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탄천종합운동장=김귀혁 기자] 빗속의 혈투에서 아무도 웃지 못했다.
삼일절 오후 4시 30분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성남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1라운드에서 양 팀 득점없이 0-0으로 마치며 사이좋게 승점 1점 씩 나눠가지는데 만족했다.
홈팀인 성남은 김영광 골키퍼를 필두로 반가운 이름 리차드와 함께 마상훈 이창용으로 센터백을 구성한 가운데 좌우 측면 수비수로 박수일과 이태희를 배치했다. 중원은 이재원과 김민혁, 이규성이 책임졌으며 최전방에는 U-22자원인 홍시후와 박용지가 위치했다.
원정팀 제주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선보인 탄탄한 라인업으로 이에 맞섰다. 3-4-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김오규 권한진 정운의 3백에 앞선에는 안현범 여름 이창민 정우재를 배치했다. 최전방 3톱은 이규혁 공민현 주민규의 몫이었고 골키퍼 장갑은 오승훈이 꼈다.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맞이한 양 팀의 경기는 빽빽한 간격과 압박으로 중원에서 볼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 와중에 제주는 촘촘한 간격을 활용한 압박으로 볼을 끊어낸 뒤에 빠른 전개로 성남을 공략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반 5분 안현범이 오른쪽에서 공격을 전개하며 가운데로 연결한 볼이 성남 수비에 맞고 흐른 볼을 정우재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김영광 골키퍼 정면에 안겼다. 이어 재차 압박으로 볼을 끊어낸 뒤 이창민이 중앙에서 측면으로 드리블하며 올린 크로스를 이규혁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수비 맞고 굴절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제주의 안정된 공수밸런스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압박에 성남은 후방 빌드업에 애를 먹는 형국이었다
전반 20분에는 김영광 골키퍼의 프로 데비 20주년을 맞이해 1분간 박수 응원이 진행되기도 했다.
전반 22분 제주는 이규혁을 빼고 이동률을 투입 시키며 바뀐 U-22 교체룰을 활용했다. 이에 질세라 성남도 전반 30분 홍시후를 세르비아의 장신 공격수 뮬리치로 바꿔주며 공격의 다양성을 꾀했다.
뮬리치 투입 이후 전방에서 조밀도가 올라간 성남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제주의 좁은 간격과 강한 압박을 넓고 간결한 전개로 대응하며 기회를 맞이했다. 전반 33분 리차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볼을 전환한 뒤 이창용이 측면으로 쇄도하던 박용지에게 넘겨줬고, 박용지가 드리블 후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흘러갔다.
전반 42분에는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볼을 잡은 이규성이 오른쪽 쇄도하던 이태희에게 그림 같은 패스를 넘겨줬고, 이를 재차 크로스로 연결했지만 오승훈 골키퍼에게 걸린 이후 옵사이드가 선언됐다.
이후에도 프리킥과 코너킥 찬스를 잡은 성남이었지만 큰 소득 없이 그대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에는 분위기를 다시 주도한 제주였다. 후반 4분 이창민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본인의 장기인 중거리슛으로 연결한 것이 수비 맞고 골포스트에 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제주가 측면에서 볼을 키핑한 뒤 다시 반대 측면으로 볼을 전환하면 성남이 이를 강한 압박으로 저지하는 형국이었다.
후반 10분 이규성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직접 박스 안쪽으로 드리블한 것이 제주 수비 발에 걸리며 넘어졌지만 주심은 문제없다는 시그널이었다
분위기를 잡은 성남이 라인을 올린 틈을 타 이번에는 제주가 성남의 골문을 위협했다.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이동률이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김영광 골키퍼의 손 끝에 걸렸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문전 혼전 상황 속에서 주민규의 왼발에 걸렸으나 골문 위를 지났다.
비 오는 추운 날씨 속에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자 양 팀 촘촘했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후반 61분 넓어진 간격을 제주의 3톱이 공략하며 이동률이 1대1찬스를 맞이했지만 김영광 골키퍼가 사전에 각도를 좁히며 위기를 모면했다. 2000년생 이동률 앞에서 본인의 노련함을 과시한 장면이었다.
기세를 탄 제주가 교체 카드로 방점을 찍고자 했다. 후반 18분 전방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던 주민규를 대신해 진성욱을 투입 시키며 넓어진 간격을 빠른 카드로 공략하고자 했다. 이에 질세라 성남도 박수일과 이재원을 서보민과 전승민으로 바꿔주며 대응했다.
후반 27분 변수가 발생했다. 마상훈과 진성욱이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진성욱이 팔꿈치를 쓰며 반칙이 선언됐다. 마상훈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김대용 주심은 VAR 시그널과 함께 해당 장면을 돌려봤다. 이후 주심은 진성욱에게 달려가 빨간 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회심의 교체 카드로 투입했던 진성욱의 퇴장은 제주에 뼈 아픈 장면이었다.
퇴장 이후 성남이 곧바로 기회를 잡았다. 마상훈이 얻어낸 간접 프리킥을 리차드가 왼쪽 측면의 서보민에게 볼을 주었고 이를 재차 크로스로 연결하며 뮬리치의 머리에 닿았지만 빗맞았고, 리바운드 볼을 전승민이 다시 헤딩으로 골문을 노렸으나 오승훈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가로막혔다.
제주는 퇴장 여파로 곧장 교체카드를 강행했다. 진성욱의 퇴장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이동률과 공민현 대신 강윤성과 자와다를 투입하며 전방에서의 높이와 함께 측면 수비를 보강했다.
제주의 교체투입에도 기회는 성남의 몫이었다. 이태희가 우측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뮬리치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빗맞으며 기회를 날렸다. 이어 후반 36분에도 서보민이 왼쪽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김민혁이 뮬리치에게 연결했으나 수비 맞고 굴절되며 코너킥으로 연결 지었고, 이어진 찬스에서도 뮬리치가 머리에 갖다 댔지만 또다시 골문을 외면했다.
성남은 후반 44분 마지막 교체카드로 센터백 이창용 대신 성남 유스 출신인 홍현승에게 데뷔 기회를 주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후 서보민의 측면 공략과 함께 리차드의 뮬리치를 향한 롱패스로 골문을 두드렸지만 제주의 수비에 가로막혔고 결국 빗속의 혈투는 0-0으로 종료됐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1.03.01 사진 = 스포츠미디어 SI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