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올해, LG 트윈스가 2년 만에 KBO 리그 챔피언의 자리를 탈환하며 잠실을 다시 한번 뜨겁게 달궜다. 이에 화답하듯, LG 그룹 본사는 ‘V2 달성 기념 특별 할인’이라는 또 한 번의 대대적인 감사 세일을 제안했다.
이 장면은 많은 팬에게 불과 2년 전의 강렬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LG는 2023년에도 ’29년 만의 통합 우승’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하며, 모기업 차원에서 ‘주요 가전제품 29%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이벤트 사이트 서버는 순식간에 마비되었고, “이러다 LG 망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여파는 엄청났다. 2년이 지나 올해 또다시 이어진 ‘통 큰’ 세일을 보며, 우리는 2023년에 품었던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된다.
어차피 “스포츠 구단 운영은 대부분 적자”라는 말이 공공연한데, 왜 기업은 천문학적인 구단 운영비도 모자라 이토록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는 이벤트를 반복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팬 서비스나 기업 총수의 ‘스포츠 사랑’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스포츠 구단과 모기업 간의 복잡하고도 치밀한 ‘상보적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본 기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궁금증을 파헤쳐보고자 한다.
관계의 시작: “홍보”의 필요성에서 태동하다
한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는 ‘기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KBO)는 시작부터 명확한 ‘기업 리그’의 성격을 띠었다. 당시 정부의 3S(Screen, Sex, Sports) 정책 기조와 맞물려, 대기업들은 정권의 요구와 함께 ‘기업 홍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프로 구단 창단에 뛰어들었다.
삼성(라이온즈), 롯데(자이언츠), MBC(청룡, 현 LG 트윈스), OB(베어스, 현 두산) 등. 팀의 이름 자체가 곧 기업의 이름이었다. 이는 구단이 독립적인 수익을 내는 ‘프로 스포츠 비즈니스’라기보다는, 기업의 한 ‘홍보 마케팅 부서’ 혹은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얻는 이득: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가치
그렇다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기업은 이 ‘돈 먹는 하마’를 왜 여전히 안고 가는 것일까? 답은 ‘돈으로 직접 환산하기 힘든 막대한 가치’에 있다.
첫째, ‘브랜드 노출 효과’다. 1년 내내 TV, 신문, 인터넷 등 모든 미디어 채널에 기업의 이름(팀 이름)이 오르내린다. 만약 LG가 ‘LG’라는 이름을 하루에 수백 번씩 노출시키기 위해 광고를 집행한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다. 하지만 ‘LG 트윈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팬들의 환호와 함께 ‘LG’라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각인된다.
둘째, ‘기업 이미지 제고’다. 앞서 언급한 LG의 29% 세일이 가장 극적인 사례다. 이 이벤트로 인해 LG가 입었을 재정적 손실보다, “약속을 지키는 기업”, “팬들과 기쁨을 나누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통해 얻은 무형의 자산 가치가 훨씬 크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로 직결되며, 트윈스 팬이 LG 가전제품의 충성 고객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또한,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구단 운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구단이 얻는 이득: 생존을 위한 ‘안정적인 울타리’
반대로 구단 입장에서 모기업은 ‘생존’ 그 자체다. 한국 프로 스포츠 시장의 규모는 북미나 유럽에 비해 작다. 티켓 판매, 중계권료, MD 상품 판매만으로는 스타 선수들의 높은 연봉과 구단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때 모기업의 ‘지원금’은 구단의 재정 안정성을 담보하는 가장 튼튼한 동아줄이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이 있기에 구단은 당장의 수익에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선수를 영입(FA)하고, 유망주를 육성(2군)하며, 최신 훈련 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공생의 그늘: 과도한 의존성과 ‘오너 리스크’
물론 이 관계가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구단의 ‘자생력 부족’이다. 모기업의 지원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 팬 서비스 개선이나 적극적인 마케팅보다는, 모기업의 ‘지갑’만 바라보게 되는 안일함에 빠지기 쉽다.
또한, 구단의 운명이 모기업의 경영 상태나 ‘오너’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과거 화려한 성적을 자랑했던 ‘현대 유니콘스’는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인해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모기업의 지원이 ‘안정적인 울타리’인 동시에,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모기업 없이 메인 스폰서십으로 운영되는 ‘키움 히어로즈’ 같은 사례는, 재정적으로는 불안정할지언정 구단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의존’에서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LG의 ‘통 큰 세일’은 기업이 스포츠를 통해 팬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이를 다시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시키는지를 보여준 영리한 ‘스포츠 마케팅’의 정수였다.
스포츠 구단과 모기업의 관계는 ‘적자를 감수하는 지원’이 아니라, ‘무형의 가치를 주고받는 공생 관계’에 가깝다. 기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브랜드 가치와 홍보 효과를, 구단은 안정적인 운영 동력을 얻는다.
다만, 이 관계가 미래에도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단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기업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가 아닌, 각자의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며 시너지를 내는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할 때다. 팬들 역시 이제는 단순히 ‘우리 기업’의 팀이 아닌, 독립적이고 매력적인 ‘우리 구단’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5.11.03, 사진제공 = LG 전자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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