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 구장에 처음 서면 외야 펜스가 저 멀리 도망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사소한 거리감 하나가 수비 스타트를 0.5초 늦추고, 그 0.5초가 안타와 아웃, 더 나아가 선수의 부상까지 결정짓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퓨처스리그 홈경기 중 일부를 함평 챌린저스필드가 아닌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개최하는 것을 두고 현장 코칭스태프가 전한 실제 고민이다. 단순한 팬 서비스나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1군 콜업 시 젊은 선수들이 겪는 ‘환경적 적응 비용’을 최소화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구단의 정밀한 육성 전략이자, 현장에서 이른바 ‘박민 룰’로 불리는 새로운 시스템의 본격적인 가동이다.
‘파울 구역 20m’ 함평과 챔필의 격차… 수비 시야 무너뜨리는 보이지 않는 벽
KIA 내부에서 퓨처스 유망주들의 1군 구장 적응 문제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제도적 개선까지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바로 내야수 박민의 아찔한 부상이었다.
심재학 KIA 단장은 “박민의 부상을 보고 깨달은 게 있다”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심 단장은 “퓨처스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1군 홈구장 경험이 없거나 적은 경우가 많다. 민이도 그랬다”며 “홈구장에서 뛰어본 적이 적다 보니 펜스까지의 거리를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1군 콜업 후 의욕적으로 타구를 쫓던 박민은 홈구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펜스 위치를 예측하지 못했고, 결국 큰 부상으로 이어지며 구단에 깊은 숙제를 안겼다.
실제 현장 스태프와 데이터 분석 파트는 퓨처스 구장과 1군 경기장의 구조적 수치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함평 챌린저스필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2군 구장들은 선수들의 안전과 훈련 편의를 위해 홈플레이트 및 베이스라인에서 펜스까지의 ‘외야 파울 구역’이 대단히 넓게 설계되어 있다. 함평의 경우 파울 구역 거리가 무려 20~25m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다.
반면, 1군 경기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이 파울 구역이 약 10~12m 안팎으로 대폭 좁아진다. 관중석이 그라운드와 밀착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2군에서는 파울 플라이를 잡을 때 ‘아직 펜스까지 한참 남았다’고 생각하며 달리던 감각이, 1군 구장에서는 불과 몇 걸음 만에 관중석 벽과 펜스에 부딪히는 치명적인 착시를 낳는 것이다.
“3연전 중 한 경기는 챔필에서”… ‘박민 룰’이 만든 실전 훈련
KIA 구단이 박민의 부상 이후 전격 제정한 일명 ‘박민 룰’은 이러한 구조적 낯섦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장치다. 심재학 단장의 설명에 따르면, KIA는 박민의 부상 이후 육성군과 퓨처스 선수들도 챔피언스필드에서 실전 경기를 치르도록 일정을 전면 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1군 홈경기가 없을 때, 퓨처스 3연전 중 최소 한 경기는 반드시 챔피언스필드에서 개최하기로 못 박았다.
단순히 배팅 훈련이나 펑고를 받는 수준으로는 1군 구장의 진짜 시야를 익힐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전 경기를 챔피언스필드에서 직접 소화해야만 좁아진 파울 구역의 압박감을 몸으로 느끼고, 야간 조명등 아래에서 타구의 궤적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특성을 체화할 수 있다.
심 단장은 이에 대해 “퓨처스 선수가 1군에 올라오기 전 그라운드 구조를 익혀야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고, 부상도 피할 수 있다고 본다”며 시스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선수를 부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환경에 연착륙시키는 것 역시 구단이 책임져야 할 육성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첫 콜업의 공포를 지우는 시스템, 미래의 왕조를 만들다
구단 내부에서 육성 시스템을 보좌하는 한 관계자는 “2군 유망주들이 1군에 올라와 어설픈 수비를 하거나 다치는 건 경험이나 간담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뛰어온 야구장과 눈앞에 보이는 공간감의 수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몸이 얼어붙는 것”이라며 “그 첫 순간의 공포와 낯섦을 미리 지워주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구단이 해야 할 진짜 투자”라고 설명했다.
유망주에게 1군 콜업은 꿈을 이룰 기회이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중압감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 엄숙한 무대에 섰을 때 구장의 공기와 시각적 거리감마저 아군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선수가 가진 재능은 쉽게 꺾이고 만다.
박민의 아찔했던 부상을 반면교사 삼아 탄생한 KIA의 ‘박민 룰’은 단순한 경기장 대여가 아니다. 젊은 호랑이들이 1군이라는 거친 정글에 던져졌을 때, 다치지 않고 곧바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 수 있도록 바닥부터 깔아주는 가장 세밀한 안전장치다. 유니폼의 무게뿐만 아니라 첫 발걸음의 어색한 시야까지 계산해 지워나가는 KIA 타이거즈의 과학적인 육성 시스템이, 미래의 지속 가능한 강팀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뼈대가 되고 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6.05.28, 사진제공 = 기아 타이거즈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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