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여자축구대표팀이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합계 스코어 3대4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대2 패배를 기록한 한국은 본선 진출을 위해 최소 두 골이 필요했다. 콜린 벨 감독은 1차전에 선발 출장하지 않았던 유럽파 조소현, 이금민을 비롯해 공격수 최유리를 선발 투입하며 이른 시간 득점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도를 라인업에서부터 보였다.

선제골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한국은 전반 시작부터 강한 압박으로 시종일관 중국을 괴롭혔다. 특히나 양쪽 윙백 강채림과 장슬기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높은 점유율 유지를 가능하게 하자, 지소연이 키패스를 넣어줄 기회가 생겼고 최유리 역시 전방에서 수차례 침투를 보여주며 슈팅까지 만들어내는 등 효율적인 압박 축구를 보여줬다.

전반 31분 마침내 한국 쪽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조소현이 수비를 휘젓고 올린 환상적인 크로스를 강채림이 논스톱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주도권은 잡아가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슈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의 값진 골이었다.

전반 41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지소연이 올려준 볼을 조소현이 머리로 돌려주며 최유리에게 오픈 찬스가 왔지만 정확하게 발에 갖다 대지 못했고, 골문으로 향하는 볼을 중국 수비가 가까스로 걷어내며 한국의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다소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코너킥에서 기세를 몰아붙였다. 코너킥으로 날아온 볼을 조소현이 또다시 강한 헤더로 처리했고 골키퍼 선방 이후 흘러나온 볼을 강채림이 재차 골문으로 강하게 붙이며 중국의 자책골을 유도했다. 전반이 종료되기도 전에 원정에서 두 골 차 리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중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장신 공격수 양 만을 투입했다. 투박하지만 제공권을 이용해 득점을 만들어내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보이는 교체였다. 추가 실점이 없으몀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우리 대표팀은 후반에도 전반과 유사한 경기 패턴을 보였다. 다만 체력적 한계로 인해 전반만큼의 압박 강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중국의 교체술은 성공적이었다. 양 만에 볼이 많이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후반 24분 왕 슈앙의 프리킥을 양 만이 머리로 처리하기 위해 점프했고 이로 인해 타이밍을 놓친 김정미 골키퍼가 볼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하며 실점하고 말았다. 양 만의 존재감이 나타난 순간이었다.

스코어가 1차전과 같은 1대2가 되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면 추가 득점이 나오는 상황에서 1점 차 승리를 거둘 경우에도 합산 스코어는 같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승부는 90분 안에 결정되지 않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원정 다득점 제도는 연장전에도 적용됐다. 연장전에 무득점이 나오지 않는 이상 무승부만 거둬도 한국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은 한 골을 위해 이를 악물고 연장전에 임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추가 득점은 중국 쪽에서 먼저 나왔다. 연장 전반 14분 심서연이 우리 진영에서 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며 상대에게 패스하고 말았고, 이를 왕 슈앙이 정교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한국은 경기 막판까지 이민아, 서지연을 투입하며 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행운을 따라주지 않았고 이대로 경기는 종료되며 한국대표팀은 또다시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21 도쿄올림픽까지 여섯 대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에서 보여준 투지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경기 내내 지속한 강한 압박 전술과 연장전 돌입, 동점 골 허용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였음에도 그 누구도 경기를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과격한 파울에 수차례 쓰러지고 눈가에 멍까지 들면서도 경기에 재빨리 임하려던 이금민 선수의 투지는 박수받아 마땅했다.

지소연, 조소현 역시 유럽파다운 수준 높은 몸놀림을 보여줬고 홍혜주도 머리 쪽 부상을 당했지만 복귀 후 장신 공격수 양란을 완벽하게 대인방어 하는 등 흠잡을 데 없는 수비를 보여줬다. 이렇듯 중국전은 모든 선수가 제값 이상을 해준 감동적인 경기였다.

한편 이번 경기에서는 중국의 비신사적 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었다. 전반 초반 이금민 선수의 역습 기회를 왕 샨샨이 완전히 차단했지만 카드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전반 41분에는 조소현에게 장 신이 스터드를 들고 과격한 태클을 했지만 파울만 주어질 뿐 역시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 후반 초반에는 리 멍원이 이금민의 관자놀이를 뒤늦게 찍으며 이금민의 눈가가 강하게 붓기도 했다. 후반 8분에는 야오 웨이가 대놓고 손을 사용해 우리 선수의 돌파를 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격한 플레이보다 더욱 비판받아야 할 점은 지나친 경기 지연을 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침대 축구’ 말이다. 중국은 왕 슈앙의 추가 득점이 나온 시점부터 수없이 경기를 지연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골키퍼 펑 쉬멍은 골킥 장면에서 30초 이상을 지연했으며, 스로인과 코너킥 상황에서도 중국은 키커를 바꾸거나 볼 위치를 옮기는 등 시간 지연을 쉴 새 없이 했다. 김정미 골키퍼가 볼을 들고 차려 할 때는 대놓고 킥을 방해했으며 흘러나온 볼을 경기장 멀리 내보내기도 했다.

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심은 중국의 이러한 시간 지연과 위험한 플레이에 대해 확고한 경고와 주의를 주지 않았다. 전반 34분 중국 페널티 박스 안에서 나온 수비수 완 샤오쉬에의 핸드볼에 관해서도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고, 연장 전반 14분에 나온 핸드볼 의심 장면 역시 그대로 넘어갔다. 중계 화면조차 리플레이를 보여주지 않았을 만큼 그대로 잊힌 장면이었다.

필드 외적으로도 중국 볼보이는 중국의 스로인 상황에서 느리게 걸어오며 중국 선수에게 뒤늦게 공을 전달했다. 관중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120분 내내 한국 선수들이 볼만 잡으면 야유를 내보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경기장 안에는 한국 팀을 제외하고 모두가 중국의 비신사적 플레이에 동조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환상적이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더욱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태양을 잃었다고 울지 마라. 눈물이 앞을 가려 별을 볼 수 없게 된다.“

인도 문학가 타고르의 명언이다.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에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태극 낭자들은 국민에게 그녀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과 감동, 투지를 모두 보여줬다.

선수들이 아쉬움을 재빨리 떨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가지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4.14. 사진=KFA 공식 SNS]

1 COMMENT

  1. 안녕하세요. 기자님.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이 10년동안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며 황금세대 역할을 해준 선수들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라 생각하니 더욱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이 뒤를 이을 선수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던 것 같아 또 다른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ㅎㅎ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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