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장기전으로 진행하는 리그 레이스에서는 한순간에 성적이 판가름 나는 토너먼트에 비해 경기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즌 말미로 갈수록 순위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 경기의 중요도는 토너먼트 급으로 올라간다. 그것이 우승을 걸고 싸우는 승부일수록 더욱더 그렇다.

2020 K리그1과 K리그2의 일정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이번 주 매치 데이에서 우승의 분수령이 될 2부작이 리그마다 포진해있다.

# ‘1년 만에’ 제주 vs ‘막판 추격’ 수원FC

1부는 24일 오후 4시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2 2020 2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맞대결이다. 이 경기 포함해 3경기만 남겨 둔 가운데 1위 제주와 2위 수원FC의 승점 차이는 3점에 불과하다. 제주의 승리는 사실상의 K리그1 승격을 의미하며, 수원이 승리를 거둘 경우 남은 두 경기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리그 초반 흐름은 수원FC가 막강한 투자를 앞세운 대전과 함께 1위 경쟁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대전의 부진 속에, 그 자리를 메꾼 것은 제주였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강등당한 제주는 리그1에서 활약하던 준척급 선수들의 영입과 함께 광주와 성남을 이끌며 승격시킨 경험이 있는 남기일 감독을 선임하며 승격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즌 초반 3경기에서 1무 2패로 잠시 헤매는가 싶었으나, 이후 정상 궤도로 진입하며 오랜 기간 1위를 사수 중이다. 남기일 감독 특유의 조직력과 안정감을 앞세우며 21실점으로 K리그2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 가운데, 높은 전방 압박과 속도로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팀 득점 1위인 공민현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것은 뼈아프지만, 팀 내 무려 14명이(시즌 중반 팀을 떠난 에델 제외)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전 포지션에 걸친 다양한 득점 루트가 공백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수원FC는 앞선에서의 화력을 중시한다. 기존 안병준(18골)과 마사(10골)가 리그 득점 1위와 3위를 달리며 건재한 가운데, 여름 이적시장에서 라스 벨트비크와 유주안 등 공격을 더욱 보강하며 다이렉트 승격에 박차를 가했다.

수비에서도 공격의 화려함 속에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며 24실점으로 경기당 1실점 만을 기록 중이다. 다만 최근 전남과의 경기에서 내준 4실점 중 2골을 세트피스로, 1골을 수비 실수에 이은 자책골로 헌납하며 수비가 흔들렸다.

제주는 이 경기 이후 서울 이랜드와 충남 아산FC를 상대하고, 수원은 경남FC, 안양FC와 만난다. 공교롭게도 서로 PO 진출 경쟁팀과 하위권 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수원FC가 승리를 거둘 경우 승점 동률인 상황에서 양 팀이 이번 맞대결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다.

# ‘이번만큼은’ 울산 vs ‘이번에도’ 전북

최종 클라이맥스는 25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 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26라운드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이다.

K리그 통산 100번째 현대가 더비이지만, 경기의 향방은 ‘자력 우승’이라는 키워드로 쏠린다. 시즌 두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양 팀 간 승점 차 없이 울산이 다득점에 앞서며 1위에 올라와 있다.

시즌 전체적으로 전북이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는 와중에 울산이 주니오를 중심으로 한 화력이 불을 뿜으면서 시즌 중반까지 우승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파이널 라운드 진입 전 순위에서도 승점을 2점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울산이었다.

그러나 지난 라운드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 패배가 뼈아프다. 시즌 상대 전적에서 2승을 챙기며 승리에 자신감을 보였던 울산이었지만, 핵심 수비수 불투이스와 비욘 존슨의 퇴장 악재 속에 4대0 대패를 당했다.

단순 한 경기를 진 것 치고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우선 울산 수비의 핵심인 불투이스가 지난 경기 퇴장으로 이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불투이스의 빈자리는 기존 정승현과 더불어 김기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기희는 지난 전북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 불투이스 대신 선발 출전했지만, 과격한 태클로 경기 시작 26분 만에 경기장을 빠져나간 바 있다.

비욘 존슨 역시 주니오가 막힐 시 장신의 이점을 살리며 울산의 공격 옵션을 다양화시켜주었으나, 지난 포항전에서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당하며 남은 리그 경기에서 나설 수 없게 됐다.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지난 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라운드 포항에 4대1 대패로 우승컵을 내준 울산은 이번에도 포항에 크게 무너지며 우승의 8부 능선을 넘는 데 실패했다. 위닝 멘탈리티가 강조되어야 하는 막바지 우승 레이스에서 지난 시즌의 악몽을 오버랩시켰던 경기는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북 역시 썩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최근 울산의 대패로 승점 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지만, 다득점 차이가 무려 8점이나 난다. 승점이 동률인 상황에서 만일 승점 3점을 가져오는 데 실패하면, 우승의 주도권을 울산에 넘겨주게 된다.

물론 전북의 가장 무서운 점은 우승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도 최종 라운드 전까지 울산에 승점 3점이 뒤진 전북이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특유의 우승 DNA와 더불어 울산과의 시즌 상대 전적 역시 두 번 모두 이기며 자신감을 보인다. 전북이 이번 시즌 우승을 거두면 K리그 최초 4연패와 함께 리그 최다인 8회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참고로 양 팀은 FA컵 결승에서도 맞붙게 되는 가운데 리그 우승 향방에 중요한 이번 경기에서의 기선제압이 다음 결승전에서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연극의 4대 요소를 배우, 무대, 관객, 희곡으로 칭한다. 4팀마다 있는 각각의 11명의 배우, 피치라는 무대, 거기에 유관중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졌다. 이제 남은 희곡은 선수와 감독의 몫이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사진 =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FC, 울산 현대, 전북 현대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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