이 계속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팬들의 불신이 확산되며 장기적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남겼다. FIFA 역시 올해 클럽 월드컵에서 해당 제도를 시험적으로 도입했는데, 초기에는 티켓 가격이 급등했다가 수요가 떨어지면서 일부 좌석은 경기 직전 13달러 수준까지 내려가는 혼란을 겪었다. 이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반드시 가격 상승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소비 경험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와 가격 급등 문제는 결국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고, 미국 법무부는 2024년 티켓마스터와 라이브네이션을 반독점 혐의로 제소했다. 일부 주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총액 표시제(All-in Pricing)를 의무화하기에 이르렀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극대화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와 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월드컵에 적용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스포츠 산업 전반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수익 측면에서 보면 FIFA와 같은 단체는 막대한 추가 수익을 확보해 전 세계 회원국에 배분할 수 있다. 그러나 ‘돈 있는 팬만 현장에 올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된다면, 스포츠의 공공성과 대중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격 급등락은 재판매 시장을 자극해 암표 거래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고, 일부 팬은 현장 대신 스트리밍이나 OTT로 이탈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팬 기반 축소와 산업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분명 매력적인 수익 모델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스포츠 산업의 정체성, 즉 누구나 함께 즐기는 공공재적 성격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티켓 한 장의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팬과 산업, 공공성과 시장 논리 사이의 균형을 상징한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이제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라, 스포츠 산업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가늠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노은담 기자(ddaltwo9@naver.com)
[25.09.30. 사진 = fifaworldcup 공식 인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