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임민정 기자] 지난 11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현대와 대전하나시티즌 경기 후반 추가시간, 전북의 코치 마우리시오 타리코(타노스)가 심판에게 항의하던 과정에서 자신의 검지로 눈가를 짚는 손동작을 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장면은 곧바로 ‘동양인 비하’ 소지가 있는 제스처라는 논란으로 번졌고,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규정하며 국제축구연맹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프로연맹은 이 사안을 11월 19일 상벌위원회에 회부한다.

전북 구단과 타노스 코치 측은 해당 동작이 인종차별 의도가 아니었다고 즉각 해명했다. 전북은 그 제스처가 “당신도 보지 않았느냐”는 의미의 항의 표현이었으며, 인종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구단 측은 사건 당시의 맥락, VAR 과정과 이후의 감정적 항의 등을 근거로 의도가 왜곡되어 전달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심판협의회는 공개 성명을 통해 해당 행동을 동양인 비하에 해당하는 인종차별 행위로 규정했고, 이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인권과 윤리 원칙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관련 보고서와 영상 자료를 근거로 FIFA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으며, 이번 사안은 심판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축구계 전체의 신뢰 문제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언론은 이번 제소 방침이 최근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과 누적된 감정의 표현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두 축으로 나뉘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영상으로 보면 타노스 코치의 손동작은 분명히 눈을 가리키는 형태였고, 일부 장면은 특정 인종을 희화화하는 소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래서 피해 당사자인 심판이 그렇게 받아들였고, 심판협의회가 강하게 반응한 점은 이해 가능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의도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전북 쪽이 주장하는 바처럼 “당신도 보지 않았느냐”는 맥락의 항의 표현은 실제로 경기장 내에서 쓰이는 비언어적 표현 중 하나이기도 하며, 호날두도 해당 제스처를 사용한 적이 있다. 감정이 벅차오른 상황에서 표출되는 제스처가 문화적 차이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코치의 제스처는 한국적 맥락에서 더 민감하게 해석될 소지가 있어, 단순 영상만으로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심판 측의 대응 의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판협의회가 FIFA 제소 움직임까지 보인 배경에는 최근 잦은 판정 논란과 심판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제소 시도가 ‘판정 문제에 대한 불만 표출’과 섞여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 점은 심판들이 자신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즉, 사건의 도덕적, 윤리적 측면과 동시에 심판&구단 관계의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어느 쪽 말이 맞다/틀리다의 문제를 넘어선다. 인종차별적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고, 축구계 역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 동시에 감정적 상황에서 발생한 제스처의 의도를 규명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의 행동이 모든 맥락을 담아내지 못할 수 있으며, 외국인 코치와의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한국 프로축구가 인권과 판정 신뢰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지켜내야 하는 시점임을 환기한다. 상벌위의 최종 판단과 그 후속 조치가 단순한 징계 이상의 메시지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임민정 기자(frawarenesss@naver.com)

[25.11.15 출처=KFA 제공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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