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잉글랜드의 신성 제이든 산초가 마침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행을 확정지었다. 1년 넘게 러브콜을 보낸 끝에 얻어낸 맨유의 값진 결과물이다. 추정 이적료는 7300만 파운드(한화 약 1140억 원). 일각에선 옵션 가 1000만 유로(한화 134억 원)가 붙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옵션 가를 더해도 지난해 흘러나왔던 금액보다는 다소 줄어든 액수다.
그런데 산초의 이적료 협상 과정에서 다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산초에게는 산초가 맨체스터 시티 유소년 시절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삽입된 셀 온 조항(sell-on claus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셀 온 조항은 선수의 이적 과정에서 종종 삽입되는 조항으로 한 구단이 다른 구단에 선수를 판매할 때, 이후 선수가 또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된다면 그때 발생한 이적료 일부를 가져가도록 약속하는 조항이다.
쉽게 말해 A팀이 B팀에게 선수를 팔며 10% 금액에 해당하는 셀 온 조항을 포함하면, 이후 선수가 B팀에서 C팀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이적료의 10%를 A팀이 얻게 되는 논리다.
셀 온 조항은 주로 장래가 유망하거나 선수를 그냥 처분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될 때 주로 삽입되곤 한다. 산초의 경우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맨체스터 시티에서 도르트문트 이적 당시 15%의 셀 온 조항을 낀 채 이적이 성사됐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산초의 이적료가 작지 않은 만큼 이번 이적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 역시 작지 않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일각에서 도르트문트가 이 셀 온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해 보다 높은 이윤을 창출하고자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선 셀 온 조항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수의 이적료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기본 이적료와 옵션 가가 있다. 옵션 가는 선수가 이적 후 일정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발생하게 되는 추가 이적료를 말한다. 보통 ‘일정 경기 이상 출장’ 등이 대표적인 조건으로 협상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셀 온 조항은 대게 옵션 가가 포함된 전체 이적료가 아닌, 기본 이적료에 할당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당연히도 기본 이적료를 낮추는 대신 옵션 가를 높여 맨체스터 시티에 지급해야 하는 셀 온 금액을 최소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도르트문트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옵션 가에 해당하는 조건이 충분히 성사될 수 있는 조건으로 이루어져야 했을 것이다. 기본 이적료를 낮췄는데 옵션 가를 받아내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조건들이 맞아떨어질 경우 도르트문트는 같은 금액을 최종 이적료로 받아내더라도, 맨체스터 시티에 지급해야 하는 셀 온 금액을 줄일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위 두 예시를 보더라도 같은 금액을 최종 이적료로 협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순이익에서 차이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선수 이적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결코 산초 딜에 대한 해당 루머가 사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해당 내용이 사실일지언정 도르트문트가 옵션 가 비중을 높인 이유 역시 더 많은 순이익을 얻기 위함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이적 과정에서 발생한 내용과 의도는 당사자들만이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선수 이적 과정에서 협상이 중요한 이유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선수가 소속팀을 옮긴다는 사실은 모든 이적에서 동일하지만 각각의 이적마다 이적 방식과 이적료, 부가 사항은 다르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금액의 이적료, 연봉 등으로 보일지 몰라도 추가적인 계약 사항, 금액을 수령하는 시기 등에 따라 액수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협상 과정에서 구단 및 에이전트는 보다 많은 유/무형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7.02. 사진=맨유 공식 SNS, 직접 제작]