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장준영 기자] 축구는 각 팀 11명이 선발 라인업을 구성해 치르는 경기다. 그런데 한 팀에서 4명이 퇴장당한다면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지난 일요일 열린 K리그1 31라운드 제주 SK와 수원 FC의 경기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장면이 나왔다. 홈팀 제주는 3-4로 패했는데, 이 과정에서 무려 한 경기 4명의 선수가 퇴장을 당하며 K리그 사상 첫 기록을 남겼다.

첫 번째 퇴장은 전반 35분에 나왔다. 제주 수비수 송주훈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원의 공격수 싸박과 몸싸움을 벌이다 팔꿈치를 휘둘러 퇴장당했다. 파울이 박스 안에서 일어난 만큼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1-1 상황에서 수원이 리드를 잡았다.

경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며 3-3까지 이어졌지만, 후반 추가 시간 3분 수원 최치웅이 문전 혼전 끝에 결승골을 넣으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이후 퇴장이 연달아 터졌다. 후반 추가 시간 8분, 제주 골키퍼 김동준이 볼 터치 실수로 싸박에게 공을 내줬고, 이를 저지하려다 핸드볼 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다. 12분에는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며 공을 경기장 밖으로 걷어찬 안태현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리고 15분, 싸박이 제주의 스로인을 막으려는 동작을 취하자 이미 교체로 빠져 있던 이창민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어 싸박을 들이받으며 팀 네 번째 퇴장이 선언됐다.

제주 김정수 감독 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퇴장 장면에 대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 승부욕이 앞서면서 감정이 격해졌고, 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대한축구연맹은 제주 구단과 이창민, 김동준 등 선수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한 경기 팀 4명 퇴장은 K리그 출범 42년 만에 처음 등장한 진기록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한 경기에 가장 많이 퇴장을 당한 경기는 어떤 경기일까?

세계 축구 한 경기 최다 퇴장 기록은 2011년 아르헨티나 5부 리그 클레이폴과 빅토리아노 아레나스의 경기에서 나왔다. 이 경기에서 무려 36명(선수·코칭스태프 포함)이 퇴장당했다. 경기 도중 계속된 충돌 끝에 종료 무렵 양 팀 선수·코칭스태프·팬까지 뒤엉킨 대규모 난투극이 벌어졌고, 주심은 사실상 전원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경기는 클레이폴의 2-0 승리로 끝났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축구 역사에 ‘최악의 경기’로 남았다.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이러한 다수 퇴장 경기는 승패와 무관하게 축구의 가치를 떨어뜨린 경기로 기억된다.

한편, 이번 제주의 경기에서는 퇴장 사태 외에도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종료 후 E석에서 관객이 경기장으로 난입하고, W석 선수 입장 터널 지붕에 오르는가 하면, 필드로 물병을 던지는 사고까지 이어졌다.

제주 구단은 29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홈경기 운영과 안전 관리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고, 보안 인력 강화, 위험 지역 접근 차단, 위험 행위자 제재 등의 재발 방지책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승부욕이 지나치면 경기를 망치고, 안전 관리가 흔들리면 축구의 가치 자체가 훼손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세계 곳곳의 다수 퇴장 사례가 모두 부정적 기억으로 남듯, 이번 사건 또한 K리그가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장 안전과 팬 문화 성숙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드러냈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장준영 기자(aay0909@naver.com)

[25.09.30, 사진 출처=제주 SK FC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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