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중심 축이 중국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아 축구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 축구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 축구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우리가 흔히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라 꼽는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EPL)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중국 슈퍼리그(CSL)가 지출했고, 세계적인 명장과 선수들이 속속 중국으로 입국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중국 축구는 한국 축구의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았다. 그저 거칠기만 하고 모래알 같은 조직력의 별 볼 일 없는 축구. 그것이 중국 축구였다.
아직까지도 한국인들은 그런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아니, 지우지 않았다. 중국 축구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긴장 했지만,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는 중국 대표팀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중국은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이것은 분명 국가대표팀의 경기 결과만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중국 축구는 분명히 무섭게 성장하고 있고, 빠른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국가대표를 제외한 축구의 전 영역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해 스타급 감독과 선수를 영입한 결과는 벌써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CSL 팀과 맞붙은 한 선수는 “작년까지는 ‘외국인 선수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 선수만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더라. 중국 축구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평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대표팀의 이미지가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라면, CSL의 이미지는 ‘현질(효율성 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우리가 잘 아는 광저우 헝다와 같은 팀들은 생각한 이미지 대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수들을 영입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항저우 뤼청(그린타운)과 같은 팀은 선수 영입에 필요한 자금을 유소년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한다. 땅도 넓고, 인구가 많은 중국이기 때문에 항저우 뤼청과 같은 행보는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 축구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육상과 농구, 탁구 등 중국이 강세인 종목을 바탕으로 발전했던 중국의 스포츠 산업에 축구라는 종목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리고, 축구 산업의 성장 속도는 다른 종목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국내에도 CSL 관련 기사와 연구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다. 자신들이 축구의 발상지라고 주장하고, 이제는 실력으로도 세계 축구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중국. 사실 우리는 진작에 중국의 축구를 연구하고, 알았어야 했다.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 축구의 발전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중국 축구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축구굴기’라는 구호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축구 발전에 돌입한 것은 최근이다. 옆 나라의 축구 발전 역사를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기도 하다.
SIRI는 CSL을 잘 몰랐던, 중국 축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독자들을 위해 몇 편의 특집 기사를 통해 CSL의 뒷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이미 스타급 플레이어의 영입, 중국 축구의 인프라 등은 많은 매체들이 다루고 있다. SIRI는 그간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CSL의 뒷이야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중국 축구가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는가? 이제는 그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 우리의 후손들은 중국이 아시아 최강이라고 여길 날이 올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중국 축구를 들여봐야 한다. 중국의 경제력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듯이, 중국의 축구가 전 세계를 뒤흔들 날이 곧 다가온다.
[SIRI CSL 특집 시리즈]
[CSL 특집①] ‘축구굴기’, 중국 축구가 일어나고 있다
[CSL 특집②] 대륙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16龍
[CSL 특집③] 중국을 뒤흔든 괴짜 구단주, 주쥔
[CSL 특집④] 중국판 ‘마드리드 더비’, 톈진을 주목하라
[CSL 특집⑤] 한국 미디어-팬의 CSL 향한 편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