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의 부진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이대호는 4년 총액 150억으로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에 복귀했다. ‘거인의 자존심’, ‘조선의 4번타자’라는 타이틀에서 보이듯 이대호의 영향력은 부산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에서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 팬들이 이대호에게 거는 기대감은 매우 컸다.
시작은 아주 좋았다. 이대호는 개막전부터 NC를 상대로 홈런 포함 3안타를 치며 활약했다. 개막전을 시발점으로 이대호는 4월 내내 맹타를 휘두르며 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고, 0.424의 타율과 1.192의 OPS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타자 순위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했고, 역시 이대호라는 평가를 받았다.
5월은 3, 4월에 비해 주춤했지만 크게 부진하진 않았다. 0.341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이 각각 1할 이상씩 감소하며 0.918의 OPS를 기록했다. 리그 최상위권의 성적은 아니였지만 3, 4월의 성적과 합쳐본다면 여전히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6월이 되고, 본격적인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타율이 0.304로 하락했고, OPS는 0.748로 폭락했다. 7월은 현재(28일)까지 2할 2푼에도 미치지 못하며 매우 저조하다. 0.900대 OPS를 위태롭게 지키고 있었지만 27일 한화전 이후 0.800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6월 이후의 성적은 이대호라는 이름을 놓고 봤을 때만이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부진하다. 6, 7월에 이대호가 쏘아 올린 홈런은 7개인 반해 병살은 9개로 오히려 더 많다.
주자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비교해보면 문제는 더 크다. 주자가 없는 경우에는 0.342의 타율과 0.980의 OPS를 기록하고 있지만, 있는 경우에는 0.311의 타율과 0.828의 OPS를 기록하고 있다. 주자가 있는 경우가 30타수가량 더 많지만 홈런은 오히려 6개로 없는 경우(12개)보다 2배 적다. 확실히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들이 이대호를 어렵게 승부하는 경향을 보이며 출루율은 높았지만 장타 생산력은 떨어졌다.
이대호와 비슷한 연령대에 해외에서 복귀한 이승엽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이승엽은 2012년 만 36세의 나이로 복귀해 0.307의 타율과 0.886의 OPS를 기록했고 2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대호가 현재 기록하고 있는 타율과 OPS가 더 높고, 홈런 페이스 또한 더 좋지만 리그 환경에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2012시즌은 역대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투고타저 시즌이고, 이번 시즌은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고투저 시즌이다(리그 OPS 기준으로 선정했으며, 이번 시즌은 후반기에 전체적인 리그 OPS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역대 열 손가락 안에는 무난히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시즌 보정치가 적용된 12 이승엽의 WRC+는 157.5로 기록된 반면, 17 이대호는 현재 130.7을 기록하며 오히려 밀리는 모습이다. 두 선수의 연봉을 고려해본다면 가성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이대호는 반등의 기회가 남아있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깊숙이 추락할 수도 있다. 이대호가 살아난다면 팀이 5강 싸움을 하는 데에 있어 큰 활력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올해도 롯데는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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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