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무협지에서는 흔히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정파는 주로 주인공 역할에 전통적인 의와 협을 중심으로 올바르고 정석적인 행위를 중시한다. 이에 맞서는 사파는 흔히 악역으로 등장하며, 정해진 규율 없이 어떠한 수단을 통해 목적을 이뤄내는 집단으로서 정파와 대립한다.

어떠한 수단을 이용할 때 온갖 악의적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파는 흔히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그 의미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미 있는 정형화된 것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사파의 매력에 빠져들며 그 의미 자체도 정석적인 것에 변모하여 독특한 매력을 주는 성격으로 변했다.

스포츠 역시 이러한 정파와 사파의 맞대결에 큰 관심을 쏟는다. 마치 무협지의 내용처럼 각 분야에서 정점의 기량으로 붙는 대결이 관심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특히 스포츠는 이른바 교본이라 불리는 전술이나 동작들을 근간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개량한 사파의 등장은 특히 독특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파와 사파의 대립은 어떤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 알아보자.

#MMA

정파와 사파가 무협지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이와 궤를 같이 하는 스포츠인 MMA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다.

MMA의 사전적 정의는 ‘Mixed Martial Arts’로 한국에서는 종합격투기로 불린다. 현대 무술의 총합체로서 타격과 그래플링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술이 만나 서로 대립한다. 특히 세계 최고 단체인 UFC의 초창기만 하더라도 무술vs무술의 대립구도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종합격투기는 점점 표준화되기 시작하며 하나의 단일 종목으로서 인식된다. 이는 레슬링, 가라테, 주짓수, 복싱 등과 같이 종합격투기라는 한 무술의 성격으로서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합격투기 내에서도 정파와 사파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파의 경우 정석적인 타격과 레슬링 움직임 등 각 무술의 기본에 충실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한다. 대표적으로 강력한 그라운드를 앞세우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다니엘 코미어 등 대부분의 MMA 선수들이 정파의 성격을 띈다.

반대로 사파는 변칙적인 타격과 괴랄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잠식시켜 나가는 것이 큰 특징이다. 토니 퍼거슨이 이 분야 대표격으로 평가받으며 이외에도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 이리 프로하츠카등이 꼽힌다.

흔히 사파라 불리는 선수들의 숫자는 정파 선수들에 비해 숫자가 차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한 번의 빈틈이 특히 종합격투기에서 승패와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변칙성을 띄는 만큼 많은 위험도를 노출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맷집도 요구된다.

정파와 사파의 대립은 전술했던 하빕과 퍼거슨의 구도가 대표적이다. 하빕이 강한 레슬링으로 그라운드 상황에서 무결점의 모습으로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는 반면, 퍼거슨은 변칙적인 엘보우와 그라운드에서의 창의적인 움직임, 심지어 영춘권을 MMA에서 활용하는 등 정파와 사파의 정점을 찍는 양 선수가 맞붙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이러한 기대 덕에 UFC 역시 두 선수의 맞대결을 무려 5번 추진했었다. 그러나 1차전과 3차전은 하빕의 부상, 2차전과 4차전은 퍼거슨의 부상으로 취소됐고, 5차전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경기 자체가 무산됐다. 두 고수의 대결을 하늘이 쉽게 허락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질긴 인연이었다.

이후 하빕은 저스틴 게이치를 상대로 3차 방어에 성공한 이후 은퇴를 결정했고, 퍼거슨 역시 최근 노쇠화를 직격으로 맞으며 3연패를 기록 중이기 때문에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21.05.22 사진 = UFC 공식 SN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