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특집] 스포츠를 사랑하는 당신, 그런데 정치는 무관심?

안철수 전 의원의 탈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이름 더불어민주당,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정부의 외교 정책, 그리고 총선과 선거구 획정…

2015년 말과 2016년 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정치 이슈들이다.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정치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고,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누구에겐 악재가, 누구에겐 호재가 다가올 수 있다.

이것은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며 정치와 관련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보고,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규 교과 과정을 통해 역사를 배웠던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프로 스포츠가 과거 전두환 정권이 취했던 3S(SEX, SCREEN, SPORT)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프로축구를 즐기는 팬들이라면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 마다 시도민구단의 새로운 구단주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한다.

많은 경기 단체들과, 스포츠인들이 ‘스포츠와 정치는 서로 독립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스포츠와 정치는 굉장히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스포츠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은 많은 부분을 정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현재도 그렇다.

위에서 언급했던 정치 이슈들은 스포츠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비 효과라는 이론이 있지 않는가? 이러한 정치 이슈들은 점점 미래의 일들에 영향을 끼치면서 결국 스포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치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고, 어떻게 하면 정치를 스포츠 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 궁리해야 한다. 적어도 한국의 스포츠 산업이 충분히 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포츠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한 번 알아보자.

정치는, 스포츠를 움직인다

2010년대는 그 어느 때 보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정치인들의 설왕설래가 유독 많았다. 그 중에는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있었다. 지난 한 해를 보내면서 축구팬들은 투표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민구단이라 불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구단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K리그이기 때문에 이들은 점점 정치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아가고 있는 셈이다.

가장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슈가 바로 성남FC와 경남FC의 행보다. 정치 색도 극명하게 다른 두 시민구단의 구단주이자 지방자치단체장은 축구단 운영으로 인해 울고 웃었다.

먼저, 성남FC는 웃었다. 창단 첫 해 강등 위기, 초대 감독 폭행 사건 등의 악재를 딛고 2015년 시민구단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에 진입하며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물론 감독 및 선수단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 뒤에는 성남시장이자 성남FC의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재명 시장은 성남 일화 축구단을 인수하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성남FC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보였다. 대부분 홈 경기에는 직접 유니폼을 입고 참석했고,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광저우 원정에는 야탑역 광장에서 길거리 응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이 뒤에서 밀어준 성남FC는 활짝 웃었다 ⓒ 성남FC 제공
이재명 시장이 뒤에서 밀어준 성남FC는 활짝 웃었다 ⓒ 성남FC 제공

특히, 이 시장은 인수 때부터 성남FC 인수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축구단을 잘 운영해서 내가 정치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까지 상황은 그의 약속대로 잘 진행되는 중이다.

반면에, 경남의 상황은 정반대다.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이후 2015년 성적은 11개 팀 중 9위. 2015년 시즌이 강등 후 첫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려갈 수 있는 곳까지 곤두박질 친 셈이다.

한 때 시민구단의 대표 격이라 불리던 경남FC의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겸 경남FC 구단주에게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강등 이후 “프로는 결과만 중요할 뿐이다”며 “최악의 경우 해체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인사 정책 역시 실패했다. 자신이 선임한 안종복 단장은 결국 팀을 강등으로 이끌었고(이후 용병 비리, 심판 매수 등의 범죄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선임한 후임 단장 역시 여러 파문을 불러 일으키며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만 정치적인 이슈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2년 후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정치적 문제로 시끄럽다. 야당 출신의 도지사가 부임하고 있는 강원도와 여당 중심의 정부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장 개, 폐회식 장소부터 이견이 생기고 있다. 기존 메인 스타디움으로 예정됐던 알펜시아 주경기장이 안전과 수용 인원 문제로 인해 메인 스타디움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IOC에게 불허 통보를 받은 이후, 강원도와 정부의 대립이 시작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정부는 인구 4,000여명에 불과한 횡계리에 40,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 스타디움을 건설하게 된다면 사후 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메인 스타디움을 강릉 종합 운동장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강원도 측은 소치 올림픽 당시 올림픽 기를 인수받은 사람이 평창군수였으니 상징성을 생각 해서라도 평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지지부진한 경기장 건설에 대한 ‘책임 공방전’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 예산을 받으려고 하는 강원도와, 주지 않으려고 하는 정부의 줄다리기가 경기장 건설을 더디게 하고 있다. 양 측 모두 다양한 논리를 가지고 있겠지만, 속내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프로축구와 평창 올림픽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정치적인 이슈는 충분히 영향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창단한 실업팀에 의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선수들, 연고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프로 스포츠 팀들 역시 정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가 스포츠를 좌지우지한다? 스포츠도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반면에 스포츠가 정치에 영향을 끼친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지방선거의 공약으로 자주 등장하는 스포츠 관련 이슈들은 해당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프로구단을 창단 또는 유치하거나,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 또는 스포츠 시설 건립에 관한 공약들이 주를 이룬다.

스포츠가 정치에게 영향을 끼쳤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대통령 선거였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성공적 개최로 인해 호의적인 여론을 등에 업었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곧바로 강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비록,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후 지지 철회 등 잡음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성공적인 개최가 정치인에게 얼마나 득이 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방선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공약은 바로 ‘프로구단 창단’이다.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을 들 수 있다. 두 사람은 임기 중에 프로축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내세워 김태호 전 도지사는 2006년, 강운태 전 시장은 2011년 경남FC와 광주FC를 창단했다. 비록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프로야구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 역시 많은 광역지자체장들이 매력을 느끼는 공약이다. 최근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과정에 대한 잡음들로 인해 그 열기가 많이 식은 편이지만, 한 때는 후보자들이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경쟁적으로 내세웠다.

인천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 코리아넷 제공
인천의 골칫덩이로 전락한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 ⓒ 코리아넷 제공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광주 유니버시아드 유치 등은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 후 성공적으로 이행된 사례지만, 2020 부산 하계올림픽 유치처럼 실현도 되지 못했거나, F1처럼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지방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사례 역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나 프로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거는 광역지자체장과 달리, 기초지자체장들은 주로 스포츠 시설 건립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는 시민들이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치인들은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스포츠 시설을 건립해 시민들의 복지를 한 단계 상승 시키고, 민심을 잡으려고 한다.

정치는 스포츠에게 영향을 끼치고, 스포츠는 정치에 영향을 끼친다. 둘 사이는 떼놓고 싶어도 떼놓을 수 없는 사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와 정치가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을 각자가 찾아야 한다. 국민들의 복지를 증진한다는 목표가 일치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고민들을 일부 체육인들은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답답하면 내가 뛴다?’ 정치로 나간 체육인들

이렇게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스포츠와 정치이기에, 직접 발벗고 정치로 뛰어든 체육인도 여럿 존재한다. 일부는 스포츠에서 거둔 성공처럼 정치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기도 했고, 일부는 쓰라린 실패를 맛보며 사라져갔다.

가장 대표적인 체육인 출신 정치인을 꼽자면 앞서 언급했던 정몽준을 들 수 있다. 7선 국회의원이었던 정몽준은 대한축구협회장을 거쳐 대선 후보에도 나서는 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전개했다.

정치 행보에 대한 그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축구계에서 그의 업적은 꽤 주목할 만 하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개최했으며, FIFA 부회장에도 당선되는 등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냈다고 평한다.

올해 열리는 총선에서도 많은 체육인들이 정치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 중에서도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인물은 이에리사와 이만기가 있다.

이에리사는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탁구 선수 출신인 이에리사 의원은 ‘사라예보의 기적’으로 불리는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 금메달의 주인공. 2013년에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3표 차이로 낙마한 경험도 있다.

그녀는 체육인 출신답게 체육 관련 법안을 꾸준히 발의해왔다. 체육인복지법과 국립체육박물관 건립을 위한 예산 확보는 이에리사의 대표적인 성과. 지난 총선 때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대전 중구에 출마해 지역구 의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이다.

반면에 이만기는 다시 한 번 염원하던 ‘금배지’에 도전한다. 지난 12월 21일 김해시청에서 그는 기자회견을 갖고 “서민의 뜻을 받들어 공정한 사회, 반듯한 김해를 만들겠다”며 김해을 선거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천하장사 10회를 기록한 전설적인 씨름 선수지만, 이만기는 정치와 인연이 쉽게 닿지 않았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現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았지만, 총선 직전 공천이 번복되어 꿈을 접어야 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16대 총선과 같은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0년 후인 2014년에는 김해시장에도 도전했지만, 또 다시 낙선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기 때문에 체육 관련 법안보다는 지역구와 관련한 공약들을 중점적으로 내세웠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당연한 행보다. 하지만, 체육인으로 살아왔던 이만기이기 때문에, 당선이 된다면 그 역시 스포츠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의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 20대 총선, 스포츠 산업 발전 위한 계기 되길

올해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열리는 해다. 벌써부터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진행 중이고, 정치권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4년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는 법이다.

그 동안 우리는 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즐겨왔고, 또 일부는 생계의 수단으로도 활용했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있었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스포츠를 즐기면서도 비교적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얼마 전,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의 개정으로 인해 프로 구단들의 경기장 내 수익 사업이 가능해지고,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구단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순히 법안 하나만 개정했을 뿐인데, 한국 스포츠 산업에서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셈이다.

아직 한국의 스포츠 산업은 가야 할 길이 멀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아직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인프라와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정치계와 체육계가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총선 관련 뉴스를 단 한 번도 읽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자. 당신이 응원하는 팀이 사소한 법 하나로 인해서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이 즐겨찾던 운동장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리고, 2016년 4월 13일은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반드시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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