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SPECIAL COLUMN] 여자농구의 선수임의탈퇴 문제. 과연 누구의 문제일까? 이는 단언컨대 조직의 문제이다.

2016년 9월 1일 WKBL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국가대표까지 했던 WKBL의 스타 플레이어 포인트 가드 이승아가 전격 임의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데뷔 이후 아산 우리은행 위비에서 줄곧 주전으로 뛰었던 이승아는 빼어난 실력으로 WKBL에서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 플레이어였다. 2011-12시즌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국가대표로 발탁된 경력이 있는 그는 WKBL의 기대주이자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콘이었다. 그랬던 그가 임의 탈퇴를 선언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 파장 또한 엄청났다.

이승아가 밝힌 임의 탈퇴의 공식적인 이유는 부상이었지만, 크게 신빙성이 있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약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면 시즌을 쉬면서 재활 치료에 전념하여, 차기 시즌에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로 유명한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과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우리은행 위비의 훈련에 이승아가 지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이승아가 훗날 WKBL 돌아올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회피함으로써 이승아가 지쳤다는 의문은 팬들 사이에서 거의 기정사실로 되었다. 이승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WKBL 팬들은 이승아가 선수 생활에 지치고 농구가 싫어져서 은퇴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1년이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이승아는 WKBL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은퇴한 것이다.

이승아의 임의 탈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WKBL에 또 다른 임의 탈퇴 발표가 나왔다.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에서 주전 포인트 가드로 뛰었던 홍아란도 임의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홍아란 역시 이승아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던 선수였다. 귀여운 외모로 WKBL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기에 그의 임의 탈퇴 소식은 몹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임의 탈퇴 의사를 구단에 알리고 공식적으로 임의 탈퇴를 인정받은 이승아와 다르게, 홍아란은 시즌 중반 일방적으로 임의 탈퇴 의사를 구단에 알렸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청주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청주 아이유’라는 별명을 가진 홍아란이었기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임의 탈퇴였고 또한 프로답지 못하게 시즌 중반 갑자기 임의 탈퇴 선언을 했기에 그의 행위가 WKBL에 가져온 충격은 이승아 이상이었다. 이와 같은 홍아란의 임의 탈퇴 소식에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은 인터뷰에서“다른 팀 선수이기도 하고 이런 말 하면 욕을 먹겠지만 팀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박병희, 2017).

WKBL에서 이름을 떨쳤던 이승아와 홍아란의 임의 탈퇴로 여자 프로농구 선수의 임의 탈퇴가 수면 위로 올라와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WKBL 선수들의 갑작스러운 임의 탈퇴는 최근에 시작된 일은 아니다. 매년 3~4명 정도의 선수들이 임의 탈퇴를 했다(정지욱, 2017).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는 꽤 오래전부터 계속 있었던 일인 것이다. 다만, 이번 임의 탈퇴가 WKBL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 이승아와 홍아란이 선택한 일이라는 것이 더 큰 주목을 받았을 뿐이었다.

1992년생인 이승아는 부상만 회복하면 언제든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로, 아산 우리은행 위비에서도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또한, 그의 임의 탈퇴 전(前) 연봉은 1억 원으로 당시 최고 연봉이 3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에 속했다(최창환, 2015). 홍아란의 경우도 이승아와 유사하다. 이승아와 마찬가지로 1992년생인 홍아란도 부상만 회복하면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 주전 포인트가드로 뛸 수 있었고, 그의 연봉 또한 1억 원으로 상당히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최창환, 2015). 이승아와 홍아란의 경우를 종합해보면, 각 팀의 주전으로서 높은 연봉을 받고 팬들에게 큰 사랑도 받았던 두 선수가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을 이유로 임의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혹자는 이승아와 홍아란의 임의 탈퇴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다른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잘 버티는데 오히려 고액 연봉자인 이 둘이 의지가 부족하여 여자 프로농구계를 떠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 WKBL 팬들 사이에서는 이 두 선수에 대하여 속된 말로 ‘배가 불러서’ 은퇴했다거나 농구만 해서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식의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WKBL 농구 팬뿐만 아니라 언론도 두 선수의 의지박약 문제에 무게를 둔 기사를 썼다. STN 스포츠 이원희 기자(2017)는 기사에서 WKBL의 많은 선수가 매년 유니폼을 벗는데, 홍아란과 마찬가지로 ‘농구가 힘들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즉, 많은 농구팬과 언론은 WKBL에서 행해지는 선수들의 연쇄적인 임의 탈퇴 행위가 선수 개인의 인내력 또는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WKBL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필자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승아와 홍아란이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프로 농구 선수라면 계약을 준수하고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특히 이승아와 홍아란은 팀의 주전선수이자 국가대표로 또한 고액 연봉자로서 WKBL 내에서 책임감 있고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야 했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까지 WKBL에서 행해지는 임의 탈퇴 문제가 단순히 선수 개인의 인내력과 정신력 그리고 능력 등의 부재(不在)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신력 부족이 임의 탈퇴의 부분적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가장 주요한 원인은 WKBL 조직 구조와 문화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지금부터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 문제를 유발하는 WKBL 조직 제도, 조직 구조 그리고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사진> 임의 탈퇴한 이승아와 홍아란. WKBL팬에게 두 선수가 미친 파장은 엄청났다.                  <출처> 스포츠타임스, 점프볼

1. 임의 탈퇴한 선수 자격을 완전히 박탈하지 않는 WKBL의 조직 제도 문제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가 이토록 갑작스럽게 그리고 간단하게 행해지는 것은 WKBL이 임의 탈퇴 선수들에 대해 선수 자격을 완전히 박탈하지 않는 제도 문제에 있다.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이 임의 탈퇴를 했을 때, WKBL에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WKBL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허점이 이와 같은 행태를 낳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영구적인 끝을 의미하는 은퇴와 다르게 임의 탈퇴라는 제도가 언제든지 선수 자격을 되찾고 복귀(復歸)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WKBL에서 행해지는 임의 탈퇴가 너무 빈번하다는 점에 있다. 다른 종목의 경우를 고려해보면, 임의 탈퇴는 징벌적 차원이나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이준목, 2017). 하지만, 현재 WKBL에서는 임의 탈퇴의 의미가 타 종목과 매우 다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임의 탈퇴 수순을 밟아야 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대부분의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임의 탈퇴를 하나의 기회로 사용하고 있다. 농구가 싫어지거나 프로라는 부담감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탈출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실제로 WKBL에는 임의 탈퇴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선수로 복귀한 예가 있다. 구리 KDB생명 위너스 구슬이 그 예다. 팀 내에서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던 구슬은 2015-16시즌 돌연 임의 탈퇴를 선언하여, 팀은 물론이고 팬들까지 놀라게 했다. 점프볼 곽현 기자(2017)의 기사에 따르면, 구슬이 WKBL을 떠난 이유는 충격적이게도‘농구가 하기 싫다’였다. 이러한 구슬에 대해 구리 KDB생명 위너스 김영주 감독은 인터뷰에서“본인이 농구를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없다. 이전부터 계속해서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해왔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렇게 WKBL을 떠났던 구슬은 2016-17시즌에 복귀했다. 구슬이 임의 탈퇴를 통해 코트를 떠난 이유는 개인사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가족의 간호 등 이해할 수 있는 사유나 당위성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WKBL은 구슬이 복귀했을 때 당연히 어떠한 제한이나 제재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구슬은 너무나 쉽게 WKBL로 돌아왔다. WKBL로 돌아오기 위해 구슬이 해야 했던 일은 오직 선수등록 하나였다. WKBL을 나가는 것도 WKBL에 돌아오는 것도 너무 쉬운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임의 탈퇴를 한 선수에게 최소한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임의 탈퇴와 관련된 WKBL 조직 제도에 있어서 이와 같은 최소한의 제재는 필수적이다. WKBL에서 임의 탈퇴에 대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제재조차 없다면, 임의 탈퇴는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임의 탈퇴에 대한 WKBL의 조직 제도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혹자는 이와 같은 제재가 선수 풀이 좁은 WKBL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안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선수 풀이 좁은 여자 프로농구의 특성상, 항상 선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많은 팀 심지어 WKBL조차도 선수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임의 탈퇴한 선수들이 다시 여자 프로농구로 복귀해서 뛰는 일에 제한을 둔다면 선수 풀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임의 탈퇴를 통해 WKBL을 떠난 선수가 너무 쉽게 복귀할 수 있는 조직 제도의 문제점이 반드시 먼저 개선되어야만 선수 풀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쉽게 나가고 쉽게 돌아올 수 있는 전례를 그대로 남길 수 있는 WKBL의 조직 제도는 오히려 선수들이 임의 탈퇴를 하도록 장려하는 꼴이며, 이와 같은 제도가 지속되면 WKBL의 좁은 선수 풀은 더욱더 좁아질 것이다. 여자 프로농구 한 감독은 기사에서 “감독 입장에선 한 번 나간 선수를 받아주고 싶지 않다.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농구가 개인 스포츠라면 괜찮은데,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이원희, 2017).

필자의 생각도 이와 같다. 전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쉽게 나가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선수 풀을 지킬 수 있다.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도 사람이고, 사람이기에 지칠 수 있고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필자도 이해할 수 있다. 떠나는 것은 선수의 자유다. 그러나, 프로 선수라면 적어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인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임의 탈퇴에는 반드시 조직 제도를 통한 최소한의 제재가 있어야 한다.

<사진> 임의 탈퇴 이후 다시 복귀한 구리 KDB생명 위너스 구슬   <출처> WBKL 홈페이지

2. 지나치게 폐쇄적인 WKBL 전체의 조직 문화

임의 탈퇴를 막기 위해 두 번째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WKBL의 조직 문화이다. 필자가 언급하고자 하는 조직 문화는 단순히 WKBL 조직 내(內)의 구조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여자 프로농구 전체의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외박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승아와 홍아란이 임의 탈퇴 선언을 했을 때, 필자가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포털 게시판과 댓글에서 가장 많이 확인한 내용은 선수들이 프로의식이 없다는 비난이었다. 선수들이 배가 불렀다거나 사회인이 연봉 1억 받으려면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모르는 철없는 행동이다는 식으로 임의 탈퇴를 선언한 선수들 개인에게 비난이 화살이 돌아갔다. 솔직히 언급하자면 필자 또한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고 괴롭기에 연봉 1억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필자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리고 WKBL과 여자 프로 농구팀의 조직 문화와 생활을 알게 되고 나서, 필자는 이승아와 홍아란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임의 탈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필자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WKBL과 각 팀의 조직 문화가 선수들의 임의 탈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지욱 기자(2017)의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외박이 있는 남자 프로농구 선수들과는 다르게,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한 시즌에 4~5차례의 외박이 전부이다. 그나마도 2군 소속 선수들에게는 아예 외박을 허락하지 않는 팀들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니 필자 또한 선수들의 임의 탈퇴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은 방과 후에는 자유시간이 있고 직장인은 퇴근 후에는 편히 쉴 수 있다. 그러나,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그런 것이 없다. 겨우내 4~5차례의 외박이 그들이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분명 이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는 가혹한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WKBL과 각 팀 내에는 이처럼 외박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생긴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기력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감독이 외박을 꺼리는 이유는 외박을 허용했을 때 경기력이 하락하여 성적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독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을 정해 계약하는 여자 프로농구 감독직의 특성상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성적이 좋아야 차기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부터라도 외박을 더 많이 허용해야 하는 식의 비(非)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압적 합숙과 외박의 불허가 경기력의 상승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필자는 믿는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자뿐만은 아니다. NBA에서 보스턴 셀틱스, 토론토 랩터스에서 트레이너를 역임했던 키이스 디아멜리오 나이키 퍼포먼스 스페셜리시트는 2015년 방한했을 때 이와 같은 강압적인 훈련방식에 대해 강압적 합숙훈련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정지욱, 2017). NBA 선수들은 강압적인 훈련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세계 최고이다. 만약 강압적 합숙과 외박 불허가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방식이라면, NBA에서도 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WKBL도 변해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NBA 선수들과 WKBL의 조직 훈련 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이며, 미국과 한국의 다른 문화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할 수 있다. 필자 또한 이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합숙이라는 조직 문화를 완전히 부정하고 모든 것을 개인의 자율에 맡기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느 정도의 외박이나 자유가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필요함을 역설하고 싶을 뿐이다. 필자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단 하나다. 바로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은 연봉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임의 탈퇴를 막고 개인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외박을 허용하고 강압적 합숙훈련을 줄였는데 선수의 기량이 줄어들었다면, 그 선수의 연봉을 삭감하면 된다. 필자는 그것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즉, 외박의 허용으로 개인 기량이 하락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으로 연봉을 삭감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지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로 선수들을 지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WKBL과 각 팀에 존재하는 외박이 주는 부정적 인식과 그에 따른 강압적 합숙 훈련 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임의 탈퇴를 하는 선수들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물론, 성적이 중요한 감독과 각 팀의 사정상 NBA와 같은 완전 자율 문화는 당장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외박 횟수 증가를 통한 긍정적 동기부여와 자율적이고 효율적 훈련은 WKBL의 조직 문화를 개선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선수들의 임의 탈퇴도 반드시 줄어들 것이다.

<사진> 강한 카리스마와 엄격하고 혹독한 합숙과 훈련으로 유명한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 지나치게 페쇄적이고 힘든 조직 문화는 WKBL 선수들의 임의 탈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출처> 스포츠조선

3. 여자 프로농구의 얇은 선수층이 야기하는 임의 탈퇴 문제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를 방지하기 위해 개선 되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얇은 선수층이다. WKBL은 타 종목 스포스포츠보다 선수층 자체가 몹시 얇은 편이다. 점프볼 한필상 기자(2016)의 기사에 따르면, 2016년 9월 기준 대한민국농구협회에 선수 등록된 여고 선수는 겨우 159명뿐이다. 이들 중 실제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는 수는 더 적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뛸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뛸 선수가 없기 때문에 각 팀 감독들은 물론 WKBL까지도 선수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임의 탈퇴를 한 선수들을 강력하게 제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없는 선수를 구하는 것보다 차라리 임의 탈퇴를 했던 선수가 돌아오는 것이 WKBL 팀 입장에서는 더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얇은 선수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얇은 선수층이 개선되어야 강력하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직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 또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얇은 선수층을 해결하기 위한 WKBL의 조직 구조나 행동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WKBL이 두 가지 조직적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여자 대학농구 활성화를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며 또 다른 하나는 여자 프로선수들의 삶을 향상하는 조직적 행동이다.

먼저, 여자 대학농구 활성화를 위한 조직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여자 프로농구 선수층이 얇은 것은 바꾸어 말하면 여자 프로농구 선수라는 직업이 선호 받지 못하고 또 여자 프로농구 선수가 된 이후에도 직업이 지속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보통 초등학생 때부터 농구를 시작하는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그때부터 엄격한 훈련과 합숙을 강요받는다.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그렇게 혹독한 생활을 계속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프로에 데뷔하는데 필자는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프로에 데뷔해도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일상에 변화되는 것은 없다. 계속되는 합숙과 더 엄격해진 선후배 관계에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결국 농구에 대해 회의감을 품게 된다. 남자 프로농구 선수들도 합숙 생활을 하지만 보통 남자 농구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로 전향한다. 4년 동안 사회 속에서 생활할 수 있으며 또 정신적으로도 더 성숙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다르다. 여자 대학농구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에 싫든 좋든 무조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프로로 전향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로 전향해서도 계속되는 강압적 합숙과 훈련에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결국 지치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합숙 생활이 어떤 것인지 선뜻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독자를 위해 필자가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당시 필자는 A 남자배구단 통역 면접을 하기 위해 선수단 합숙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면접이 진행된 후 그곳에서 합숙에서 선수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그때 선수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선수들이 힘든 점으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 것이 있다. 필자는 당연히 혹독한 체력 훈련이나 성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선수들이 말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합숙 생활이 만만치 않으며 사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할 수 있는 외박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선수들이 공통으로 뽑은 힘든 점이었다. 외국인 용병선수도 합숙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든 선수들이 합숙 생활을 견디어 내야 했고, 선수들 전부 이와 같은 합숙 생활에 큰 고충을 겪고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주말 외박으로 강남에 가서 무엇을 할지 아이처럼 들떠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선수들을 보며, 필자는 합숙 생활이라는 것이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는 합숙 생활을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갓 성인이 되자마자 견디어야 한다. 더욱이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에 비교했을 때 외박 횟수도 압도적으로 적은 편이다.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이 농구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임의 탈퇴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현재 여자 프로농구 조직 구조상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필자는 WKBL이 반드시 여자 대학농구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조직적 움직임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 대학농구가 활성화된다면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좀 더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며 실력도 향상할 수 있는 과도기적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 프로농구 감독 중 한 명은 “마음 같아서는 여자 선수들 모두 대학 생활을 거친 뒤 프로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농구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등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이원희, 2017).

<사진> 대학농구에서 전통적인 강호인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활성화 된 대학농구를 통해 남자 선수들은 기량 발전과 정신적 성숙을 위한 과도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출처> 스포츠타임스, 점프볼

그러나, 혹자는 이와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수 풀이 얇은 상태에서 여자 대학농구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며, 수익성 좋지 않아 현재 남자 대학농구도 간신히 운영되는 상황에서 여자 대학농구는 절대 활성화될 수 없다고 말이다. 필자 또한 그와 같은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등록된 여고 선수가 겨우 159명뿐인 현 상황에서 여자 대학농구를 활성화하자는 것은 비현실적인 방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 대학에서 여자 농구를 활성화할 리도 만무하다.

다만, 필자가 역설하고 싶은 것은 WKBL의 장기적인 비전에 여자 대학농구 활성화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또한 그와 같은 장기적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WKBL에 그것을 위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WKBL에는 여자 대학 농구를 활성화를 위한 세부 조직이 없다. 등록 선수가 159명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세부 조직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WKBL이 장기적이며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여자 대학농구 활성화를 위한 조직 창설 및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조직 구성과 움직임 없이 여자 대학농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사과가 떨어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수 풀을 두텁게 하고 여자 프로농구 선수라는 직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WKBL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는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를 유발하는 WKBL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았다. 물론, 선수들의 임의 탈퇴는 개인적인 선택이므로 선수 개인에게 일차적으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임의 탈퇴 이후 복귀했을 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WKBL 조직 제도, 강압적인 합숙 생활과 혹독한 WKBL 조직 문화, 그리고 선수층을 두텁게 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세부 조직의 부재(不在) 또한 선수들의 임의 탈퇴에 큰 요인이 된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 프로농구 선수의 임의 탈퇴 문제는 반드시 개인적 사유와 조직의 문제점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농구 팬들은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 문제에 대해 너무 개인적인 의지박약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의 임의 탈퇴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의지와 정신력 부족이 아니라 WKBL의 조직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농구 팬에게 고려되기를 바란다. 여자 프로농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필자는 WKBL의 이와 같은 조직적 문제들이 개선되어 모든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이 즐겁게 선수 생활을 하며 임의 탈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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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정우 인턴기자

sunnyparkjeongw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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