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융복합산업이란 용어가 대세이다. 스포츠산업 역시 융복합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흥미롭게도 ‘융복합’을 네이버로 검색했더니 중국어 검색만 나왔다. 그래서 ‘융복합산업’의 정의를 검색했더니 아예 검색 결과가 없다.

한편, ‘융복합기술’로 검색한 결과 중소기업청 전문용어 안내 서비스에서 “업종이 다른 중소기업이 서로 다른 경영과 기술 등을 결합하여 신기술·신제품·신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분야로의 사업화 능력을 높이는 활동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산업 관련자들이 흔히 스포츠융복합산업 또는 융복합스포츠산업이란 어떤 의미일까? 위에서 정의한 대로 스포츠산업을 대입해보면, 스포츠산업이 다른 산업과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여 새로운 분야의 산업을 창출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서 ‘새로운 분야의 산업’은 과연 어떤 것일까?

스크린골프는 스포츠융복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비주얼골프 제공
스크린골프는 스포츠융복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비주얼골프 제공

흔히 스포츠융복학산업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골프라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센싱기술과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실제 골프장을 구현해 골프 게임을 즐기는 ‘스크린골프’를 든다. 그렇다면 새로운 분야의 산업은 스포츠산업이 아닌 ‘가상현실 스포츠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현실을 이용한 스포츠는 스크린골프보다 훨씬 더 이전에 닌텐도 wii라는 비디오게임기에서 센서가 내장된 조이스틱을 손에 쥐고 골프뿐만 아니라 야구, 테니스, 사격, 양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이 경우도 스포츠융복합산업일까? 아니면 융복합콘텐츠산업일까? 아니면 그냥 게임산업일까?

한편 위에서 언급한 ‘융복합기술’의 정의에 스포츠산업기술을 대입해보면, 스포츠산업융복합기술은 스포츠산업기술이 다른 분야의 산업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여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창출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산업기술 중, 골프용품을 예로 들어보자. 전통적인 골프용품은 골프클럽, 골프공, 골프가방, 신발, 의류 등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용품들 자체로도 커다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골프 인구들이 사용하는 용품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존의 전통적인 용품 이외에 GPS 정보와 골프장의 홀 위치 정보 등을 통해 핀과의 거리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자동거리측정기, 레이저기술을 이용해 코스의 경사도까지 반영해 거리를 알려주는 망원경 방식의 거리측정기, 실제 거리를 측정하지 않고도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타구의 속도, 방향 뿐만아니라 볼의 스핀량까지 반영해 비거리를 계산해 알려주는 레이더 방식 비거리탐지기 등 첨단 IT 및 군사기술에서 파생된 산업기술을 스포츠산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예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골프스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비디오 영상분석에서 크게 진보하여 우리 몸이나 골프 클럽에 센서를 부착해 스윙동작을 자동으로 분석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골프 스윙시 발의 압력 분포나 체중이동을 분석하기 위해 힘 또는 압력 측정센서를 장착한 골프 스윙 바닥판 등도 개발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새로운 융복합산업이 만들어졌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기존의 골프라는 스포츠산업에 융복합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골프용품 또는 골프서비스 시장이 추가되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따라서 필자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깊은 고민과 논의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스포츠융복합산업’이라는 표현은 그 사용을 잠시 유보하고, 스포츠산업 시장에 새로 진입하기 위해 기존의 스포츠산업기술에 타분야 산업기술을 융복합해 적용하는 ‘스포츠산업융복합기술’ 정도로 한정하여 사용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스포츠산업융복합기술은 어떻게 분류하는 것이 좋을까? 흔히 정보통신기술(ICT)를 스포츠산업기술에 적용해 스포츠ICT융복합기술, 신소재기술을 적용할 경우는 스포츠신소재기술, 그리고 최근 알파고라는 인공지능과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로 화제가 된 인공지능의 경우에는 스포츠인공지능융복합기술이라고 단순하고 편한 표현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스포츠에서 본질적으로 요구되고, 스포츠산업시장에서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거나 스포츠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목적 중심’의 스포츠산업융복합기술 분류 및 요소를 제안한다.

우선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선수나 일반 스포츠동호인이 가장 원하는 두 가지는 ‘경기력 향상’과 ‘부상 방지’이다. 0.1초를 다투는 실제 경기 중에는 경쟁자보다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를 위해 신소재기술이나 설계기술 등이 경기력 향상과 관련된 다양한 스포츠과학적 지식과 융합해 새로운 스포츠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스포츠밴드는 가장 보편화된 ⓒ 에머슨 케이 제공
스포츠밴드는 가장 보편화된 제품이다 ⓒ 에머슨 케이 제공

또한 실제 경기 이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훈련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동작을 개선하고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 전술을 익히기 위해 첨단 생체신호 센싱기술과 움직임 트래킹 기술들이 적용된 훈련시스템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프로스포츠 관점에서 막대한 자산인 선수들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구단에 커다란 손실을 입히는 경우를 미리 방지하고,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일반 동호인들이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스포츠에 참여하기 위한 스포츠부상 방지를 위한 융복합술들이 개발되고, 이는 훈련과정뿐만 아니라 공식 스포츠경기 중에도 이러한 제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매우 보수적인 경기단체인 FIFA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트래킹할 수 있는 GPS 센서와 생체의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심박수측정 센서 착용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경기력 향상보다는 선수를 부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명분을 반박할만한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예측한다.

한편 스포츠경기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정확한 판정’이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판정에 있어서 오류와 실수가 흔히 발생한다. 혹자는 이러난 오류를 스포츠가 갖고 있는 본질이자 매력으로 평하기도 하지만, 잘못된 판정 하나로 승패가 결정되고, 이러한 판정으로 지역간 국가간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판정에 있어서 첨단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판정시스템 및 이에 따른 경기규칙이 생기는 추세이다, 테니스경기에서 라인 인-아웃을 판정하는 호크아이시스템과 축구경기에서 골을 판정하는 골라인 통과 판정시스템이 좋은 예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를 관람하는 팬입장에서 경기장에서 스포츠에 더욱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팬경험 증진과 다양한 스포츠미디어를 통해 스포츠를 다양한 각도에서 잘게 쪼개 분석하며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관람 및 미디어 융복합기술 또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경기장 전광판 및 스마트폰을 활용한 다양한 스포츠정보 제공, 볼 추적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해 미디어로 제공하는 기술, 영상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선수들의 화려한 동작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구현하는 기술 등이 있다.

이렇듯 스포츠산업융복합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로인해 파생된 제품 및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에서, 국내 스포츠산업 관계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스포츠산업융복합기술의 주인공, 즉,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이를 스포츠산업에서 성공시키기 위한 원동력은 공학자나 타산업기술분야 전문가가 아닌 스포츠전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스포츠를 직접 깊게 경험하지 않고는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요소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라는 핵심 언저리에서 어설프게 스포츠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성만 갖고는 결코 스포츠산업융합기술을 성공시킬 수 없고, 오로지 스포츠를 통해 자신 또는 상대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0.01초 또는 0.01m의 한계를 직접 경험한 인사이트로 만이 성공적인 기술개발과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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