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레알마드리드(이하 레알)는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구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진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첼시 FC(이하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반 베르너의 선취골과 후반 마운트의 추가 골로 2:0, 1ㆍ2차전 합계 스코어 3:1로 패하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여정을 마무리했다.

1차전 무승부를 거두긴 했으나 원정 골을 내줬고, 경기력 측면에서도 열세의 모습을 보인 레알이었기에 첼시의 우위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우측 풀백인 다니 카르바할이 지난 1차전에서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했고, 라파엘 바란 역시 리그에서 당한 부상으로 결장이 불가피했다.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던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최종 음성 판정을 받으며 스쿼드에 합류했으나 훈련 시간이 부족해 선발로 나서기에는 무리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던 지네디 지단 감독은 파격 라인업을 가동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3-5-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3백에 밀리탕-라모스-나초, 중원에는 크카모(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라인을 가동했고 최전방에는 아자르와 벤제마를 배치한 가운데 왼쪽 윙백에 페를랑 멘디가 복귀했고 오른쪽에는 비니시우스를 배치한 강수를 뒀다. 이는 카르바할과 루카스 바스케스가 출전이 불가능한 가운데 불안한 오드리오솔라를 배치하기보다 변칙 전술로 상대 왼쪽 윙백인 벤 칠웰의 뒷 공간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첼시는 왕성한 기동력과 압박을 바탕으로 불안했던 레알의 오른쪽 라인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 위치에 거의 서 보지 못했던 비니시우스로서는 수비하는 데 애를 먹었고, 이는 결국 다른 미드필더나 수비에서의 활동량을 더욱 요구하며 부담을 가중했다. 비록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전반 17분 베르너가 골망을 흔들었던 과정에서도 첼시의 왼쪽 윙백인 벤 칠웰은 헐거운 뒷공간을 공략하며 여유 있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결국 우측 라인의 붕괴는 레알의 경기 전체 밸런스를 망가뜨렸고, 결국 레알이 자랑하는 크카모 라인도 첼시의 압박에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이는 전반 27분 캉테를 중원에서 자유롭게 내주며 전진을 야기했고, 결국 그것이 베르너의 득점으로 이어지며 리드를 내줬다.

여기에 평소 비니시우스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가는 드리블을 위협적으로 구사하는 것 대비 오른쪽에서는 한정된 드리블 패턴에 그 위력이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공격 쪽에서의 위협적인 모습을 바랐던 것 대비 볼 소유권만 3번을 잃으며 양 팀 통틀어 아자르와 함께 최다 기록의 불명예를 얻었다.

중원은 모드리치가 분전했지만 첼시의 강한 압박에 카세미루와 크로스는 거의 존재감을 잃었다. 빌드업 과정은 압박에 밀렸고, 수비에서도 첼시의 활발한 침투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첼시의 활발한 2선 침투는 레알 중원의 체력 저하를 야기하며, 급기야 카세미루가 교체 아웃된 이후 모드리치와 크로스는 중원을 허허벌판으로 내주기도 했다. 발베르데의 선발 공백이 뼈 아픈 순간이었다.

그래도 후반 40분 마운트의 추가골 전까지 레알에 기회는 아직 남아 있었다. 첼시가 여러 차례 기회를 잡았으나 전반 베르너의 골 이후 쿠르트와의 선방과 문전에서의 집중력 부족으로 아직 1골 차만을 남긴 상황에서 중원에서의 클래스로 점유율은 여전히 유지하며 주도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방점을 찍어 줄 공격수의 역할이다. 그리고 벤제마는 올 시즌 자신의 폼을 증명하는 듯 여러 차례 위협적인 움직임과 찬스를 만들며 분전했다. 그러나 1억 1500만 유로(한화 약 1500억)의 사나이 아자르는 아낌없는 친정 사랑을 베풀며 잦은 턴오버와 함께 3번의 볼 소유권을 잃었다. 드리블은 둔탁했고, 느려진 속도 탓에 공간을 파고 들어가기 보다 애매한 위치에서 비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했다. 영국 매체인 ‘스쿼카 풋볼’은 이러한 아자르에게 평점 4점을 부여하며 유령처럼 보인 슬픈 귀신이라 평했다.

교체로 나온 아센시오와 호드리구, 마리아노 디아즈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 낼 만한 무게감은 없었다. 결국 근 몇 년간 거액을 투자한 것 대비 이적생들의 활약이 저조하다는 점과 이에 맞물려 선수층까지 얇아진 것이 이날 경기에 함축적으로 드러났다.

어려운 상황 속 분전했지만, 결국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레알의 이번 4강전이었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21.05.06. 사진 = 레알마드리드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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