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 유례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주말마다 구장에는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화려한 관중 지표 뒤에는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잔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바로 지구 온난화가 불러온 살인적인 폭염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단순히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를 넘어,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철인’도 버티기 힘든 그라운드의 복사열

야구는 대표적인 실외 스포츠다. 경기 시간만 평균 3시간을 훌쩍 넘기며, 선수들은 장시간 직사광선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특히 한여름 그라운드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조잔디가 깔린 구장의 경우 지열이 40도를 웃돌기 일쑤다. 투수와 야수들은 그늘 한 점 없는 벌판에서 수비를 소화해야 하고, 2kg에 달하는 두꺼운 보호 장비를 온몸에 감싼 포수들의 체감 온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여기에 열대야 현상까지 겹치면서 경기 후 선수들의 숙면과 부상 회복을 방해해,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의 몸을 급격히 무너뜨리고 있다.

구단의 임시방편과 현장의 근본적 목소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여름철 컨디션 관리가 곧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즌 초반 눈부신 활약을 펼치던 스타 선수들이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부진에 빠지거나, 탈수와 근육 경련 등 온열 질환성 부상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구단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그아웃에 대형 냉풍기를 설치하고 얼음 조끼와 전해질 음료를 상시 대기시키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얼음 주머니나 냉풍기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뜨거워진 태양을 막을 수 없다며, 보다 근본적인 리그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관중석도 안전지대 아니다, 온열 질환의 공포

폭염의 칼날은 그라운드 위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석의 팬들도 겨누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다변화되면서 야구장은 남녀노소 모두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 특성상 복사열이 심하고 인파가 밀집한 야구장 관중석은 온열 질환에 극도로 취약하다. 실제로 한여름 경기장 곳곳에서는 탈수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의무실을 찾는 관중이 끊이지 않는다. 구단들이 냉방 쉼터를 늘리고 의료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장시간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지속 가능한 KBO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전문가들은 이제 프로야구도 과거의 정신력과 투혼이라는 패러다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혹서기만큼은 주말 낮 경기를 전면 폐지하고 경기 개시 시간을 뒤로 늦추는 등의 탄력적인 스케줄 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유명무실한 폭염 취소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구장의 관중석 그늘막 확대나 쿨링 인프라 확충 등 기후 변화에 맞춘 하드웨어 개편도 시급하다. 팬들이 진정 보고 싶은 것은 무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선수의 눈물겨운 투혼이 아니라, 최상의 컨디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준 높은 플레이다. 기록과 승부, 그리고 눈앞의 흥행 성적을 넘어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결단만이 KBO 리그를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6.06.11, 사진제공 = KBO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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