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LG 트윈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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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에서 오랫동안 떠도는 얘기 중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 시즌 LG 트윈스는 투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LG의 2017년
5번째 팀은 가을야구 문턱에서 아쉽게 6위를 차지한 LG다.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한 LG는 이번 시즌 전 FA를 통해 삼성으로부터 차우찬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내심 4위보다 높은 순위를 기대해볼 수 있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실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시작은 좋았다. LG는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 마무리 임정우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개막 6연승으로 선두를 달렸다. 곧바로 5연패에 빠지며 잠시 주춤했으나 4월을 3위로 마무리했다. 이후 좋고 나쁨을 반복하며 4~6위를 오갔고 전반기 6위를 기록했다. 후반기 탄력을 얻은 LG는 8월 중순까지 4위를 유지하며 가을야구 굳히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막판에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롯데와 SK에게 자리를 내주며 결국 69승 72패 3무(승률 0.489)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양상문의 타선은 여전히 실험 중?
이번 시즌 LG의 득점력은 처참했다. 팀 득점과 OPS는 10위 kt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에 위치했고 팀 홈런은 10위를 차지했다. 아무리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장타력 문제가 심각했고 교타력이 좋았다거나 도루를 앞세운 발 빠른 야구를 했던 것도 아니다. 팀 득점(699)은 1위 KIA(906)와 200점 이상 차이 났다. 고정적으로 꾸준히 활약한 선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도 2명(박용택, 양석환)밖에 없었다.

일단 지난 시즌 팀 타선을 이끌었던 루이스 히메네스와 오지환이 동반 부진했다는 점이 크다. 두 선수 모두 전반적인 타격 성적이 작년보다 좋지 않았지만 특히 장타의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 시즌 20개의 홈런을 쳤던 오지환은 8개로 줄었고 26개를 쳤던 히메네스는 작년 타석수의 1/3가량 소화한 뒤 퇴출당해 7개에 그쳤다. 오지환은 입대까지 연기하며 내년 시즌에 사활을 걸게 됐다.

조인성 이후 포수 자리에 제 주인을 찾게 된 것이 가장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몇 년간 LG의 포수 자리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2016시즌을 앞두고 FA로 정상호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2015년부터 팀 내 포수 경쟁에 선두를 달리던 유강남이 올 시즌 꽃을 피우며 경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유강남은 전반기엔 부진했으나 후반기엔 다른 선수가 됐다. 유강남의 후반기 성적은 타율-출루율-장타율 0.296-0.340-0.536으로 후반기에만 12개의 홈런을 치는 등 특히 장타력에서 빛이 났다. 유강남이 때려낸 17홈런은 올 시즌 LG 타자 중 최다 홈런에 해당한다. 풀타임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올 시즌 강민호, 양의지에 이어 리그 포수 탑3로 올라섰다.

외야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타자 전향 3년 차를 맞이한 이형종이 외야수 중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이형종은 시즌 초반 LG 선전의 주역이었다. 개막부터 주전으로 나섰고 4월에 4할까지 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첫 풀타임인 만큼 점점 떨어지며 0.265로 시즌을 마감했다. 안익훈은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점점 선발로 나오는 빈도가 높아졌다. 많은 타석에 들어서진 않았지만 타율 0.320을 기록했고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국가대표로도 선발되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던 채은성은 시즌 초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여름에 조금씩 반등했으나 순위경쟁이 한창 이어지던 막판에는 주전으로 제대로 나오지 못했고 불안정했다. 결국 채은성은 작년보다 한참 떨어진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 밖에도 이천웅, 백창수, 김용의 등이 외야 경쟁에 가세했고 이 경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내야에서는 양석환이 풀타임 출전해 1루와 3루를 오가며 자리를 메웠다. 시즌 중반부터 주로 4, 5번에 배치돼 14홈런 83타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개인 최고 기록이다. 정성훈은 1루에서, 손주인은 2루와 유격수에서 나름대로 좋은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이 둘이 팀을 떠나가게 될 줄 누가 생각했을까? 지명타자 박용택은 여전히 굳건했다. 아니 LG 타선에서만 놓고 보자면 최고였다.

야구는 투수 놀음?
LG는 시즌 순위 6위에 그쳤지만 투수진만큼은 리그 최강이었다. 팀 평균자책점 4.32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평균자책점 1위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 사례가 1995년 해태인데 이때 해태의 시즌 순위는 4위였다. 하지만 당시 3위 팀과 4위 팀의 게임 차가 3게임 이상일 경우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는다는 규칙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LG는 역대 평균자책점 1위 팀 중 최하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의 허프는 짧았지만 아주 굵직했다. 허프는 부상으로 인해 5월이 돼서야 처음 등판했고 7월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1달 이상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총 17경기 선발, 124.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2.38은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최고 기록이다. 2위 피어밴드(3.04)와도 차이가 크다. 9이닝당 평균 볼넷 허용은 1.01인데 이는 역대 한 시즌 100이닝 이상 소화 투수 중 2위에 해당한다(1위- 15우규민: 1.00).

10승 듀오 헨리 소사와 차우찬 역시 팀 투수진의 핵심이었다. 소사는 지난 두 시즌보다 이닝 소화는 적었지만 2012년 KBO 데뷔 시즌 이후 5년 만에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감이 더해졌다. 차우찬은 3.43으로 리그 평균자책점 순위 4위에 오르며 LG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다. 임찬규와 류제국은 둘 다 시즌 초반엔 좋았으나 점점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새로운 기대주로는 김대현이 떠올랐다. 올해 만 20살 김대현은 1군 2년 차지만 지난 시즌 등판 기록은 1경기 1.2이닝뿐이다. 사실상 올해 전까지 1군에서의 경험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26경기 중 16경기 선발 출장해 94이닝을 소화했다. 어린 나이에도 배짱 있는 투구로 APBC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했다. 동갑내기 최원태, 구창모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진해수는 드디어 꽃을 피웠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75경기 등판했고 홀드 부문에서도 24개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진해수소폭탄’이라는 별명이 붙는 등 많은 질타를 받았던 진해수지만 이번 시즌엔 본인 커리어 중 가장 빼어난 활약으로 악명을 떨쳐냈다. 지난 시즌 중간 계투의 핵심이었던 김지용은 작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다.

임정우의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마무리 자리는 공석이었다. 시즌 내내 신정락, 정찬헌, 이동현이 마무리 자리를 돌아가며 맡았다.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는 10세이브를 올린 신정락이다.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신정락은 특유의 변화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요리했다. 5월까지는 괜찮았으나 그 이후 기복이 심했고 결국 끝까지 마무리 자리는 지키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정찬헌, 이동현은 나란히 7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MVP: 이제는 ‘용암택’ 박용택
LG의 이번 시즌 MVP로는 LG의 심장이자 정신적 지주 박용택을 뽑았다. 이번 시즌 LG 타선에서의 박용택은 기둥 그 자체였다. 박용택은 올 시즌 타율-출루율-장타율 0.344-0.425-0.479에 14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을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개인 통산에서 봤을 때도 WRC+(구장, 시즌별 보정이 된 종합 타격 능력, 100= 리그 평균) 140.7은 타격왕을 차지했던 2009년(156.5) 이후 최고 기록이다.

박용택은 팀 내에서 가장 좋은 타자였지만 리그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상위권 그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박용택은 타선 앞뒤로 우산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로 3번 타자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고 득점권 타율은 0.364로 좋았지만 90타점밖에 올리지 못한 점도 같은 이유다. 팀 타선을 혼자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내에서 이보다 든든한 베테랑이 또 어디 있겠는가?

리빌딩? 윈나우(Win Now)? 갈팡질팡 2018년
시즌이 끝나고 LG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생겼고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 감독으로 류중일 감독(前 삼성 라이온즈)이 부임했고 기존 감독이었던 양상문은 단장직으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팀의 코칭스태프는 전반적으로 많은 이동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LG 팬들도 큰 반발이 없었다.

이번 FA 시장에는 손아섭, 민병헌, 황재균 등 대형 야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전에 구단이 어느 정도 전력보강을 약속한 만큼 LG 팬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30일 현재, LG가 영입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올 시즌에도 쏠쏠한 활약을 펼친 정성훈이 방출됐고 손주인, 이병규 등이 2차 드래프트로 풀리면서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리빌딩이 이유였다고는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을 이렇게 내치는 건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팬들은 현재 구단 앞에서 ‘양상문 OUT’을 외치고 있다. 단장 부임 이후 이렇게 단기간에 퇴출 시위가 일어난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LG는 확실한 노선을 정해야 한다. LG는 최근 몇 년간도 리빌딩을 명목으로 어린 선수들을 줄곧 기용했고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팬들이 원하는 것은 우승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리빌딩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손주인, 이병규와 같은 이유로 이진영이 이적한 것도 벌써 2년 전이다.

구단의 판단이 미래에 신의 한 수가 될지 혹은 무리수로 남을지 이제 지켜볼 일만 남았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7-11-30, 사진= LG 트윈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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