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볼캡 모자. VAR이 일상생활에 점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 출처 : 오늘의 축구

[SIRI = 김학진 기자] 축구장에선 예전과 다른 광경이 현재 펼쳐지고 있다. 심판이 손가락으로 네모난 직사각형을 그리면 팬들은 숨을 죽이며 심판의 판정을 기다린다. VAR이 뭐길래, 이렇게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 VAR,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헤쳐 보자.

 

VAR이란?

VAR은 ‘Video Assistant Referee’의 약자로, 직역하면 ‘비디오 보조 심판’이라는 뜻이다. FIFA에서 도입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으로, 심판 판정 중 오심을 정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림으로써 경기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제고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2016년 클럽 월드컵에서 공식적으로 도입되었으며, 2018 러시아 월드컵과 독일의 분데스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를 거쳐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별들의 전쟁 챔피언스리그까지 안착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K리그에는 2017년 7월 1일부로 도입되었다.

비디오 운영실(VOR) – 출처 : 로이터 통신

VOR(Video Operation Room) 이라 불리는 비디오 운영실에는 VAR, 보조 VAR, 리플레이 운영관 세 명이 대기한다. 이들은 경기를 느린 화면으로 반복 재생하며 골, 퇴장, 페널티킥, 신원 오인 등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한다.

이상 장면이 확인되면 VOR에서 주심에게 무선으로 신호를 보낸다. 주심은 경기를 잠시 멈추고 필드 위에 있는 주심 리뷰지역으로 가서 이상 장면을 확인 후 최종적으로 판정을 내린다.

도입될 당시 VAR 제도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VAR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많은 팬들과 선수들, 구단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설전을 펼쳤다.

VAR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기의 박진감 저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삼았다. 실제로 2017년 클럽 월드컵에서 판정 하나를 내리는데 3분이 넘게 걸려 지네딘 지단 감독과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등이 VAR 제도에 불만을 표출했다.

현재 리버풀로 이적한 티아고 알칸타라 역시 전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 아스날의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경기 후 인터뷰에서 VAR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나는 VAR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로맨틱한 플레이로 경기에 임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이 없어졌고 축구는 가장 역사적인 순간들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도입된 VAR은 도입 초기에는 판정 번복, 경기의 박진감 저하 등 탈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경기에 녹아들고 있다.

 

효과는?

그렇다면 VAR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연 VAR 본연의 목적대로 경기의 공정성과 일관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을까?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부분 운용했던 VAR 데이터와 유럽 클럽 리그, 2017 U-20 월드컵 대회에서의 데이터를 종합해 VAR의 효용성을 분석했다. 종합의견은, “VAR이 심판의 판정을 돕는 도구로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였다.

VAR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판정의 7%가 오심이었지만, VAR이 행해진 판정에서 오심은 불과 1.1%에 그쳤다. 특히 선수들이 심판을 속이는 시뮬레이션 행위나 심판이 보지 않을 때 반칙을 범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VAR이 도입된 후로 심판의 페널티킥 판정 횟수가 늘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었다.

리그별 VAR을 도입한 후 경기당 페널티킥 수 – 출처 : 이코노미스트

위의 그래프는 각 나라의 리그별 경기당 페널티킥 수를 시즌별로 나눈 것이다. 파란색 막대가 VAR을 도입하기 전이고, 갈색 막대가 VAR을 도입한 이후이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VAR이 도입되었다고 페널티킥 판정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VAR로 추가적인 페널티킥 선언이 발생하는 만큼 VAR로 페널티킥이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VAR에 대한 팬들의 반응

스카이스포츠는 올해 2월 영국 기반의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인 ‘YouGov’를 통해 EPL의 VAR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417명의 영국 축구 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EPL에서 VAR 시스템이 잘 작동했는지’에 대해 6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대다수의 팬은 VAR의 목적 또한 의구심을 가졌다. 응답자의 67%가 현재 VAR이 경기를 더 지루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VAR을 계속 사용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에는 74%의 팬들이 계속 사용하되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선택했다. 팬들도 VAR의 필요성 자체는 절감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편 ‘VAR 결정 과정에 시간제한을 둬야 한다’, ‘VAR 심판이 보는 것과 똑같은 장면이 경기장 스크린에도 보여야 한다’, ‘VAR 심판과 주심 간의 대화를 팬들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등과 같은 의견들에 대다수의 팬이 찬성했다.

 

VAR의 문제점, 앞으로의 추구 방향

위의 VAR 효용성 조사에서도 살펴봤듯이, 현재 VAR 기술 자체의 문제는 미미하다. VAR 자체의 문제보다는 활용 절차와 편파성, 혹은 중계카메라의 부족으로 인한 기술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볼 수 있다.

K리그의 경우, 유럽 리그에 비해 중계 카메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다양한 각도와 시점에서 비교해야지 정심과 오심을 구분할 수 있는데, 애초에 카메라가 얼마 없으니 VAR을 활용해도 판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유럽 리그 중 EPL의 경우 VAR을 활용하는 프로세스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VOR에서 주심에게 신호를 보내면 주심은 경기장 위의 주심리뷰 지역으로 가서 직접 모니터를 확인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을 온 필드 리뷰 (On-Field Review)라고 한다. 하지만 2019/20 시즌 EPL에서는 온 필드 리뷰가 거의 없었다.

VAR로 골 판독 중 – 출처 :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주심이 직접 모니터를 확인하지 않고 VOR 실에서 말하는 대로 결정을 내리니 팬들과 선수들의 불신과 의혹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이어지자 EPL 사무국은 시간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차원의 내부 규정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내부 규정을 완화해 주심이 자유롭게 온 필드 리뷰를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겠다고 발표했다.

VAR 편파 판정 또한 문제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스페인과 모로코의 경기에서 스페인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의 손에 명백히 공이 닿았지만 주심은 VAR 자체를 진행하지 않았다. 같은 경기 스페인이 1:2로 뒤지고 있는 후반 45분 스페인의 이아고 아스파스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부심은 오프사이드 기를 들었고, 여기서는 주심이 VAR 리플레이를 신청하면서 경기는 결국 2:2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월드컵 VAR은 유럽팀에게 유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13명의 비디오 판독관 중 9명의 국적이 유럽이었다. 이 경기뿐만 아니라 모로코와 포르투갈전, 브라질과 스위스전 등 유독 유럽팀이 유리한 쪽으로 VAR 판정이 많이 나왔다.

 

VAR은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활용하는 건 심판이라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실수할 수 있지만 오심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는 만큼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스카이스포츠의 설문조사에서 나왔던 팬들의 의견과 같이, 시간을 최대한 허비하지 않는 선에서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주심의 판정이 필요해 보인다.

규칙의 적용이나 판단이 심판의 특성이나 비디오 판독실의 성향에 따라 편파적으로 흘러가지 않는, 공정하면서 일관성 있는 축구 경기를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학진 기자 (9809king@siri.or.kr)
[2020.09.20 사진 = 오늘의 축구 홈페이지, 로이터 통신, 이코노미스트, 스카이스포츠,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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