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정현우 기자] 체육계에 또다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작년 체육계 성 추문 폭로 사건이 터진 지 약 일 년 반 만이다.

최숙현 선수는 고등학생이던 2015년 태극마크를 달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최 선수는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팀에서 끊임없는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고, 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 최 선수가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 달라’고 보낸 메시지는 유언이 됐다.

최 선수가 수년간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며 모은 피해 녹취록에는 가혹 행위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그 중에는 최 선수가 체중이 늘자 경주시청의 철인 3종 팀 관계자가 20만 원 치의 빵을 억지로 먹게 해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하는 일명 ‘식고문’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하기도 하고 감독과 팀닥터가 술을 마시고 그녀를 20분 넘게 폭행을 하기도 했다. 최 선수는 이러한 상습구타와 가혹행위를 훈련일지에 고스란히 기록했는데, “하루하루 눈물만 흘린다.”, “(가해자들이) 차에 치이든 강도가 찌르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며 괴로운 심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좌절한 대상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는 세상이었다. 최 선수는 이러한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해 올해 초 팀을 옮기고 대한체육회에 진정을 넣으며 경찰에 가해자들을 고소하기도 하는 등 수 차례 SOS를 보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경북체육회는 합의를 종용했고 대한체육회 역시 지지부진 시간만 끌었다. 경주경찰서 역시 무성의하게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고인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엄청 힘들어서 고소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애가 실망을 많이 했다. 때릴 수도 있고, 운동선수가 욕하는 건 다반사라는 식으로 수사했다”며 호소했다.

사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문제점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2일 공식 성명을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에 있어 인권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다시금 상기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처를 할 것입니다. 특히 금번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다시는 체육계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가해자들의 영구퇴출을 약속했다.

영구퇴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고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은 엄연한 살인자들이다. 이들에 대해 징계는 물론이고 강력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최 선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못한 관련 기관들의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몇 년째 반복되는 체육계 내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폭행과 폭언, 갑질 등의 행위에 대해서 강력한 법적 규제와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피해 선수들의 신고나 고소 시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속한 대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현우 기자(gusdn827@siri.or.kr)

[20.07.01, 사진=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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