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는 변화가 있었다. 우선 체급 개편이 있었다. 기존에 남녀 각각 8체급씩 16체급의 경기에서 남녀 각각 5체급씩 10체급으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출전 제한 규정이 없어졌다. 과거 16체급 아래에서 한 국가 당 최대 12체급에만 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인 품새, 새 품새, 자유 품새로 경연을 진행하여 남녀 개인, 단체전이 추가되었다.
태권도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되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퇴출 위기를 겪었다.
태권도가 퇴출 위기를 겪은 첫 번째 이유는 경기가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태권도 종목은 겨루기를 포인트제로 운영되었다. 태권도 종목은 양 선수가 호쾌한 발기술을 활용한 공방전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수비적인 운영을 기초한 양 선수가 도망가는 양상이 벌어졌고 이는 태권도 경기가 재미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객관적인 판정의 도구가 없어 선수들은 자신이 공격에 성공했다고 두 손을 들어 환호성을 지르는 등의 과장된 행동을 취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되풀이되었고, 경기가 끝나도 경기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심판 판정을 불복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심판의 권위가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태권도의 퇴출 위기를 극복하고자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대대적인 룰 개정을 진행했다. 우선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에서 벗어나고자 머리 공격은 2점을 부여하였고, 이후 3점으로 상향되었다. 그리고 머리 가격만 1회 비디오 판독을 제공하고 공격에 적극적이지 않은 선수에게 벌점을 주었다. 이후 경기장 크기를 줄여 도망갈 공간을 없앴고, 회전 공격을 사용하는 선수에게 1점의 가산점을 부여하여 몸통 공격은 2점, 머리 공격은 4점을 주었다.
객관적인 판정을 위해서 전자 호구를 도입하였다. 처음 전자 호구를 도입했을 때 터치를 하면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호구에 몸이 스치기만 해도 점수가 부여되는 일이 발생했고 격투기 특유의 타격보다는 발을 호구에 접촉하는 등 ‘발 펜싱’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압력식으로 전환하여 원활한 판정을 도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12 런던 올림픽부터 태권도는 전 세계인의 인기 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었다.
태권도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세계태권도연맹이 퇴출 위기 단계에서 태권도 경기 룰 개정을 통한 제품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권도의 장점에는 화려한 발기술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태권도 경기는 수비가 중심이었다. 이는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였다. 공격 지향적인 방향으로 태권도 경기 룰을 개정하면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기술을 사용하게 하였다. 이는 보는 사람이 경기에 몰입하게 하였고, 재미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러한 제품혁신은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8월 갤럭시 노트 7 출시 이후 배터리 문제로 인한 기기 폭발 사고로 인하여 출시 54일 만에 단종되는 굴욕을 겪었다. 노트 7의 실패는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명성에 금이 가게 했고, 다음 신제품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갤럭시 S8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열흘간 진행된 예약 판매 기간에서 갤럭시 S8은 국내 스마트폰 업계 사상 처음으로 예약 판매로 100만 대를 판매하였다. 전작 S7이 20만 대, 노트 7이 40만 대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공이었다.
이러한 성공이 가능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위기 단계에서 발 빠른 대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노트 7의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폭발 사고가 일어난 뒤 삼성전자는 발 빠른 사과와 제품 회수 등의 모습을 보이며 사태를 빠르게 진화했다.
그리고 S8의 제작 단계에서 장점을 잘 살리면서 동시에 제품 혁신을 끌어냈다. 홍채 인식, 방수 기능 등은 노트 7의 장점이었다. 이러한 장점을 삼성전자는 버리지 않았고 S8 개발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베젤리스 화면)’을 도입하여 스마트폰의 위, 아래 베젤을 최소화하였고, 가운데 아래에 존재하는 홈화면 버튼을 없애며 기기 크기를 유지한 상황에서 화면 크기를 최대화 하였다. 이는 같은 디자인의 제품에 피로감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갔고, 이는 S8의 성공을 이끌었다.
태권도와 삼성전자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였고, 자신들의 장점을 강화하면서 혁신에 성공하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종목이 선수들의 선전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으면 한다.
현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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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3, Photo = Google Image Research(Non-licensed image), 세계태권도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