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조경진 기자]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출전 선수 남녀 성비가 50:50으로 균등하게 구성된 최초의 대회로 기록되며, 스포츠 분야의 성평등에 대한 시대적 의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국내 출전 선수 역시 여성 선수(76명)가 남성 선수(66명)보다 많아, 여성 스포츠의 위상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포츠 저널리즘의 보도 행태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젠더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본 기사에서는 이를 분석하기 위해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국내 보도에 나타난 여성 차별적 보도 현상을 심층적으로 살폈다. 특히 헤드라인에 사용된 단어 분석을 검토하고, 이를 남성 선수 보도 사례와 비교할 예정이다.

 데이터로 본 보도

<그래픽1>

2024 파리 올림픽 기간(2024년 7월 26일~8월 11일) 동안 국내 언론사들이 보도한 여성 스포츠 선수 기사 헤드라인 7,402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세 가지 유형의 젠더 편향적 표현이 확인되었다. 이는 각각 외모 중심 묘사, 경기력과 동떨어진 묘사, 성별 개입 단어로 분류된다.

이 분석은 전체 7,402개의 기사 중 약 0.03%에 해당하는 기사에서 성차별적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통계적 수치를 제시한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여성 차별적 보도의 규모가 미미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낮은 비율이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편향 보도 건수(235건) 중 압도적인 비중(138건, 약 58.7%)을 차지하는 것이 ‘여왕’과 ‘여제’ 같은 특정 유형의 표현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문제가 단순히 사소한 몇몇 단어의 사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편향이 높은 성과를 낸 소수의 스타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분석 결과, ‘여제’(88회)와 ‘여왕’(50회) 단어의 사용 빈도가 가장 높았다. 이러한 표현은 겉으로는 선수의 뛰어난 실력을 칭찬하는 긍정적인 수식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경기력과 무관하게 ‘불필요한 성별을 강조’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 ‘왕’과 ‘황제’는 이미 성별 구분이 없는 중립적 표현으로, 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지칭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여’라는 접두사를 붙여 성별을 명시함으로써, 남성 선수를 보도할 때의 중립적 프레임과 대비되는 이중적 잣대를 드러낸다.

이는 미디어가 여성 선수를 오직 ‘선수’로서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여성’이라는 틀에 가두는 행위로 해석된다. 이는 특정 성별의 본질 그 ‘외부의 것’에 초점을 맞춰 본질의 발전성을 가로막는 ‘한계화 기법’의 일종이다. 미디어는 높은 성과를 낸 여성 선수에게 ‘여왕’, ‘여제’라는 상투적인 프레임을 적용하며, 선수 개인의 고유한 서사보다 성별적 서사를 우선시하는 보도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남성 선수에게 사용되는 수식어는 여성 선수에게 사용되는 수식어와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나 ‘씨름의 제왕’ 황충원과 같이 남성 선수에게 사용되는 ‘황제’나 ‘제왕’ 같은 표현은 선수 개인의 경기력이나 업적을 넘어 그 종목의 절대적 권위와 시대를 상징하는 보편적 타이틀로 기능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성별과 무관한, 순수한 업적과 지배력을 상징하는 의미를 내포하며 그 자체로 완결된 서사를 형성한다.

반면, 여성 선수에게 사용되는 ‘여왕’이나 ‘여제’는 남성 프레임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성별이 규정된’ 타이틀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남성 선수의 서사가 ‘업적-권위-역사’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여성 선수의 서사는 ‘업적’이라는 본질적 요소 외에 ‘성별’이나 ‘외모’ 같은 비경기력적 요소로 희석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언론이 성차별적 언어를 통해 재현하는 서사의 불균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스포츠 저널리즘에서 여성 선수에 대한 보도는 경기력보다 외모나 사생활, 가정 내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 연구는 남성 테니스 콘텐츠가 선수의 ‘신체 기량’을 언급할 확률이 70% 더 높은 반면, 여성 테니스 콘텐츠는 ‘선수 가족’을 언급할 확률이 30% 더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서도 ‘엄마’라는 단어가 사용된 기사 중 대부분이 선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선수 본인의 가정 내 역할이 부각된 사례도 확인되었다. 기혼 골프 선수에게 경기력 대신 가정에서의 아내나 엄마 역할을 묻는 기사가 남성 선수라면 능력만 다루었을 것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서사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포츠 저널리즘 젠더 편향의 원인과 영향

스포츠 저널리즘의 젠더 편향성은 단순한 실수나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여성을 올림픽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의 참여를 ‘가장 추한 광경’이라고 묘사했던 과거는 여성 스포츠가 오랫동안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평가받고 주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뿌리 깊은 편견은 오늘날의 보도 관행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또한, 미디어의 상업적 논리도 젠더 편향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방송사는 막대한 중계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스포츠 프로그램을 흥미 위주의 ‘쇼(show)화’하거나 ‘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선수는 ‘눈요깃거리’로 소비되는 성 상품화의 대상이 되기 쉽다. 경기력보다 외모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춰 선정적인 헤드라인으로 클릭 수를 유도하는 전략은 여성 선수의 본질적인 정체성인 ‘선수’로서의 면모를 가리며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공정성을 훼손한다.

마지막으로, 언론계 내부의 문화적 병폐 역시 문제의 핵심이다. ‘인권보도준칙’이나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언론계 전반의 남성 중심적 문화와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1년 이상 경력 기자들의 절반 이상이 성인지 감수성이 높다고 답한 반면, 5년 미만 신입 기자들은 41%가 낮다고 응답하는 등 연차와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점은 조직 내부에서부터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새로운 패러다임

 2024 파리 올림픽 보도 사례는 수치적으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질적으로는 여전히 심각한 젠더 편향성이 존재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언어 선택의 문제를 넘어, 미디어와 사회가 여성 선수를 바라보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편견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언론 보도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보도 가이드라인의 단순 배포를 넘어, 기자 채용 및 교육, 평가 과정 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을 핵심 역량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외부 전문가 교육을 넘어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언론사 문화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IOC의 보도 지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불필요하게 선수의 외모나 신체 부위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경기력과 노력이라는 ‘선수’의 본질에 충실한 서사를 개발하고, 인기 종목에만 치우치지 않고 스포츠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매개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팬과 소비자가 젠더 편향적 보도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고, 언론사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긍정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는 언론이 단순히 클릭 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및 윤리적 책임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사회적 메커니즘이 될 것이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까지 137일이 남았다.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국내 언론사들의 심도 있는 기사들이 많이 쏟아져나오길 바란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조경진 기자(chokj12@hufs.ac.kr)

[24.09.22. 그래픽 출처 = 조경진 / 사진 출처 = 구글 제미나이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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