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팬들은 유니폼 위에 걸칠 점퍼를 하나둘 꺼내 입기 시작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있다는 신호다.

2017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 19일부터 모든 팀들이 잔여 경기 일정에 들어섰다. 이미 포스트시즌이 탈락하여 내년을 준비하는 팀들도 있는 반면 아직 상위권 순위 경쟁은 치열하다. 24일 경기를 통해 두산 베어스가 개막전 이후 177일 만에 공동 1위 자리에 올라서며 KIA 타이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NC 다이노스는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이호준의 극적인 역전 끝내기 홈런을 통해 3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를 0.5게임 차로 좁혔다. 9회 2점의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났다면 4연패에 빠지며 3위 경쟁에도 빨간불이 켜졌을 터이다. 이 홈런으로 올해 은퇴하는 레전드는 이승엽만이 아님을 공공연히 알렸다. 반면 갈 길 바쁜 LG는 5강 경쟁에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쥐고 있는 5팀 중 비교적 여유 있는 팀은 5위 SK 와이번스뿐이다. SK는 남은 3경기에서 2승을 거둘 경우 LG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5위를 확정 짓게 된다. 3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LG가 남은 6경기에서 최소 5승 이상을 거둬야 순위가 뒤집어진다. KIA와 두산의 선두 싸움은 공동 1위로 마지막 경기까지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롯데와 NC의 3위 싸움 역시 0.5게임 차로 팽팽하다. 현재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네 팀을 중심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후반기 1, 2위 : 포효하는 곰과 진격의 거인

 

전반기를 마칠 때쯤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순위 싸움을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았을 거다. 전반기는 KIA의 독무대였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을 비롯한 탄탄한 선발진과 불같은 타선을 앞세워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다. 전반기가 끝난 시점 KIA는 2위 NC와 8게임 차까지 벌리며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었다. 두산과 비교하면 무려 13게임 차가 났다.

두산은 42승 1무 39패(승률 0.519)로 전반기를 5위로 마쳤다. 지난해 압도적인 기량으로 1위를 차지했던 두산에겐 다소 아쉬운 순위였다. 팀의 주축인 양의지와 보우덴의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고 홀드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불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되고 두산은 ‘파죽지세’ 그 자체였다. 두산은 후반기 시작 후 20경기에서 16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선두 KIA와의 승차도 4.5게임 차로 좁혀진 상태였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8.5게임 차를 좁힌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이후에도 두산의 상승세는 끝날 줄을 몰랐다. 8, 9월 두산은 매서운 타선을 앞세워 다른 팀 마운드를 폭격했다. 줄곧 선두를 지키던 KIA는 후반기 5할에도 미치지 못한 승률을 기록했고, 두산은 마침내 24일 선두의 자리까지 올랐다.

또 다른 후반기 돌풍의 주역은 바로 롯데이다. 롯데는 전반기를 7위로 마쳤다. 지난해 기록했던 8위보단 한 단계 높았지만 팬들이 만족할 리 없는 순위였다. 타선에 이대호가 복귀했지만 5월 이후 부진했다.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로 이어지는 거북이 타선으로 팀 병살은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투수진 역시 불안했다. 성장한 박세웅이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외인 용병 듀오 레일리, 애디튼이 둘 다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애디튼은 퇴출당했다. 고질병인 불펜 역시 세이브 9위, 블론세이브 1위를 기록하며 불안했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롯데의 전망은 좋지 않았다. LG와의 8월 첫 시리즈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5위 희망도 서서히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3연패 이후 5연승을 기록하며 반등의 시작을 알렸다. 8월 중순부터는 5연승-1패-6연승-2패-5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그 사이 5위권 경쟁팀인 LG, SK, 넥센이 모두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7위였던 롯데는 단숨에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걸로 만족한 롯데가 아니었다. 4위를 굳혀가면서 서서히 3위 NC의 자리도 노리기 시작했다. 9월 10일 기준 3경기 차이가 났지만 NC는 그 이후 투수진이 무너지면서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했다. 결국, 롯데가 현재 0.5게임 차 앞선 3위에 올라와 있다.

 

⊙끝나지 않은 순위 경쟁, 남은 경기 경우의 수는?

 

1위 싸움 경우의 수

KIA와 두산은 각각 6경기,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두산은 kt-LG-한화-SK를 차례대로 1경기씩 만나게 된다. 각 경기가 이틀 간격으로 배정되어 있고 수원-잠실-대전-잠실로 이동 경로 또한 나쁘지 않다. KIA는 LG-한화-kt를 각각 1-2-3경기씩 상대하게 된다. 시리즈 사이에 1일씩 휴식일이 있어 광주-대전-수원을 이동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고 비교적 하위권 팀들과 상대하게 된다.

현재 승률이 같지만 KIA가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승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물론 두 팀 다 전승을 기록한다면 KIA가 1위를 차지하게 되지만 두산이 반타작만 하더라도 4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3위 싸움 경우의 수

NC와 롯데는 각각 4경기,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NC는 삼성-넥센-한화를 각각 1-2-1경기씩 상대한다. 모두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팀들을 상대하게 된다. 대구-마산-대전으로 이동하게 되며 시리즈 사이마다 휴식일이 있어 큰 부담이 없다. 롯데는 한화-SK-LG를 1경기씩 상대한다. 사직-문학-사직으로 이동 거리가 많긴 하지만 경기 사이에 2일, 3일씩 휴식일이 있어 이동하기에도 투수진을 운영하기에도 좋다.

롯데는 매직넘버 3을 남겨두고 있다. 롯데가 승리하거나 NC가 패배할 때마다 매직넘버가 줄어들게 된다. 이번 시즌 상대전적에서 롯데가 앞서있기 때문에 승률이 동률일 때 롯데가 우위에 선다.

5위 싸움 경우의 수

LG와 SK는 각각 6경기, 3경기씩 남겨두고 있다. LG는 KIA-kt-두산-삼성-롯데를 상대하게 되며 삼성과 2경기, 나머지 팀과는 1경기씩 상대한다. 현재 상위 3팀을 모두 상대하게 되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광주-수원-잠실(두산+삼성전)-사직을 차례대로 이동하며 광주-수원, 잠실-사직을 이동할 때는 휴식일이 하루씩 있다. SK는 롯데-한화-두산을 1경기씩 만난다. 역시나 상위권 두 팀을 상대하게 된다. 문학-대전-잠실을 이동하는데 문학-대전 경기는 연달아 배정되어 있다.

LG가 5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LG는 최소 5승 이상을 거두고 SK가 2패 이상을 기록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가 막바지에 접어드는 이 시점,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고 싸우는 팀들의 순위 경쟁은 매년 큰 관심사이다. 결국에는 팀마다 희비가 엇갈리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프로다. 어떤 팀이 최후에 웃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승을 위해 달려가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선수들이 선사하는 감동이 프로야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 감동의 순간이 찾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7-09-25, 사진 =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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