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이번 시즌 프로야구는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고 야구 또한 이를 피해갈 순 없었다. 3월 28일 개막 예정이던 리그는 사상 초유의 개막 연기 사태를 맞았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의 등장으로 팬, 선수, 구단 모두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손님맞이를 준비하던 구장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가끔 있는 연습경기 중계가 야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사진= ESPN 홈페이지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풍경
한 달이 넘는 기다림 끝에 리그는 다시 시작됐다. 우리가 알던 그 야구가 맞았지만 관중석은 비어 있었다. 그 어느 곳보다 북적이던 야구장의 휑한 모습은 낯설게 느껴졌다.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개막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시국이 낳은 진풍경이 여럿 관찰되기도 했다.

5월 개막이 결정되고 개막 준비에 한창이던 시점,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KBO리그가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송출된다는 소식이었다. 종종 선수들의 진기한 플레이나 ‘빠던’이 화제 되어 해외 매체에 소개된 적은 있으나 정식으로 중계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잠실의 주인이 누군지를 놓고 싸우는 모습이 현실화됐다.

사진= 한화 이글스 인스타그램

구단은 무관중으로 인한 빈자리를 특별한 아이디어로 채우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한화는 팬들로부터 받은 인형으로 관중석을 채우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경기장에 못 가는 팬들이 자신들을 대신해 부캐(부캐릭터)를 보낸다는 취지였다. SK는 무 캐릭터의 플래카드를 걸어 진짜 ‘무’관중을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다양한 구단이 경기장의 허전함을 채우고자 여러 시도를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선수 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단들은 시즌 중 대체 선수를 구할 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후보를 물색한다. 그런데 올해는 마이너리그 개막이 아예 취소됐다. 대체 선수는 바로 투입되어 활용돼야 하는데 경기가 열리지 않아 외부선수들의 경기력을 체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다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이 있어 실제 투입되는 데까지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된다.

특히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투수의 경우엔 구단들이 대체 외인으로 영입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현재까지 리그에 대체 선수로 합류하게 된 4명의 선수 모두 타자다. 선수 수급이 어렵다 보니 평소 같으면 방출될 선수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쓰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KBO리그는 8월 2일까지 720경기 중 362경기를 소화해 반환점을 돌게 됐다. 이번 시즌 전반기를 천천히 돌아보자.

사진= KBO리그 홈페이지

순위싸움은 ING
상위권과 하위권이 극명하게 갈리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비교적 치열한 순위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위권 팀들의 게임차가 크지 않아 언제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팀이 포스트시즌을 놓고 경쟁 중이다. 상위 5개 팀은 물론 6~8위의 KT, 롯데, 삼성 모두 가을야구(어쩌면 겨울야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쭉 선두를 지키고 있는 NC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당장 지난 시즌 줄곧 1위를 달리던 SK가 두산에 역전당한 사례가 있기에 현재 2위와의 4게임차는 결코 크지 않다.

다만 SK와 한화에게 5강 싸움은 다소 동떨어진 얘기다.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을 하던 SK는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 도중 염경엽 감독이 쓰러지고 무면허, 음주운전 및 체벌 폭행으로 선수 여럿이 징계를 받는 등 불행의 연속이다.

최하위 한화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패배인 97패를 넘어 사상 첫 100패를 바라보고 있다. 2018년 팀을 3위까지 올렸던 한용덕 감독은 결국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SK와 한화에겐 이번 시즌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진= NC 다이노스 페이스북, KT 위즈 홈페이지

구창모 vs 로하스 – 불붙은 MVP 레이스
이번 시즌 투타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하나씩 꼽으라면 아마 NC 구창모와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가장 많이 언급될 것이다.

이번 시즌 구창모는 완전히 만개했다. 지난해 커리어 처음으로 10승 투수가 된 구창모는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탈삼진 2위, 승리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삼진은 늘고 볼넷은 줄면서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NC 1위 독주에 단연 1등 공신이다.

귀하디 귀한 토종 좌완 에이스의 등장으로 NC는 구창모의 체력 관리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올 시즌 구창모는 4일 휴식 후 등판이 단 한 번뿐이었고 대부분 등판 이후 5일 이상의 휴식을 부여받았다. 최근에는 관리 차원으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도록 했다. 구창모는 데뷔 이래 규정이닝을 채운 경험이 없고 현재 경기 당 평균 이닝 역시 리그 1위다. 그러다 보니 포스트시즌 일정까지 바라보는 NC 입장에서 구창모를 무리시킬 이유는 없다. MVP 싸움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선수의 미래까지 고려한 결정이다.

타자 쪽에서는 로하스가 압도적이다. 로하스는 리그 올스타급 선수에서 MVP를 노리는 선수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현재 리그 타자 시상 기록 8개 부문 중 홈런, 타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 5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과 득점 역시 2위에 올라 있고 선두와의 차이 또한 크지 않다. 2010년 이대호 이후 10년 만에 7관왕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5위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KT의 중심에는 로하스의 맹활약이 있다. 이렇다 보니 KT를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은 로하스를 향해 ‘로메딱(로하스는 메이저가 딱이야)’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그만큼 로하스는 다른 팀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 밖에도 키움 이정후와 롯데 댄 스트레일리 등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정후는 로하스의 거대한 벽에 가려져 있을 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기존에 갖추고 있었던 컨택능력에 장타력이 더해져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타자가 됐다. 스트레일리는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 평균자책점 2위, 탈삼진 1위로 구창모와 비등한 성적을 내고 있다.

사진= LG 트윈스 홈페이지

어차피 신인왕은 이민호?
신인왕 경쟁에서는 LG 이민호가 가장 앞서고 있다. 이민호는 올해 1차지명 선수로서 팀의 가장 큰 기대주다. 최고구속 150km를 던질 수 있는 강속구 투수로 LG의 선발 로테이션 인원 중 한자리를 맡고 있다. 10일마다 등판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투구로 2.00이라는 낮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 투수 중에선 KT 소형준, SK 김정빈, KIA 정해영이 이를 추격하고 있다. 소형준 역시 이민호와 같은 고졸 신인으로 시즌 전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몇 번의 대량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지만 신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3경기를 모두 퀄리티 스타트로 장식해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김정빈은 6월까지 ‘미스터 제로’라 불리며 완벽투를 보였으나 7월 들어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정해영은 안정적인 투구로 KIA 불펜을 지키고 있지만 7월에 뒤늦게 데뷔해 등판 횟수가 아직 적다.

타자 중에는 LG 홍창기, SK의 최준우와 최지훈이 꼽힌다. 홍창기는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LG의 붙박이 리드오프로 선발 출장하고 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선구안이다. 홍창기의 타율은 2할 5푼대로 리그 평균 이하지만 출루율은 4할이 넘는다. 이는 180타석 이상 출장한 선수 중 1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신인왕 경쟁에서 팀 동료 이민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준우와 최지훈은 돋보이는 활약은 아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중이다.

현재 가장 앞선 것은 이민호지만 모두 풀타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인 만큼 신인왕 레이스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여느 시즌보다 체력관리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진= 삼성 라이온즈 페이스북

전반기 기록 이모저모
삼성 오승환은 6월 16일 두산전에 나서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한국 278, 일본 80, 미국 42)를 달성했다. 이후 5개의 세이브를 추가해 현재 통산 405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인 최다 세이브 기록인 이와세 히토키(은퇴)의 407세이브가 눈앞에 다가왔다.

홈런 관련 기록 또한 있었다. SK 최정은 7월 27일 한화 체드 벨을 상대로 통산 351호 홈런을 터뜨려 2위인 양준혁(은퇴)과 동률을 이뤘다. 그리고 이틀 뒤, LG 정찬헌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면서 통산 홈런 단독 2위에 오르게 됐다. 이제 최정 앞에 있는 선수는 이승엽(은퇴, 467개)뿐이다. 박병호는 7월 5일 KT 김민수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 통산 14번째 300홈런 타자가 됐다.

한화는 5월 23일부터 6월 12일까지 18경기를 내리 패했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동률을 이루는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이다. NC는 개막 이후 18경기 만에 15승을 올려 역대 최소경기 신기록을 세웠다.

7월 21일에는 5경기 중 3경기에서 끝내기가 나왔는데 한화 김범수와 삼성 김윤수가 나란히 패하면서 역대 최초 동일 일자 형제 패전이 기록됐다. 6월 30일 롯데와 NC는 연장 11회까지 각각 11명, 8명의 투수를 내보내면서 한 경기 팀 투수 최다 출장과 한 경기 양 팀 최다 투수 출장 타이기록을 세웠다.

 

시작 전부터 다사다난했던 시즌이 어느덧 후반기로 접어든다. 얼마 전부터는 무관중 제한이 풀려 비어 있던 관중석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예전과 같은 만원 관중과 응원가 떼창은 당분간 보기 어렵겠지만 그 열정만큼은 그대로 유지됐으면 한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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