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IRI=이수영 기자] ‘승격 전문가’ 크리스 와일더 감독이 경질됐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지난 14일(한국 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와일더 감독과의 상호 계약 해지 사실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과 대조적인 성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었던 셰필드 유나이티드였지만,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와일더 감독을 시즌 도중 경질시킨 것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최근 와일더 감독과 같이 팀을 크게 성장시킨 감독들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레스터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을 이끌었던 라니에리 감독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적 부진으로 경질 당했다. 가슴 아픈 동화의 결말이었다.

토트넘의 리그 상위권 도약과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지대한 업적을 남겼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바 있다. 이러한 예시들은 최근 클럽들이 얼마나 과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지 보여준다.



사우디 왕자이자 구단주 압둘라 빈 무사아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셰필드는 16-17 시즌을 앞두고 팀의 수장에 와일더를 선임했다. 과거 셰필드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한 바 있는 와일더 감독은 ‘승격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비록 하부리그에서 주로 활동하던 감독이었지만 옥스퍼드 유나이티드를 내셔널 리그(잉글랜드 5부 리그)에서 EFL 리그 2(잉글랜드 4부 리그)로, 노스햄튼 타운을 EFL 리그 2에서 EFL 리그 1(잉글랜드 3부 리그)1로 승격시키는 등 승격에는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와일더 감독은 셰필드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당해 EFL 리그 1 우승을 거머쥐었다. 46경기 30승 10무 6패. 승점 100점을 기록한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챔피언십으로 승격한 셰필드의 상승세는 그칠 줄을 몰랐다. 챔피언십에서의 첫 시즌에는 아쉽게도 프리미어리그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꾸준한 승격 경쟁을 벌였고, 결국 18-19 시즌 리그 2위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셰필드가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아무도 셰필드를 주목하지 않았다. 승격한 팀은 해당 시즌 강등 권 탈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셰필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놀랄 만한 퍼포먼스와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양쪽 스토퍼들의 오버래핑이라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독창적인 전술과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팀들을 교란시켰고, 리그 9위라는 훌륭한 성적표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다. 시즌 중에는 리그 6위까지 기록된 적도 있었으며, 실점 역시 리버풀, 맨시티, 맨유에 이은 최소 실점 4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십에서부터 보여준 짠물 수비를 증명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올 시즌 셰필드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개막 후 리그 4연패를 기록하더니, 리그 17라운드까지 2무 15패를 기록하며 매우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리그 29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역시 4승 2무 23패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인 셰필드의 몰락에 많은 축구 팬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셰필드 팬들의 와일더 감독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 지난 1월 더 선이 보도한 프리미어리그 구단 감독들의 트위터 내 여론 조사에서 와일더 감독은 20명 중 긍정 비율 1위를 달성했다. 무려 68.6%에 해당하는 팬들이 와일더 감독에게 신뢰의 목소리를 보낸 것이다. 기사가 보도된 시점인 2021년 1월 11일, 셰필드는 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팬들이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이끌어준 와일더와 얼마나 동행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2일, 와일더 감독이 팀에서 사임했다는 뉴스가 BBC와 같은 유력 언론사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해 구단 수뇌부들과의 마찰이 잦았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리고 14일,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와일더 감독과의 이별 소식을 전했다. 와일더 감독의 경질에 관해서는 아직까지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셰필드의 팬들 역시 시즌을 마치지도 못하고 팀을 떠나야 했던 와일더 감독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구단 SNS에는 ‘바보 같은 결정이다.’라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살펴볼 수 있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잔여 시즌 U23 팀 감독 폴 헤킹보톰이 임시 감독직을 맡을 것임을 밝혔다. 동시에 “우리는 남은 시즌을 가능한 잘 마무리하며, 만약 강등이 된다면 챔피언십 준비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헤킹보톰은 과거 반슬리, 리즈 유나이티드, 하이버니언 감독직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과연 와일더의 빈자리를 잔여 시즌 동안 잘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셰필드는 14일 밤(한국 시간) 와일더 감독 경질 이후 열린 첫 번째 경기였던 레스터시티와의 리그 29라운드에서 센터백 암파두의 자책골이 나오는 등 5대0 굴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과연 셰필드의 와일더 감독 경질은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셰필드는 지금껏 와일더 감독이 보여주었던 축구보다 더 수준 높은 축구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셰필드가 성적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1.03.15 사진 = 셰필드 공식 인스타그램, 더 선 보도 자료 표로 재구성]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