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처절함과 처절함이 맞붙어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지난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빅버드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맞대결이 6골의 난타전 끝에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양 팀을 향한 언론의 많은 질타가 있었다. 명문이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는 현재 순위와 스쿼드 등 K리그 최고 더비로 불리기에 빈곤한 양 팀의 상황이었다. 이런 환경에 슈퍼매치를 본 따 ‘슬퍼매치’라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팀의 간절함은 어느 때보다 컸다. 수원은 지난 2015년 4월 18일 자신들의 홈에서 5-1 승리 이후 리그에서 5년 넘게 서울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가지 못했다. 서울 역시 수원 상대로 압도적인 최근 전적이었지만, 리그 최다 실점 등을 기록하며 부진했던 최근 흐름을 라이벌 수원을 상대로 살릴 필요가 있었다.

그 간절함 속에 치러진 경기는 서로 치고받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마무리됐다. 수원이 전반전 3-1로 앞서 나가며 승기를 굳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서울이 후반전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화끈하게 만들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대부분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질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한 경기였다.

치열한 경기내용은 가히 슈퍼매치다웠고, 팬들이 관중석에 없었다는 사실에 슬퍼매치라 불려도 손색없었다.

비록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지며 양 팀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지만, 침체되어있던 양 팀에 희망과 문제점 모두를 노출한 경기이기도 했다.

#수원의 희망 :살아나는 공격진과 중원

수원은 시즌 초반부터 줄곧 3-5-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타가트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이 모색됐고, 그의 파트너로 새로 영입된 크르피치, 염기훈, 한의권, 임상협 등 다양한 공격자원들이 배치됐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타가트는 부진에 빠지며 이 경기 전까지 한 골에 그쳤다.

다행히 이런 고민은 김건희의 복귀와 함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상주 상무 군 입대 후, 전역 직전 10경기에서 8골을 폭발하며 눈도장을 찍은 그는 드리블과 양발 슈팅 능력은 물론 수비와의 몸싸움에 밀리지 않는 피지컬로 대학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리그 개막을 앞두고 당한 부상으로 한동안 나오지 못했지만, 지난 강원전부터 교체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린 김건희는 이날 투톱의 왼쪽에 위치했다. 특유의 드리블과 피지컬로 서울의 오른쪽 센터백인 김원식과 윙백 김진야를 괴롭히며 수원의 장기인 좌측 공격을 살려 주었고, 이는 타가트가 수비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효과를 일으켰다. 악몽을 맛본 김원식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남춘과 교체되었다.

김건희의 장점은 득점 장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종성의 전진으로 헐거워진 수비진을 틈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드리블을 통해 서울 수비진들의 템포를 무너뜨린 후, 양발에 능한 그의 능력이 녹아진 장면이었다.

중원 조합 역시 인상적이었다. 올 시즌 수원의 U22룰 핵심 자원인 박상혁은 9경기에 출전하며 신임을 받고 있지만, 임팩트가 부족했다. 박스 밖에서는 활발하게 공을 운반하지만 정작 공격 지역에서 과감성 결여가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장점인 드리블 능력으로 전진하며 서울 수비진들을 뒷걸음질 치게 했고, 상대 위험지역에서 플레이도 과감해졌다. 그 과감함은 윤영선의 핸드볼 파울에 따른 페널티킥을 야기하며 첫 번째 골을 만들어냈고, 그의 슈팅은 유상훈에 막힌 뒤 타가트의 리바운드 골을 이끌어냈다.

고승범 역시 올 시즌 전 경기 풀타임 출전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였다. 본래 장점인 활동량과 더불어 새롭게 장착한 킥 능력은 안정적인 중원을 만들어냈다.

#수원의 숙제 :막판 집중력

너무나도 명확한 현재 수원의 문제다.

수원이 올 시즌 리드 뒤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한 경기 수는 총 4경기다. 전체 14실점 중 70분 이후 실점 허용은 절반인 7실점에 달한다.

이날 서울과의 경기에서도 두 골 리드 뒤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동점을 내준 뒤, 눈에 띄게 선수들의 발이 무거워졌다. 팬들이 전반 리드에도 불안했던 이유다. 수원 선수들이 후반전에 접어들수록 근육 경련을 호소하며 지친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수원이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후반 막판에 실점을 허용하며 잃은 승점만 무려 19점에 달한다.

전북과의 개막전 이동국에게 허용한 83분 실점을 시작으로 2라운드 울산전 2-0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88분 주니오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며 2-3으로 패배했다. 5라운드 광주와의 홈경기에서는 펠리페에게 90분 통한의 실점을 허용했으며, 이어진 강원과의 경기에서도 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2 무승부로 마쳤다. 대구와의 8라운드 경기에서는 고승범의 선재골을 지키지 못하고 74분과 76분 세징야에게, 그리고 90분에는 데얀에게 쐐기골까지 얻어 맞으며 1-3 역전패 당했다. 9라운드 상주전에서는 강상우에게 87분 결승골을 헌납하며 패배한데 이어 이번 슈퍼매치에서도 두 골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있다. 코칭 스태프들의 체력 및 피지컬 관리 실패일 수 있고, 선수 개인의 컨디젼 조절 실패일 수도 있다. 후반 집중력과 관련된 멘탈 문제의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점은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매번 불안 속에서 후반전을 지켜보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의 희망 :오스마르의 복귀

2014년부터 세레소 오사카 임대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서울에서 뛰는 오스마르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최용수 감독의 신임을 받은 오스마르는 4라운드 성남전부터 근육 부상으로 결장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결장을 시작으로 서울은 무려 5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연패 과정을 돌이켜보면 더욱 처참하다. 5경기 1득점의 빈공은 물론이고, 14실점이라는 수치가 이를 설명한다. 수비진의 안정감 문제가 가장 대두되는 문제였지만 한 개의 득점 기록은 분명 그것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스마르의 빈자리는 주세종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그의 폼이 좋지 않다. 장점인 킥력은 정교함이 많이 떨어졌고, 수비 상황에서도 벅차 보였다.

척추가 무너지자 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격에서의 날카로움은 떨어지고, 수비에서의 불안감만 가중되며 25년 만에(안양LG 시절) 5연패 늪에 빠졌다. 서울에 연고지를 정착한 이래로 최다 연패였다.

다행히 오스마르가 돌아온 뒤 서울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지난 인천전 선발출장한 오스마르는 영리한 수비와 함께 팀의 공격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패스를 뽐내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번 슈퍼매치에서도 전반전 흔들리긴 했으나, 팀의 동점 골에 기점이 되는 강력한 프리킥과 함께 서울의 공격 상황에서 시발점 역할을 했다. 이날 상대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종성이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과 비교되며 더욱 돋보였다.

오스마르의 복귀와 함께 연패 사슬을 끊어낸 뒤 1승 1무를 기록한 서울이기에 그의 활약은 더욱 반갑다.

#서울의 숙제 :여전히 불안한 수비(feat.윤영선)

비록 오스마르가 복귀했다고는 하나 팀의 실점에 대한 책임은 센터백들의 몫이다.

최용수 감독의 3백을 상징하는 단어는 안정감이다. 그런데 이런 명성이 이번 시즌 만큼은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은 현재 리그 최다인 21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하위인 인천보다도 5실점이 많다. 특히 연패 과정에서 기록한 14실점은 충격이었다.

김주성과 김남춘, 황현수 등 기존 주전 자원은 물론이고 김원식과 신인인 강상희까지 기용해봤지만 흔들리는 배를 바로 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런 문제는 울산에서 국가대표 수비수 윤영선을 임대하며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도리어 윤영선도 그 배에 같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인 지난 인천전에서 어이없는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한 데 이어, 이번 수원전에서도 박상혁의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팔을 들어 올리며 두 경기 연속 PK를 내주었다.

두 번째 실점 과정에서는 측면에 있던 고승범이 박상혁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과정을 제어하는 데 실패하며 실점의 발판이 됐고, 세 번째 골도 김건희를 막아내지 못하며 바로 앞에서 실점을 허용했다.

윤영선뿐만 아니라 이날 오른쪽 센터백으로 선발 출장한 김원식은 김건희에게 수 차례 고전하는 끝에 하프타임에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보통 축구에서 센터백이 하프 타임에 교체되는 경우는 드물다. 김원식을 대신해 교체해 들어온 김남춘은 후반 7분 어이없는 클리어링 미스로 타가트에게 골을 헌납할뻔했다.

이날 최근 볼 수 없었던 투지로 두 골 차를 메우는데 성공하며 분위기를 만들어낸 서울이지만,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다시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07.06, 사진 = 수원 삼성 블루윙즈, FC서울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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