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문양이 EPL을 넘어 A매치에까지 꽃을 피우게 되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오는 11일(한국시간) 잉글랜드와 독일이 양귀비꽃 문양의 완장을 차고 경기를 치른다고 전했다.
양귀비꽃 문양은 리멤버런스 데이(Rememberance Day)이자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일인 1918년 11월 11일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기에는 축구계도 참전용사와 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포피(Poppy·양귀비꽃) 문양이 그려진 완장과 휘장을 11일 전후로 착용하고, 경기 시작 전 2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경기에 임한다.
국제축구연맹 (FIFA)는 선수들이 착용하는 모든 장비에 종교적, 정치적, 개인적인 문구 삽입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양귀비꽃 문양 역시 제재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전을 통해 만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양귀비꽃 문양이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결국, FIFA는 양국에 징계를 내렸다.
잉글랜드는 양귀비꽃 문양을 달고 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축구협회 역시 잉글랜드축구협회와 뜻을 같이하기로 했고 이번 친선 경기서 양귀비꽃 문양 완장 착용에 합의했다.
양귀비꽃의 또 다른 얼굴
양귀비꽃은 영국인에게 매우 뜻깊다. 그러나 영국의 피해를 입었던 나라에게 양귀비꽃 문양은 상처로 작용한다. 사실 양귀비꽃은 세계대전의 모든 희생자만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 이후 다른 영국군들에 대한 추모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피의 일요일’은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영국군이 비무장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하여 14명이 숨지고 13명이 상처를 입은 사건이다. 아일랜드에게 양귀비꽃을 다는 행위는 피의 일요일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아일랜드는 약 800년의 세월 동안 영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고 결국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로 나뉘는 분단의 아픔까지 겪었다.
2010년 1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영국 캐머런 총리와 영국 방중단들도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았다. 중국에서는 아편전쟁이 연상되기 때문에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가슴에 달고 행사를 진행했다. 중국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자신만의 위엄을 드높이기 위한 행동은 이기적인 동시에 중국의 아픔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식민지하면 인도가 떠오른다. 인도는 180여 년 동안 영국의 지배하에 무자비한 통치방식에 시달렸고 아직 영국으로부터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97년 독립 50주년 기념으로 인도를 방문했을 때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다. 비극적 역사를 거울삼아 환희의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할 정도로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박영웅 기자
yeongung98@siri.or.kr
[2017년 11월 8일, 사진 = TheFA 잉글랜드 축구협회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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