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대한민국만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는 없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네 번이나 변하는 날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달갑지 않은 현상입니다. 특히 온 몸이 으슬으슬한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욱 적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운 계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농구를 필두로 한 실내스포츠 팬들입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기에 주요 스포츠 종목들은 각각 그들의 사정에 맞게 리그의 일정을 짭니다. 대표적인 야외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는 실외에서 활동하고 관전하기 편한 봄에서 가을까지 리그를 진행하는 한편, 앞의 스포츠들과의 경쟁을 약간 피하면서도 일정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실내 스포츠들은 주로 가을에서 봄에 리그를 진행하는 순환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축구와 야구의 시즌이 끝난 시점에서 스포츠 팬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포츠는 농구입니다. 그러나, 농구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12월 21일)은 농구 시합이 세계 최초로 열린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몰라도 경기를 보는데 지장은 없지만 알면 더 잘보이는 농구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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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온타리오주에 세워진 네이스미스 박사 동상 ⓒ D. Gordon E. Robertson

사실 농구의 역사는 타 스포츠들에 비해 길지 않습니다. 약 120년 전인 1891년 체육연구가인 네이스미스 박사에 의해 ‘농구’라는 종목이 최초로 만들어졌는데, 얼핏 들으면 굉장히 긴 시간이라고 느껴지지만 몇 백년 전에 만들어진 야구나 천 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에 비교하자면 농구의 탄생은 무척이나 가까운 과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구가 발명되게 된 계기 역시 기존 스포츠들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면모가 강했습니다. 기상 등 여러 요인들에 의해 야외에서의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굉장히 부족했던 상황에서 네이스미스 박사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발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였고, 결국 바구니를 높이 걸어놓고 그 안에 복숭아를 집어넣는, 현대의 농구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스포츠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애초에 네이스미스 박사는 농구 골대를 지금의 바구니 형태가 아닌, 박스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박스가 없어서 그 대용품으로 복숭아 바구니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만일 그 때 박스가 그의 주변에 있었다면 농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게다가 네이스미스 박사가 고안한 이 운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네이스미스의 제자 프랭크 마한이 이 스포츠의 이름을 ‘네이스미스 볼’로 짓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겸손한 성격의 네이스미스는 “네이스미스 볼로 한다면 오히려 농구가 죽어버릴 것이고, 학생들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다”며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네모 모양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네이스미스 볼’. 상상 가시나요? 그래도 한국에서는 ‘농구’라고 불렀을 것 같습니다. 농구가 중국, 한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으로 전파 되면서 이 국가들은 ‘바스켓볼’ 대신에 농구 골대가 대나무 바구니와 비슷하다는 것에서 착안, 대바구니 농(籠)을 써서 ‘농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마침내 현대의 농구와 유사한 형태가 자리잡은 것은 1930년대 국제농구협회(FIBA)가 생기면서였습니다. 이 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라면 당시 농구를 즐기는 인구는 대부분 유태인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농구선수의 70%가 유태인들이었다는 사실은 현재 대부분의 NBA선수가 흑인선수인 점을 생각한다면 신기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유태인들의 특성과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애초에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유태인들의 특성과 농구의 탄생배경이 절묘화게 조화를 이뤄 만들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여타 스포츠들에 비해 늦게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농구가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가 높고 인기가 많은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스포츠들이 유럽에서 시작하여 타 대륙에  퍼진 것과는 반대로 농구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전파되는 현상을 보였는데,특히 중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구기종목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냉전시대에는 종주국 미국보다도 소련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기도 하는 등 여러 대륙에 걸쳐 스포츠 종목으로서 빠르게 정착되었습니다. 이는 인원수나 공간 등 여러가지 제약이 다른 ‘갖추어진’ 스포츠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단촐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후 미국에서 1949년 프로농구협회가 형성되었고 이후 수 많은 스타들과 명경기들을 배출해냈으며, 특히 90년대 후반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 등 스타선수들의 활동으로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가 정점을 찍었으며, 국내에서도 농구대잔치와 만화 슬램덩크의 인기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을 등에 업고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90년대 NBA 스타들의 은퇴와 국내의 여러가지 악조건들로 인하여 현재는 국내에서 농구의 인기가 다소 사그러드는 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COPYRIGHT PIRONIO     bitch!
▲ 네이스미스 박사님, 보고 계신가요? PIRONIO

다른 프로 스포츠들도 종종 겪는 상황이지만 프로농구의 침체가 유독 오래 가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제기된 승부조작 의혹과 협회의 부족한 일처리 능력, 그로 인한 대외 경쟁력의 부족 등 내부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농구팬들 역시 피로감을 느낄 것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농구 산업 전반에 걸친 큰 위기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12월 21일은 농구 탄생 124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다른 스포츠보다 짧은 역사를 가진, 이제 겨우 청소년기에 들어선듯한 스포츠지만,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농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농구도 일명 ‘농구탄신일’을 맞아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오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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