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nd claret blowing in the wind. One valiant cry. We’ve got a name that everyone knows: Barça, Barça, Baaarça!”(파란색과 와인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용맹스러운 울음소리 하나. 우리는 모두가 아는 그 이름을 가지고 있다 : 바르샤, 바르샤, 바르샤!)
프리메라리가 우승 25회, 코파 델 레이 우승 30회,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5개의 업적을 이뤄낸 바르셀로나는 축구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클럽 중 하나이다. 포브스 ‘2017년 축구단 가치 리스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구단 가치는 약 36억4000만 달러(약 8590억 원)로 1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뒤를 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즈·헤라르도 피케와 같은 뛰어난 선수들, 그리고 요한 크루이프·펩 과르디올라와 같은 훌륭한 감독들이 팀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축구팀 중 하나로 성장을 했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의 성공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바르셀로나는 그들이 가진 특별한 특징이 하나 있다. 선수와 감독, 구단과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라는 단어를 앞세워 그 가치를 더욱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공유하는 ‘우리’라는 조직 정체성(Identitiy)은 이들이 성공을 한 데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팬들이 종종 팀을 ‘Més que un club(클럽 하나 그 이상의 존재)’로 말하는 것도 이러한 조직 정체성의 일부분인 것이다.
정체성은 행동을 규정하는 문화나 가치관, 신념과 같은 것들과는 다르다. 문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면, 정체성은 우리가 누군지에 대해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에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하나는 우리가 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다른 하나는 소속원들의 반응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 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조직은 ‘우리가 누구인지’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정체성(Identity)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한 차원 더 높일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정체성이라는 단어는 매우 추상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 볼 수 있듯이, 정체성은 목표를 의미있게 불어넣고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 줄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의 정체성은 어디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들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그들이 가진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La Masia; 스페인어로 농장)에서부터 만들어진다. 1979년에 창단한 이 아카데미는 리오넬 메시·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아 이니에스타와 같은 걸출한 스타들을 포함한 500명 이상의 슈퍼 재능들을 가르쳐왔다. 이들은 라 마시아 속에서 바르셀로나의 정체성을 배워왔다.
우선, 바르셀로나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축구인 티키타카(Tiki-Taka;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를 끊임 없이 각인시킨다. 짧은 패스를 통해 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티키타카 축구는 동료들의 위치 파악은 물론, 순간적으로 빠른 판단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티키타카 축구 속에서 유소년 선수들은 동료들과 협력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깨우치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은 바르셀로나의 이상적인 축구를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조직의 정체성을 하나씩 깨닫게된다.
이렇게 조직의 정체성을 확립한 어린 재능들은 이후 성인팀에서도 그 정체성을 유지하며 그들이 추구하는 축구를 필드 위에서 자유자재로 보여주었고, 바르셀로나는 역사에 기억될만한 거대한 클럽으로 성장하게끔 만들어졌다. 이렇게 바르셀로나는 뿌리부터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결국 그들이 가진 목표를 성취함과 동시에 눈에 띄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바르셀로나처럼, 기업들도 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구축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목표에 다가가고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 경쟁사의 전략에 대응하는 방식을 주로 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대응 전략도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에 대해 핵심적이고, 독특하고, 지속성이 있는 것을 말해주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전략적 대응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우리가 그 시장에 진입을 해야할지 혹은 그런 제품을 개발해야할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또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조직이 관성에 갇히지 않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본 글은 네이버 비즈니스판 1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배성범 기자
bsb319@siri.or.kr
[2018-09-05, Photo=FC Barcelona official, star2, reference=H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