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언론을 통해 프레임 또는 프레이밍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보통 메시지 프레이밍(message framing)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정치적인 관점에서 빈번히 언급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메시지 프레이밍은 비정치적 영역에서 쓰일 때가 오히려 더 많다. 이것이 수용자(또는 소비자)의 판단이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해서다.
메시지 프레이밍을 간략히 개관하면서 그 몇 가지 예를 소개한다.
메시지 프레이밍을 문자적으로 보자면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틀 짓기’ 정도로 해석될 것이다. 그렇지만 광고·홍보의 견지에서는 ‘선택’에 비중을 둔다. 즉, 같은 메시지라도 주어지는 어감이나 느낌 등에 따라 대상의 선택이 달라진다고 보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같은 말이나 표현도 다르게 주어졌을 때 그 얻는 효과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한 예로 금연광고를 볼 때 사람들은 부정적인 문구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린다’ 가 ‘금연하면 건강해진다’ 보다 흡연 욕구를 보다 낮출 수 있다고 전해진다. 위험을 부각하는 쪽이 행위를 차단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인데, 건강과 관련한 프레이밍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암에 걸리는 것’이 단순히 ‘건강하게 되는 것’보다 덜 피상적이며, 사람들의 손실을 회피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좀 더 설득력 큰 수사로 이해된다.
비슷한 방법으로 스포츠의 맥락에서 접근한 연구도 있다. 연구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스포츠센터 가입의도와 관련한 긍정 및 부정 판촉 메시지 프레임의 효과성을 비교했다. 조사대상자들에게 초기(회원모집 시작 2일)와 후기(회원모집 마감 2일 전)의 시점에서 긍정과 부정 메시지를 제공한 뒤 각각의 회원가입 의도를 물었다.
전단지 A –> 긍정 메시지(운동으로 얻게 되는 이득 강조)
‘하루 1시간의 투자로 탄력 있고 균형 잡힌 몸매가 살아납니다’
‘즐거움 속에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세요’
전단지 B –> 부정 메시지(운동 부족으로 초래되는 손실 부각)
‘늘어진 팔뚝 살, 볼록 나온 배와 옆구리 살, 그냥 그대로 방치하겠습니까?’
‘운동 부족은 고혈압, 심장병, 당뇨, 비만 등 각종 질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스포츠센터 차렸어요. 고객님이 되어 주시면 좋겠는데 일단 이 전단지를 읽고 판단해 주세요’ 하면서 <밝고 희망찬 전단지 A>와 <다소 위협적인 전단지 B>를 전달했을 때 어떤 전단지가 회원가입이 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전단지는 회원모집 시작 초기와 후기에 각각 제공된 셈 치고 회원가입 의도를 물었다.
연구결과, 회원모집 시점이 초기일 경우 긍정 프레임(전단지 A)이, 회원모집마감이 임박해서는 부정 프레임(전단지 B)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스포츠센터의 회원가입률을 높이고자 할 때, 회원모집 초기일수록 운동으로 얻게 되는 이득을 강조하는 긍정 메시지의 제공이 효과적이지만, 후기로 갈수록 운동 부족으로 인한 손실을 부각하는 부정적 정보를 전달해야 더 설득 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마감 시점에 즈음하여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나머지 보다 자극적인 부정적 메시지에 반응했음을 보여준다. 마트 안쪽에서 “마감 임박! 초특가 한정판매!” 를 누군가 외칠 때 앞뒤 안 가리고 일단 그쪽으로 뛰게 되는 구매심리와 비슷하다. 안 사면 손해라는 생각이 이성적 판단을 너끈히 앞서기 때문인데 압박용 메시지가 부정적 수사와 만날 경우 그 소구력이 증폭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스포츠 미디어의 메시지 프레이밍을 다룬 연구도 있다. 연구는 보수언론사(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진보 언론사(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의 구독자들이 프로축구 개막전을 홍보한 기사 타이틀로 대결프레임과 축제프레임이 주어졌을때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를 조사했다.
대결 메시지
‘프로축구 개막전, 가슴 뛰는 팀들의 맞대결’
축제 메시지
‘프로축구 개막전, 가슴 뛰는 축제의 장’
연구자는 ‘대결’이 그 속성상 경쟁에 가깝고, ‘축제’는 평등과 충분히 상통할만한 개념으로 보고 프레이밍을 했다. 연구결과, 보수성향신문구독자들은 대결프레임을, 진보성향신문구독자들은 축제프레임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주의의 핵심가치가 경쟁이고 진보주의가 평등을 강조하는 입장인 것을 고려하면, 보수성향신문구독자-대결 메시지(경쟁프레임), 진보성향신문구독자-축제 메시지(평등프레임)는 수긍이 가는 결과이다. 따라서 진보 언론사는 축제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프로축구 개막전을 홍보할 필요가 있으며, 보수 언론사는 경쟁 프레임의 제공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구독자들의 프로축구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권장된다. 프로축구 홍보주관자는 이러한 매체성향과 구독자특성 등이 고려된 보도자료(press release)를 마련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맺으며.
어떤 매체든 일정량의 영향력을 갖는다. 최근 전통적인 언론매체 역시 온라인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면서 가공할 파급력과 일상점유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소비자의 성향과 조건에 부합하는 프레이밍으로 메시지의 호소력을 높이는 일은 그래서 더 중요해 보인다. 적절히 고안된 메시지가 대단위 잠재소비자의 소비 동기를 자극하여 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메시지 프레이밍, 효과적인 설득 도구이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열쇠가 아닐 수 없다.
한남대학교 한동유 교수
※ 본 칼럼은 많은 부분 「졸저」 ‘프로스포츠 소비자의 메시지 프레이밍, 이념 및 관람동기 탐색을 통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용했습니다.
참고문헌
허종호(2009). 회원모집시점과 판촉메시지 프레이밍이 소비자의 스포츠센터 회원가입의도에 미치는 영향. 스포츠 산업·경영학회지, 14(3), 41-54.
한동유(2014). 프로스포츠 소비자의 메시지 프레이밍, 이념 및 관람동기 탐색을 통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체육과학연구, 25(3), 74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