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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 = 최유나 기자] 안세영이 몸 상태 악화라는 악재를 딛고 또 한 번 정상에 섰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1일 싱가포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BWF 월드투어 싱가포르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세트스코어 2-1(21-11, 17-21, 21-19)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네 번째 우승이다.

이번 우승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안세영은 전날 열린 준결승부터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세계랭킹 4위 천위페이(중국)와 맞붙은 준결승에서 안세영은 1세트 초반 9-3까지 앞서가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이후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졌다. 결국 20-22로 첫 세트를 내줬고, 2세트 초반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의료진의 상태 확인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경기 장면만 놓고 보면 기권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안세영은 특유의 집중력과 투지를 앞세워 흐름을 뒤집었다. 2세트를 21-12로 가져온 뒤 3세트마저 승리하며 천위페이를 무너뜨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직후 공개된 안세영의 발언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공식 인터뷰에서 그는 “1게임 때 무리하면서 두통과 고열에 시달렸다”며 “빨리 회복해서 결승전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닌 실제 신체적 이상 증세를 안고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다행히 약 24시간의 회복 시간이 주어졌고, 결승전에서 안세영의 움직임은 전날보다 훨씬 가벼워 보였다. 1세트는 사실상 일방적이었다. 특유의 수비 범위와 빠른 공격 전환으로 야마구치를 압도했고, 21-11이라는 큰 점수 차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선수 간 맞대결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야마구치는 2세트 들어 랠리의 길이를 늘리며 안세영의 체력을 시험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17-17 동점 상황에서 연속 4점을 내준 안세영은 결국 세트를 내주며 승부를 최종 3세트로 끌고 갔다.

마지막 세트 역시 쉽지 않았다. 경기 후반까지 야마구치가 리드를 유지했고, 안세영은 16-19까지 몰렸다. 상대가 단 두 점만 더 얻으면 우승을 내주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세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더욱 강해졌다. 날카로운 스매시와 과감한 공격 전개로 연속 득점을 만들어냈고, 순식간에 분위기를 뒤집었다. 이어진 랠리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안세영은 무려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1-19 역전승을 완성했다.

승부처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세계랭킹 1위다운 모습이었다. 특히 전날 두통과 고열로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우승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정신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안세영은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상과 컨디션 관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주요 국제대회마다 정상권 성적을 기록하며 여자 배드민턴 최강자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싱가포르오픈 우승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린 안세영은 곧바로 다음 주 열리는 인도네시아오픈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두통과 고열도, 경기 막판 3점 차 열세도 안세영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더 강해지는 세계랭킹 1위의 저력은 이번 싱가포르오픈에서도 다시 한번 증명됐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최유나 기자(cyuna5952@gmail.com)
[2026.05.31, 사진 = 안세영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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