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박다원 기자, 이민수 기자, 이하승 기자, 이형빈 기자, 정현우 기자 / 인터뷰 일자 = 20.08.30]

포인트가드는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다. 공격 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볼을 소유하며 적재적소에 패스를 뿌리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또한 동료들의 움직임을 지시하며 공격 전개에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감독의 전술을 직접 구현하는 페르소나의 역할까지 소화한다.

주희정은 리그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중 하나였다. 신인 시절부터 은퇴 직전까지 꾸준한 연습을 통해 기량을 유지한 베테랑이자, 팀의 우승을 이끈 경험까지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리더였다. 선수 시절 ‘코트 위의 야전사령관’을 넘어 이제는 호랑이 군단의 ‘진정한 사령관’으로 거듭난 주희정 고려대학교 감독을 만나 선수와 감독 시절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부 : 선수 주희정

Q. 고려대 선수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감독님의 선수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A.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전술과 전략 위주, 야간에는 자율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강도가 세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강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웃음) 중‧고등학교 시절 잦은 대회 일정으로 인해 기본기가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다. 또한 기술이 좋아도 아직 내부적으로 단련이 안 된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선수들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훈련 강도가 높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 사실 강도는 평범하다.

 

Q. 선수 시절 롱런의 비결이 있다면?

A.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훈련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훈련의 강도가 약하면 시합이나 연습 경기에서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 훈련을 얼만큼 잘 소화하고 이겨내는지에 따라 한 해 성적이 결정되기 때문에 대학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Q. 선수 시절에도 훈련 강도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는지?

A. 중학교 때부터 훈련 강도가 아주 강했다. 학창 시절 때는 지금과 다르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하면 됐기 때문에 새벽부터 열심히 운동을 나갔다. 그러다보니 부상이 와도 쉽게 이겨낼 수 있었고, 프로 시절에도 좋게 작용했다.

 

Q. 데뷔 후 1년만에 트레이드가 되었는데,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A. 어린 나이에 트레이드 된다는 소식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팀에서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었을 때는 훈련장과 숙소가 가까이 있어서 훈련에 임하기에 정말 좋기도 했다.

 

Q. 가드임에도 불구하고 야투율이 12시즌 연속 50%이상이었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면?

A. 학생들이 시험에 임할 때 시험 준비부터 예습, 복습, 을 철저히 하듯이 운동 선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본기가 완성되지 않으면 자신의 장점도 잃기 쉽기 때문에 공부로 치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다. 또한 항상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많이 던져봐야 그만큼 공이 림을 통과할 확률도 높아진다.

 

Q.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A. 데뷔 첫 경기와 은퇴 전 마지막 챔피언전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 기록으로는 내 키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 횟수가 국내 5위 안에 들었던 것, 은퇴 전 트리플-더블 횟수가 가장 많았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Q. 본인이 뽑는 베스트 5는?

A. 이상민, 허재, 문경은, 서장훈, 김주성. 이상민 감독님은 포인트가드로서의 신체조건이 탁월하다. 멀티플레이어고, 팀 동료의 장단점을 정말 빠르게 파악하신다. 허재 전 감독님은 슈팅이 좋고 선수 시절 몸이 상당히 좋으셨다. 문경은 감독님은 슈팅 능력은 물론 국내 선수답지 않은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고 계셨고, 서장훈 선배님은 외국인 선수와도 견줄만 한 득점력의 소유자다. 마지막으로 김주성 선수는 정말 성실하다. 또한 파워포워드임에도 탁월한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Q. 만약 특정 팀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A. 나는 방금 뽑았던 베스트 5처럼 완성된 팀을 지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대신 개인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을 맡아 이들을 성장시키고 싶다.

 

Q. 제 2의 주희정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한 후배 선수를 한명 꼽자면?

A. 내 스타일과 겹치는 선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노력형 가드 선수라면 양동근 선수가 가장 비슷한 것 같다. 그의 열정과 승부욕이 내 선수 시절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 있다면 누가 있는지?

A. 초등학교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키가 작아서 농구를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그때 은사님께서 내게 의지를 불어 넣어 주셔서 농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농구 선수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져 주신 분이시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2부 : 감독 주희정

Q.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A. 선수 생활을 한창 할 땐 딱히 지도자에 대한 꿈이 없었는데, 은퇴하기 2~3년 전부터 지도자가 되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Q. 고려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원칙이나 철칙이 있다면?

A. 첫째는 선수들과의 소통이고, 둘째는 열정이다. 요즘은 운동만 잘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대학 팀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운동은 물론 공부나 대학 생활 등 운동 이외의 것들에도 열정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두 가지는 지도자 생활을 끝마치기 전까지 꼭 지킬 생각이다.

 

Q. 프로 팀 감독 제의가 온다면 맡을 의향이 있는지?

A.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아 지금 당장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능력이 갖춰졌을 때 제의가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프로 지휘봉을 잡겠다.

 

Q. 현재 지도하는 선수 중 눈 여겨 보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

A. 이번에 얼리 드래프트를 신청한 이우석. 주말에도 개인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선수들이 성공해야 농구 선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 농구계가 더욱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분명 고쳐야 할 부분도 있지만,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큰 선수다.

 

Q. 얼리 드래프트에 대해 지금과 같이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내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대학 시절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않아 남들보다 일찍 프로 무대에 진출하게 됐고, 그때 경험으로 인해 어린 선수들에게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해준다.

 

Q.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얼리 드래프트에 나서고 싶다는 선수가 있다면 그 때도 변함없이 지지를 해줄 것인지?

A.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학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반대한다. 물론 실력이 되고 프로에 바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대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학창시절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대학교는 거치고 프로로 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예전에는 프로 아마 최강전 등 대학 팀과 프로 팀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프로 팀을 상대로 대학 팀이 패배했을 때 느끼는 허탈감은 선수들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프로 아마 최강전이 아니더라도 연습경기에서 충분히 프로 팀과 많이 만나기 때문에 그런 대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Q. 대학 감독으로서 대학 농구 인프라 혹은 시스템에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점이 있다면?

A. 우선 일반 학생들도 쉽게 관전할 수 있는 대회로 바뀌면 좋겠다. 현재는 한국대학농구리그가 3월에 시작해 10월에 끝난다. 거의 일년 내내 끌고 가다보니 대회가 다소 루즈해진다. 차라리 대회를 2개월이나 3개월 안으로 짧게 끝내고 나머지 기간 동안 선수들이 대학 생활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거의 매주 시합이 있고 시합 1주일 전부터 합숙 훈련을 진행하다 보니 선수들이 이를 지루하게 느낄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스템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을 것 같다.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농구 지도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우선 선수들이 대학생다운 학창 시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농구도 중요하지만, 운동 외적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 또한 재단을 만들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농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박다원 기자(prism03@siri.or.kr)

이민수 기자(lms0185@siri.or.kr)

이하승 기자(dlgktmd1224@siri.or.kr)

이형빈 기자(cenraven@siri.or.kr)

정현우 기자(gusdn827@siri.or.kr)

[20.10.01,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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