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장준영 기자]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강조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그들의 ‘눈’이다.
경기장에서 선수의 시선은 분명히 한 곳에 고정되어있지만, 실제로 그들의 두 눈은 훨씬 더 넓은 시야를 보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TV 중계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야의 차이. 바로 주시안(foveal vision)이 경기력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스포츠는 반응의 싸움이 아니라 시각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읽는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시안은 무엇일까?

주시안은 시각정보를 받아들일 때 양쪽 눈 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쪽의 눈을 뜻하는 말로, 해상도가 높고 색채 인식이 정확하다. 비주시안 혹은 부시안이라고 부르는 반대쪽 눈은 중심부를 다소 벗어난 시야로, 세밀함은 떨어지지만 움직임이나 거리, 공간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는 특징이 있다.

스포츠에서는 이 두 시각이 동시에 작동하며, 뛰어난 선수일수록 이 균형이 잘 잡혀있다. 축구 선수는 공과 그 주변을 살피는 주시안과 부시안의 역할이 중요하며, 야구 선수 중 타자는 투수의 손끝을 주시안으로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시안은 실제로 선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현 상무)의 한동희다. 한동희는 우투우타로 오른손잡이 타자이지만 그의 주시안은 왼눈이다. 그로 인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대처가 어려움을 겪었고, 상무 박치왕 감독의 제안으로 주시안을 오른눈으로 교정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5시즌 한동희는 타율 0.400, 27홈런, 107타점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홈런, 타점부문 1위를 차지했다.

물론 1군과 2군의 실력 차이를 감안해야 하고, 단순히 주시안 훈련이라는 단일 요인 때문에 뛰어난 한동희의 성적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시각 교정 훈련이 선수 퍼포먼스 향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동희의 성과는 분명 주목할만한 성과이다. 한동희는 상무 선수 중 유일하게 WBC 대비 평가전 국가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시안은 골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프처럼 정밀한 스포츠에서는 주시안이 조준 정확도에 직결된다.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조준 방향이 달라지고, 퍼팅 정렬 뿐만 아니라 아이언 샷과 드라이버 티샷에도 영향을 준다.

만약 자신이 오른손잡이라서 당연히 오른눈이 주시안일 것이라 생각하고 조준했는데 타깃보다 방향이 오른쪽으로 벗어났다면 주시안이 왼쪽 눈이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주시안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로젠바흐법(Rosenbach Method)와 원형구멍카드법(Hole in a Card Method)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로젠바흐법은 두 눈으로 3~5m 전방의 시표를 바라보며 양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중심에 시표가 오도록 한 뒤, 좌우 눈을 번갈아 감아 중심에 보이는 눈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원형구멍카드법은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린 종이를 두 손으로 잡고 시표를 바라본 뒤, 좌우 눈을 번갈아 감아 시표가 보이는 눈을 찾는 방법이다.

전 세계인의 3분의 2 정도의 비율로 주시안과 주로 사용하는 손이 일치하기 때문에 오른손잡이의 경우 자신이 오른눈잡이 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동희의 경우처럼 오른손잡이이지만 왼눈잡이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스포츠계에서는 시각 인지훈련도 전술 훈련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시각 인지훈련은 눈을 움직이지 않고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선수들은 중심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주변을 관찰하거나, 움직이면서 시야 확장을 연습한다.

스포츠는 결국 시각의 싸움이다. 그러나 진짜 실력은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감각, 그곳에서 진정한 경기력이 완성된다. 주시안이 정확함을 만들고 나서야 부시안을 통해 그 감각과 예측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주시안과 부시안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경기를 넘어 감각으로 읽는 경기를 보게 된다. 비로소 시선은 기술을 넘어 경기의 언어가 된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장준영 기자(aay0909@naver.com)

[25.10.12, 사진 출처=롯데 자이언츠 공식 SNS, AI 제작]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