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박다원기자]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 이제는 매해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에 따르면, 과거 사스와 신종플루부터 최근 메르스와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의 등장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해마다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한국 보건 사회 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19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염병이며 그것을 정의,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앞으로 발생할 ‘미래 질병’에 대해 차분히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 질병’이란 먼 미래에 발병할 소지가 있는 질병을 포함한 ‘새로운 질병’을 말한다. 앞서 말한 ‘새로운 질병’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질병으로 정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미 알려져 있으나 발생률, 지역적 분포가 점차 증가하는 질병도 포함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앞으로 세계적 질병의 확산에 대해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무서운 예상이 가능하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코로나 19에 대해 3월, 세계적인 판데믹을 선포했다. 이에 1월 에피 데믹 선언 당시에도 흔들렸던 세계 경제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 19로 유럽조합에 가입된 나라들도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제조업 PMI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막대한 피해를 본 유럽 경제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소수 국가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주변국의 논란을 사고 있다.
여기서 잠시 경제의 어원을 살펴보며 경제 혼돈이 얼마나 위험한지 살펴보자.
경제(Economy)는 ‘집안 살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oiko nomos(οἰκονόμος)’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흔히 집안 살림하는 사람은 많은 결정을 내린다. 그들은 제한적인 자원으로 청소, 식사 준비 등의 모든 부분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사회로 확장시켜보자. 어느 사회라도 무슨 일을 해야 하고, 그 일을 누가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의 체계를 관리하는 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경제이다. 더 나아가 피는 돈, 혈관은 금융으로 볼 수 있다. 총체적으로 말해, 현재의 경제 혼돈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뇌 기능에 장애가 생겨 피가 원활히 흐르지 못하는 참담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신체와 다르다는 부분에 해결책이 있다. 하나의 신체에서 인격체는 하나이지만, 경제에서는 각 분야와 부분별로 리더가 있다. 그 리더들은 서로 다르게 사고하고 협동도 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그 리더들의 움직임은 리더십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루하루 변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어 리더의 역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스포츠 시장이다. 그곳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포츠 감독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해답을 배워보자.
<눈앞의 것에 집중한 지네딘 지단>
지네딘 지단, 누구라도 그의 앞에서 명선수 출신은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부임 이후 5개월 만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 라리가 39경기 무패 등의 기록을 세웠다. 이런 지단은 프랑스 최고 지도자로 뽑힌 뒤 “지단이란 이름은 쓸모없게 됐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은 그가 과거 자신의 명성에 매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했다. 지단은 선수들을 얕잡아보거나, 그저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선수들을 존중하며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지도하려고 노력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는 지단에 대해 “공기처럼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라며 “그를 감독으로 맞은 후 배운 것이 그 전 10여 년 보다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지단은 현재에 집중하는 리더십을 통해 과거부터 문제가 되어 온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감독의 기싸움을 없애고, 선수들이 자신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지네딘 지단, 그는 항상 눈앞의 것에 집중하며 과거의 레전드 선수, 현재의 레전드 감독 두 가지 타이틀을 모두 챙기려 하고 있다.
<강력한 통제권을 가졌던 알렉스 퍼거슨>
퍼거슨, 이름부터 압도적이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 부임 이후 종합우승 총 38번을 했다. 그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팀을 관리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만약 어떤 선수들이 나의 권력과 통제력에 도전하고 싶다면, 나는 그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상대한다’. 이것이 퍼거슨의 리더십이었다. 만약 선수들이 팀의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가차 없이 처벌했다. 만약 벗어나고자 한다면 미련 없이 놓아줬다. 그 예로 로이 킨이 팀원들에 대한 공개 비난을 했을 당시 계약이 파기된 사건, 자신의 결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루드 판 니스텔로이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경우가 있다. 강경한 대응은 순간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다. 통제 불가 상태를 예방하고 조직의 장기적 안정, 올바르고 명확한 방향 설정을 위한 열쇠다. 질서는 불변하는 리더십의 원칙이고, 퍼거슨은 그 원칙을 잘 지켰을 뿐이다.
<호랑이 굴에서도 살아남을 정신을 가진 김성근>
리더십으로 유명한 감독 중 국내의 감독을 꼽자면 김성근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그가 고수한 원칙은 ‘리더는 결단자다’라는 말과 결을 같이 한다. 그는 “리더의 역할은 위기일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리더는 위기에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2010년 코리안 시리즈, 김광현 선수가 볼넷을 내주며 팀은 순식간에 만루 위기에 처했다. 모든 선수와 코치진은 패닉 상태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만은 굳건했다. 하나의 돌부처와 같았다. 이때를 돌이키며 김성근은 “리더는 위기의 순간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모두의 시선은 감독을 향할 것이다. 그는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 야구는 순식간에 공이 움직이므로 찰나의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옛말이 있다. 팀이 호랑이 굴 속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그들의 정신은 리더에게 달려있다. 감독은 결단자다. 김성근, 그는 리더십의 대가이자, 정신적 주체였다.
위에서 다룬 리더들은 집중, 질서, 결단력으로 위기의 상황에서도 팀을 훌륭히 이끌었다. 그러한 자질은 리더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개인도 그러한 자질을 학습하고 이해만 한다면 위기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시점, 전 세계는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러한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때마다 발휘되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헌신이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수는 감사히 도움을 받기만 하기보다, 스스로 위기 대처 능력을 함양하여 각자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참된 리더십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19에 빠진 지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전세계의 리더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박다원 기자(prism03@siri.or.kr)
[20.05.08]
[참고]
노컷뉴스: 최재천 “바이러스 사태, 이대로면 3년에 한번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특집호2
머니투데이 방송(유튜브): 미국 만큼 심각한 코로나 19 팬데믹에 유로존 경제가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